전통적 조형 원리에 입각한 도자기 형식을 취하는 유의정 작가의 도자. 백자 위에 금, 유약, 사진 콜라주, 39x39x54(h)㎝183
한국의 도자 예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유의정 작가가 자리한다.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소화해 새로운 미술 장르를 개척해나가는 그는 올해 프리즈 LA에서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외 1백30여 개 국가기관에 배포하는 월간 에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소개된 바 있다. 유의정 작가는 도자를 다루지만 이는 단지 소재일 뿐,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 현대 도자 예술에 대한 한국적 시각을 제시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평소 작가는 도자의 장구한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릴 적 경복궁 근처에 거주해 아주 오래된 도자기를 접하며 살았는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된 것처럼 매일 봐오던 도자기의 문양과 형태, 색감이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기호처럼 느껴졌다. 선조들은 자기네 삶의 형태와 욕망을 문양, 색상 등을 통해서 도자기 속에 담아왔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도자기 속에는 우리가 상상해야만 채울 수 있는 빈 공간이 분명 존재한다. 마치 깨진 도자기의 파편들을 이어갈 때 없어진 부분의 문양을 상상해야 전체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작가는 그 여백이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Poems for Clay’, kaolin on canvas, 60x60x4.5(T)cm, 2022
그의 작품은 대부분 전통적 조형 원리에 입각한 도자기 형식을 취하는데, 그 안에 동시대 문화 코드를 대변하는 기호와 상징을 배치해 오늘날을 포착하고 기록한다. “도자기 안에는 당대의 시대적 욕망을 반영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이 색으로 드러날 수도 있으며, 혹은 문양으로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현재의 욕망이 투영된 동시대적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것을 전통적 도상의 도자기 안에 담아냅니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동시대적 유행에 대한 단순한 수집과 기록을 넘어 도자기에 저장된 이미지들이 서로 충돌하고 조화되는 모습을 통해 서로 작동하는 기호적 의미로 떠오르기를 바란다.
이번 개인전 는 전통 가옥인 한옥을 재해석해 세련되고 현대적 미감으로 구축한 갤러리 지우헌의 공간적 특징과 조선의 왕실 자기인 백자를 레퍼런스로 준비한 작품들과 함께 잘 호흡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가는 이에 대해 “한옥이라는 전통적 가옥 구조 안에 동시대 미술가의 다양한 전시가 펼쳐지는 지우헌과 전통적 도상의 도자 속에 동시대적 기호를 담는 저의 도자 예술 세계 사이에 커다란 공통점이 보입니다. 지우헌의 공간 속에 설치된 저의 새로운 도자 작품들은 분명 관람객들에게 흥미로운 에너지를 이끌어낼 것입니다”라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유의정 작가는 전통을 기반으로 독보적인 한국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단순 ‘도예가’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작가는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최근 한국 문화와 예술을 주목하는 세계적 현상이 보입니다. 세계 3대 아트 페어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프리즈가 해마다 서울에서 열리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해외 갤러리들이 서울에 공간을 여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세계와 차별화된 한국만의 현대미술을 보여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도자 예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그는 전 세계 사람이 한국 도자 예술에 매료되길 바라고, 그의 작품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전시 기간 11월 13일~12월 21일
장소 갤러리 지우헌
오프닝 리셉션 11월 13일 오후 5시
관람 시간 화~토 오전 10시 30분~ 오후 6시 30분(일 · 월, 공휴일 휴관)
문의 02-765-7964
오프닝 이벤트로 자연을 닮은 스킨케어 브랜드 다자연의 제품을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유의정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도예 전공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예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개인전으로 <도자산책>(2023, 더 트리티 니갤러리), (2021, 갤러리 퍼플), <색상가면>(2021, 갤러리CNK) 등을 열었고, (2024, 미니애폴리스 미술관, 미국), (2023, 필라델피아 미술관, 미국),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2022, 서울공예박물관) 등 그룹전에 참여하며 대만, 영국, 벨기에, 싱가포르 등에서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OCI미술관, 한독의약박물관, 한향림현대도자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신문사,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영국)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 북촌 발신 유의정 개인전 <The 백자(The Baek-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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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정 작가는 도자의 장구한 궤적 속 흥미로운 단면과 이야기를 채집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도자 예술을 제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