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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문화에 대한 사유
향의 문화사, 한국적 미감을 품은 공간을 넘나들며 옛 선조의 풍류와 지혜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 두 개를 소개한다.

<향香, 푸른 연기靑煙 피어오르니>
호림박물관

“여름날에 손님과 함께 동산에/ 자리를 깔고 누워서 자기도 하고/ 혹은 앉아서 술잔을 돌리며/ 바둑도 두고 거문고도 타고/ 마음 가는 대로 하다가/ 날이 저물면 파하였으니/ 이것이 한가한 자의 즐거움이다.”
<동국이상국집>의 ‘사륜정기’에서 고려 시대 문인 이규보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자유롭게 풍류를 누리기 위해 바퀴가 네 개 달린 사륜정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탈것을 새로 개발할 만큼 시와 차, 향을 열심히 즐기던 그처럼 우리 민족은 언제나 풍류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풍류에 빠뜨리지 않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향’이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향香, 푸른 연기靑煙 피어오르니>는 조상들이 신성한 의식으로 기리고, 곁에 두며 즐기던 향에 대한 이야기다.

전시 세 번째 파트 ‘완향, 애호의 향기’ 전경. 향을 즐기던 옛 조상의 공간을 구현했다.
좋은 냄새를 뜻하는 단어 향香은 곡식에서 풍기는 냄새에서 탄생한 글자다. 풍요로운 수확의 산물로 시작한 향 문화는 불교가 번성하던 시대에는 신앙을 위한 중요한 의식이었고, 유교 문화에서는 조상을 위로하고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시대마다 향과 함께하던 순간을 고대 시기의 ‘여향, 함께한 향기’, 종교와 제사 의식의 일부로 이용한 ‘공향, 천상의 향기’, 마지막으로 일상의 쓸모 있는 기물로 향유한 ‘완향, 애호의 향기’ 세 파트로 나누어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하며 향을 더 경건하게, 더 지속하게, 더 아름답게 사르도록 돕던 공예품과 향에 대한 그림 및 글을 소개한다. 국보 한 점, 보물 열한 점, 국가 민속문화유산 두 점을 포함해 총 1백70여 점의 작품에는 피어오르는 모습마저도 아름답기를 바라며 기꺼이 품을 들이던 정성스런 마음이 깃들어 있다. 시대마다 다른 문화사적 의미를 지니고 발달한 향을 매개로 각자만의 풍류를 떠올려볼 수 있는 전시다.

불상에 넣는 성물을 보관하는 ‘후령통’에서도 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 시대, 호림박물관.
<향香, 푸른 연기靑煙 피어오르니>
기간 12월 21일(토)까지
장소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317)
시간 화~토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매주 일·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1만 원, 학생 7천 원(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무료 관람)
문의 02-541-3523



<방(房), 스스로 그러한>
재단법인 아름지기

한국적 자연미를 형상 간의 관계로 조명한다. 박지원, ‘의자연(椅子然)’, 점토에 유약, 판 성형, 2024. ©재단법인 아름지기, 그루비주얼
빈티지 가구와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한국 전통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다고 하지만, 의외로 집에 한국적 디자인을 들이는 사례는 흔치 않다. 간혹 있다 해도 대개 패턴이나 이미지를 1차원적으로 적용하는 데 그칠 뿐.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그 원인을 한국적 인테리어 스타일을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찾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 주거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기획 전시 <방(房), 스스로 그러한>을 제안했다.

‘방’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자 安의 형태를 본떠 등을 만들었다. 김민재, ‘지붕을 진 등’, 누비 유리섬유에 레진, 황동, 2024. ©재단법인 아름지기, 그루비주얼
좌식 생활을 반영한 좌식 의자와 테이블. 김찬혁, ‘Standard Floor 01’, ‘CHim 01’, 커피 반죽, 종이, 잉크 등, 2024. ©재단법인 아름지기, 그루비주얼
이번 전시에서는 총 일곱 개의 방을 포함한 7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공간의 출발점인 방에 집중해 한국적 미감을 품은 방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우리 생활공간에 대한 이해와 영감을 선사한다. 먼저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와 재단법인 아름지기(최윤성)가 한옥에서 볼 수 있는 가변적 요소를 활용해 유연한 공간 활용 방법을 제안한다. 2층으로 향하면 김민재, 최원서, 김찬혁, 박지원, 온지음 집공방 디자인실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모두 전통의 아름다움에 현대의 실용성을 결합한 환경을 제시한다. 마지막 층에는 스튜디오 히치가 과거부터 사용한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층마다 달라지는 방의 형태와 작가별 색깔을 담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한국적 공간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것이다. 한층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10월 26일까지 전시와 연계한 아카데미 ‘공간 미담美談’도 진행한다. 전시에 참여한 김민재, 최원서 작가와 임태희 공간 디자이너를 비롯한 업계 인사들이 한옥과 변화하는 주거 환경에 대한 강연, 답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알파룸에 들창 등을 적용해 한국적으로 연출했다. 아름지기(최윤성), ‘JUST AS IT IS’, 화이트 오크, 월넛, 패브릭, 사이잘, 구로 철판, 아크릴 등, 2024. 제작: 더 포지션. ©재단법인 아름지기, 그루비주얼
<방(房), 스스로 그러한>
기간 11월 15일(금)까지
장소 재단법인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17)
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8천 원(일반 성인 기준)
문의 1670-3611

 

글 정경화 기자, 최지은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