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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발신 이영준 개인전 <Ingoing Escape>
이영준 작가는 반복되는 움직임에서 파생되는 형태를 나열하는 방식을 통해 리듬감을 시각화한다. 그가 ‘시간의 층계’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이다.

‘Notation/ Dividing Landscape’, ink, oil and acrylic on nettle, 220x220cm, 2024.
이영준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 미술 아카데미(AdBK München)에서 미술학을 공부하며 뮌헨 미술 아카데미 디플로마를 수료했다. 개인전 (2023, 스페이스 카다로그, 서울), (2023, Galerie Sebastianskapelle Ulm e.V, 독일)을 개최했고, 그룹전 (2024, Galerie Max Weber Six Friedrich, 독일), <반음계>(2024, Every Art, 서울), <환각몽>(2024, Prompt Project, 서울) 등에 참여했다.


이영준 작가의 작품은 평면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3D 공간을 체험하는 듯한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추상화 속에 추상화가 반복되는 듯한 깊은 공간감과 입체감을 자아내며, 기하학 구조와 이미지의 반복을 통해 독특한 리듬감 또한 느낄 수 있다. “저는 상상한 이미지를 재료나 테크닉의 제약을 받지 않고 실현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이질적 재료도 사용해 조합하는데, 충돌하는 물성을 적절히 섞어주기 위해 재료 연구를 많이 하죠. 수용성 물감과 지용성 물감의 차이, 혹은 안료의 양을 조절해 직접 섞어 만든 재료와 공산형 물감의 대비를 즐겨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성질의 아크릴물감으로 덮인 표면과 기름으로 먹어 들어가며 흡착되는 유화물감을 투명하게 쌓아가며 상반되는 느낌을 표현합니다.” 그가 페인팅 외에도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하거나 실생활에서 쓰는 그물을 그림 위에 얹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파편을 조합하는 이유다.


작가의 초기작은 독일의 문화적 영향을 반영한 작품이 대부분이었으나, 이후 추상의 세계로 진입하면서 추상과 구상을 자유로이 섞어가며 재료에 구애받지 않은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한다. “초기작과 현재 작업의 차이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주로 개인적 서사를 중심으로 특정한 사건이나 주제를 회화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는데, 재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다 보니 점진적으로 변하게 되었죠.”

‘5 Layers’, ink, oil and acrylic on nettle, 60x50cm, 2024.
이번 전시 의 뜻은 직역하면 ‘안으로의 탈출’인데, 작가 특유의 입체적 추상을 강조한 의미를 품고 있다. 그에 따르면 Escape(탈출)는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이 탈출의 방향성이 내부로 향했을 때의 어떤 전복적 상태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레이어를 쌓아가며 공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층을 쌓는 순서와 상관없이 화면의 안과 밖이 어긋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균열에서 생겨난 공간 속 관계를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이 중에서도 그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작품은 ‘Notation/ Dividing Landscapes(풍경 나누기)’. “전시장에 전시한 작품 중 가장 큰 이 작품은 제작 기간 또한 가장 깁니다. 저는 보통 완성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업하기보다 레이어를 쌓는 과정에 서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선택하는데, 다양한 재료와 질감을 연구하고 이 이질적인 것을 조합하면서 특히나 많은 고민을 한 작품입니다. 제 작업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레이어를 저는 ‘시간의 층계’라고 표현하는데요, 결과적으로 압축된 표면을 관찰하면서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면 좋겠습니다.”


그런 그에게 “이 시대 추상화의 매력이란 무엇일까?”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지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되도록 이분법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하려 하기에 ‘추상화’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제 작업에서 단번에 인식하기 어려운 형상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대상을 재현해내는 시도의 연장으로 생각합니다. 추상화의 매력은 관객으로 하여금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아닐까요?”

‘6 Layers #3’, oil and acrylic on nettle, 60x50cm, 2024.
전시 기간 9월 4일~10월 12일
장소 갤러리 지우헌
오프닝 리셉션 9월 4일 오후 5시
관람 시간 화~토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30분(일·월요일, 공휴일 휴관)
문의 02-765-7964

전시 오프닝 행사는 9월 4일에 진행하며, 이날 참석한 관람객에게는 데일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녹터널NOCTUNNEL’의 화이트 이브닝 바디워시를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글 백세리 기자 | 인물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