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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적 특징을 살리는 구옥 레노베이션 Atelier ITCH 정진욱·이유림
구옥을 고쳐 신혼 주택이자 작업실로 실제 사용 중인 아틀리에 이치 정진욱, 이유림 소장을 만나 구옥 레노베이션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공간 레이아웃이 자유롭기 때문에 공간을 대폭 축소하거나 확장할 수 있다는 점, 집이라는 건축물 자체가 지닌 장소적 특징을 녹여낼 수 있다는 점 두 가지를 꼽았다.

영롱 쌓기로 마감한 외벽 덕분에 동네 분위기와 대비되는 이치 하우스. 이전 집에서 2층으로 오르던 계단 자리는 살려두었다. 구옥의 일부를 남겨놓으며 집이 지닌 장소적 특징을 담아냈다. ⓒ김재윤
1층 작업실에 앉은 정진욱, 이유림 소장. 1층은 이 테이블을 기준으로 부엌과 작업실로 나뉜다. 테이블 왼편이 부엌, 오픈편이 작업 공간이다.
조용한 주택 골목 사이로 흰 벽돌 외관의 이치 하우스가 단번에 눈에 띄었습니다. 구옥을 고친 신혼 주택이라니, 참 멋진데요?
정진욱 결혼 후 어떤 집에 살 것인가를 처절하게 고민했습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려고 했을 때 현실적인 선택지에 대해 고민했지요. 저희가 건축가 부부인 점도 십분 활용했고요. 그래서 아파트는 처음부터 제외한 것 같아요. 아파트는 주차나 생활 여건, 관리 측면까지 여러모로 쉽고 편리해요. 반면 구옥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죠. 결단력이 필요했어요.

1층에서 작업도 하고 미팅도 하는군요. 그야말로 많은 분의 로망인 집업실인 거네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가 있나요?
정진욱 이 동네에 있는 집들은 보통 사람들이 지나는 소로변 길 쪽으로 입구가 있는데, 저희는 구들장과 석축을 따라 안쪽으로 빙 둘러오게 구획했어요. 프라이버시도 보호하고, 외벽이 한층 크고 넓어 보이는 효과를 동시에 얻었죠. 구들장은 이 집의 장소성을 간직한 요소라 처음부터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구들장은 아주 예전에 이 자리에 한옥이 있었을 때 만들었다고 해요. 집 바깥쪽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던 자리도 살려두었어요. 그렇게 구옥의 일부를 조금씩 남겨두었습니다.


1층 테라스 담장은 바깥쪽에서 보이는 건물 외벽과 이어진다. 담장을 확장한 덕분에 건물 외벽은 넓어 보이고, 테라스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작은 집이라고 소개했는데요, 상대적으로 욕실은 굉장히 넓어요. 선택과 집중이 분명한 집처럼 보이네요.
이유림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 욕실 아닐까 싶네요. 욕조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조적을 쌓아 샤워 부스처럼 욕조처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인데, 두 명이 누워도 넉넉해요.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좋아하는 공간이고, 저희 라이프스타일이니까 구현하게 됐죠.

집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이토록 분명하게 드러나는 걸 보니, 작업할 때도 놓치지 않는 철학일 것 같아요.
정진욱 ‘주거 공간을 작업할 때 정해진 답은 없다’라는 게 저희의 디자인 철학이에요. 모든 초점은 집주인에게 맞추죠. 어떤 요소는 나에게는 좀 불편해 보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딱 맞는 취향일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게 정답이 되는 거죠. 예컨대 죠죠 하우스는 클라이언트가 집 안의 모든 스위치를 감춰달라고 요청했어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감추기를 원했기에 아주 최소한의 스위치만 노출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문장 중에 윈스턴 처칠의 “사람은 건물을 짓고, 그 건물은 다시 사람을 짓는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이 구절을 녹여낸 공간이 집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디자이너이자 현장 소장이지만, 그 전에 조율자예요. 클라이언트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작은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해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집이지만 넓어 보이도록 벽과 바닥, 천장까지 모두 우드 톤으로 통일했다. 모두 벽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면 세탁실과 창고가 숨어 있다.

혹시 이곳처럼 누군가 구옥을 고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이유림 보편적 기준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활 방식과 니즈를 제대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희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다 보니 옷에 털이 많이 붙어요. 그런데 또 둘 다 검은 옷을 좋아하죠. 집에 들어오면 바로 아이들을 안아주는 습관이 있는데, 만일 그게 제대로 파악됐다면 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옷장 위치는 현관이 되는 거죠. 

정진욱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첫 미팅은 무조건 사무실에서 해요. 당연해 보이지만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죠. 이곳까지 찾아오는 의지가 있다면, 어떤 집이든 내 공간을 완성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의지가 중요하고요, 그다음은 선택과 포기예요. 주차를 포기할 수도 있고, 단독주택은 관리하기도 쉽지 않죠. 많은 사람이 “내 취향을 담은 집을 갖고 싶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많은 것을 감내하고 실행에 옮기는 건 쉽지 않으니 그 결정이 제일 중요하죠.


Project


죠죠 하우스
1층은 20평, 2층은 15평의 단독주택으로 기존 건물의 형태와 색을 최소한으로 정리하고 출입구를 안쪽으로 구성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30대 부부와 강아지 죠죠가 함께 사는 집으로, 층간 경계나 공간 분리를 최소화해 반려견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부엌을 중심으로 야외 테라스와 실내 이끼 정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해 독특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김하늘
H 하우스
밀도 있는 우드 톤으로 바닥과 벽을 통일감 있게 마감한 에이치 하우스는 아틀리에 이치의 아파트 리모델링 프로젝트다. 집의 모든 벽은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곳곳에 안방, 베란다, 창고, 신발장으로 이어지는 문이 어우러졌다. 문손잡이가 없어 벽과 문의 경계가 모호한데, 이 덕분에 집이 더욱 넓어 보이는 것은 물론 획일적인 아파트 인테리어에 독특한 공간감을 부여한다.


아틀리에 이치
건국대학교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정진욱, 이유림 소장이 공동대표로 운영하고 있다. 첫 프로젝트인 이치 하우스로 개소했으며, IF 디자인 어워드 2023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구옥 레노베이션, 스테이부터 상공간까지 다양한 작업을 통해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이치에 맞는 것을 탐구하며, 공간의 영향력에 대해 고민한다. atelier-itch.com


사진 박찬우, 홍기웅(프로젝트)

글 손지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