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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공간의 맥락 Nontext 정한
성수동의 카페 ‘자그마치’와 연희동의 복합 문화 공간 ‘은는(=)’ 등 트렌디한 상업 공간을 작업한 논텍스트의 정한 대표. 상업 공간을 주로 작업하지만, 주거 공간을 작업한 경험도 꽤 있다. 별장, 단독주택, 빌라, 아파트, 상가 건물을 용도 변경한 주거 공간까지, 하나에 고착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집을 다뤘다. 형태도 취향도 다양하지만, 항상 놓치지 않는 건 억지스럽지 않고 보기에도 사용하기에도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

래퍼 키드밀리의 집 거실 공간.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대로 거실은 토고 소파를 중심으로 배치했다. 창문 너머 보이는 공간이 집의 가운데에 위치한 중정이다. 독특한 구조는 그대로 두고, 집주인의 생활 패턴에 맞게 공간을 구획했다. ⓒ김동규
정한 대표는 건국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공간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공간 스튜디오 쿼츠랩을 운영하며 다양한 상업 공간을 작업했다. 2019년에 독립해 자신만의 논텍스트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스튜디오 이름처럼 맥락에 맞는, 억지스럽지 않은 공간을 연출하고자 노력한다.
논텍스트의 로고가 독특해요. 글자가 뒤집혀 있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어색한 모양이기도 하고요. 스튜디오의 방향성을 담은 건가요?
제 스튜디오를 시작할 때 이름에 ‘텍스트’라는 키워드를 꼭 넣고 싶었어요. 논텍스트는 내추럴과 콘텍스트의 합성어예요. 자연스러운 맥락이라는 뜻이죠.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오타가 있어도 문맥상 이해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같은 맥락에서 이 로고도 일부러 뒤집고 변형했지만, 무슨 글자인지 잘 읽히죠. 공간을 만들 때도 억지스럽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러운 맥락 안에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서 홈페이지에 이미지와 함께 짧은 기록을 올리는데, 그 글을 보고 문의하는 클라이언트도 꽤 있더라고요.

논텍스트의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의뢰가 들어오고 계약을 마치면, 사전 조사를 해요. 클라이언트마다 원하는 공간이 명확한 분도 있고,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요청하시는 분도 있고, 레퍼런스를 2천 장씩 갖고 오는 분도 있어요. 뭐든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요.(웃음) 저는 사전에 질문지를 전달하고 서면으로 받아요. 여러 항목이 있는데, 마지막에 가져갈 가구, 새로 구매하고 싶은 아이템, 저희에게 제안받고 싶은 것도 여쭤봐요. 그리고 진행 과정 중에는 아무래도 적용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분이 많아서 간단한 렌더링을 보여드리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편이에요.


현재 정한 대표를 포함해 직원 다섯 명이 함께 일하고 있는 논텍스트의 연남동 사무실 공간. 오른쪽 책장에는 장 프루베, 르코르뷔지에 같은 건축가와 가구 디자이너 단행본 컬렉션이 꽂혀 있다.
가구를 이용한 구조변경이 인상적이네요. 예전에 진행한 다른 주거 공간도 소개해주세요.
혁오 밴드 오혁 씨의 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부터 뚜렷한 가구 리스트가 있었어요. 그 리스트를 기반으로 그에 어울리는 공간을 역제안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보통 공간 디자인을 하고 그에 맞는 가구를 제안하는데, 거꾸로였죠. 비초에, 판톤 체어, 루이스 폴센 등 디자인 가구를 많이 경험했어요. 디터 람스의 비초에는 당시 국내 설치팀이 없어서 가구 브랜드 레어로우 팀을 섭외해 설치했어요.

공간을 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색채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에요. 같은 맥락에서 공간을 꾸며갈 줄 아는 클라이언트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과 주인이 함께 닮고 익어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배경을 잘 만드는 거죠. 특히 주거 공간은 특정 구성원이 점유하는 곳이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미잖아요. 그래서 가구나 이미지, 오브제로 자신만의 색을 꾸며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roject

ⓒ양성모
오혁의 집

클라이언트의 가구 리스트를 기반으로 공간을 구성한 프로젝트. 논텍스트 정한 대표의 은사이기도 한 문도호제 임태병 소장과 협업해 진행했다. 붉은색 벽돌 타일로 바닥에 포인트를 주어 독특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기존 주택의 동선을 유지하면서 공간 구성에 집중했다.


ⓒ김동규
키드밀리의 집
단독주택처럼 보이지만 3층의 공간을 세로로 점유하는 다가구 형식의 독특한 구조였다. 그 구조 안에서 클라이언트의 생활 패턴과 동선에 맞게 공간을 구성했다. 입구가 2층인 점을 고려해 집 가운데에 있는 중정을 기준으로 거실과 명상실, 안방과 작업실 등을 배치했다.


논텍스트
대학 동기들과 함께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쿼츠랩을 공동 운영하다 독립해 논텍스트를 설립한 정한 대표. 내추럴 콘텍스트를 축약한 이름처럼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맥락에 맞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카페, 사무실, 쇼룸, 라운지 등 다양한 상업 공간을 작업하며 주거 공간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nontext.kr

글 손지연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