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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인테리어 디자이너 Charlotte Taylor 샬럿 테일러
오늘날 이상적인 홈 인테리어의 모습은? 컴퓨터로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런던 기반의 디자이너 샬럿 테일러는 '첨담'에 ‘편안함’이라는 키워드를 내놓았다.

3D렌더링을 활용해 현시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을 창출하는 샬럿 테일러.
3D 아티스트 알폰소 히메노Alfonso Gimeno와 함께 작업한 캘리포니아 앱토스 트리 하우스 내부 전경.
순수 미술을 전공한 샬럿 테일러는 대학생 때 네덜란드 아티스트 크레인 더코닝Krijn de Koning의 스튜디오에서 세트 디자인 인턴으로 일하며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처음 접했다. 초반에는 2D 일러스트 위주로 작업했지만, 점차 극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3D 작업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인테리어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2019년에는 가상의 집을 만드는 메종 드 세이블Maison de Sable을 설립했다. 무한한 상상력을 창조와 혁신으로 이끌어주는 ‘가상현실’이라는 플랫폼이 디자이너인 그에게는, 자신이 상상한 건축과 인테리어를 시험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일종의 창조적 놀이터 역할을 해줬다. 또한 예산에 제약받지 않고 디지털 방식으로 공간 디자인을 탐구하면서 창의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었다.


건축디자인 스튜디오 앤드루 트로터와 함께 작업한 파레아Parea 레지던스의 유타하우스Utah house 침실 전경.
버추얼 인테리어, 즉 가상의 집을 제작하는 작업 프로세스가 궁금하다.
최근 들어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참고 자료를 수집하는 AI를 연구 프로세스로 도입했지만, 이전까지는 그 어떤 프로그램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연필과 종이로 나의 막연한 상상력을 구현했다. 작년부터는 현실 세계에 설계를 실현하는 ‘실존’ 프로젝트도 선보이면서 아이디에이션 방식을 더욱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 니콜라스 프레오Nicholas Préaud와 함께 구상한 상파울루 아치바이아 강변의 카사 아티바이아Casa Atibaia는 구글 지도의 정보로 살피며 디지털 모델을 만든 것이다. 한편 건축가 앤드루 트로터Andrew Trotter와 함께 작업한 유타주에 위치한 집(현재 공사 중)은 호텔과 휴양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거대한 통유리와 석회 석고로 마감한 벽을 사용해 사막 풍경과 어우러지도록 설계했다.


유타 하우스의 거실. 샬럿 테일러의 3D 작품을 실제로 구현한 첫 번째 케이스다.
당신이 디자인한 집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가?
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여정, 관점,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집은 개인적 감성이 담긴 대표적 예시다. 규모에 상관없이 ‘편안함’이라는 요소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차분한 톤의 색감을 고수하는 이유다. 또한 삶의 흔적이 담긴 장면을 담으려고 하는데,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있는 가구나 오브제를 포함시켜 공간이 보다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이솝Aesop 협업 프로젝트. 3D 아티스트 조 모텔Joe Mortell과 함께 작업한 욕실. 타일로 뒤덮인 욕실 뒤로는 대자연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년에 당신의 첫 번째 책 <디자인 드림Design Dream>을 출간했다. 몽환적이고 미래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한 80여 개의 건축, 조경, 인테리어디자인 작품이 담겨 있다. 사람들이나 독자들이 '꿈의 집'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기 위함인가?
<디자인 드림>은 환상적 공간을 함께 창작해온 예술 커뮤니티를 기념하고, 그들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기 위해서 출판했다. 또한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장난스럽고 초현실적인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고 건축이 지닌 드넓은 스펙트럼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유타 하우스의 욕실 전경.
요즘 홈 인테리어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삭막한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소재와 톤으로 집을 꾸미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이 안식처이자 편안한 공간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졌고, 집이 더욱 포용적인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가?
종종 장소와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특히 오래된 인테리어 서적이나 잡지 등 인쇄물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영화와 건축의 교차점을 탐구한 책을 읽고 있는데, 이 또한 작업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유타 하우스의 침실 전경. 샬럿 테일러는 본인이 살고 있는 집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들을 작품에 배치해 환경에 친숙함을 담아낸다.
당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인 캘리포니아 앱토스 Aptos에 위치한 미드센트럴 트리 하우스의 디지털 레노베이션.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진행한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진행한 프로젝트가 그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달까?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최신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만의 집을 디자인하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은 어떤 모습일까?
집은 매우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애초에 ‘이상적인 집’이 달성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꿈 꾸는 집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현재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집은 안뜰을 갖춘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집이다. 그리고 예전에 파리에 위치한 메종 드 베르Maison de Verre를 방문했는데, 문손잡이와 창문 높이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디테일이 인상 깊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아, 그리고 욕조는 필수다.(웃음)


사진 제공 Charlotte Taylor

글 백세리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