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무라 마사아키와 그의 아들 니시무라 히로가 함께 작업하는 라쿠토가마 공방. 히로는 매일 새벽 4시부터 공방에 나와 작업할 정도로 도예에 푹 빠져 있는 도예 유망주다. 몸 하나만 있으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그릇을 구울 수 있도록 단련하는 중. 지난 3월엔 이곳에서 히로의 첫 개인전을 열었다.
집과 연결된 카페 암리탄. 니시무라 지카코가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핸드 드립 커피를 내려 판매한다. 카페는 SNS를 통해 오픈 일정을 공지한다.
니시무라 마사아키 가족은 네 자녀와 함께 자급자족하며 소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도자를 만드는 라쿠토가마 공방, 어머니가 손수 만든 빵과 과자를 판매하는 암리탄. 아와지시마의 아름다운 자연 아래 그보다 아름답게 느껴진 건 정겨운 니시무라 가족의 모습이었다.
니시무라 가족의 포근한 마음씨를 닮은 따뜻한 목재 인테리어.
니시무라 마사아키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제작한 내열 수프 냄비와 타진 냄비. 압력솥 못지않은 불 맛을 구현한다.
아와지시마의 해변 중 아름답기로 유명한 고시키하마에서 동쪽으로 10분 정도 떨어진 이곳. 여기엔 해변 풍경의 아름다움을 잊게 할 만큼 ‘사람의 다정함’이 더 인상 깊은 예술가의 공방이 있다. 도예가 니시무라 마사아키にしむら まさあきMasaaki Nishimura와 그의 고등학생 장남 니시무라 히로가 함께 작업하는 공방 라쿠토가마Rakutogama가 그곳. 예술가의 작업실 하면 떠오르는 차가운 이미지와는 반대로 그의 공방엔 늘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니시무라 마사아키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많은 동네 사람도 자주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직접 만든 효모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발효시켜 구워낸 빵. 니시무라 지카코에게 빵 만들기는 삶의 일부다. 그때그때 생각하는 이상적인 빵 맛과 질감이 달라, 항상 새로운 맛을 상상하며 매일 즐겁게 빵을 만든다.
직접 구운 빵과 아와지시마산 양파로 차린 간단한 식사. 모두 니시무라 마사아키가 직접 만든 그릇에 담았다.
“제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 그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니시무라 마사아키는 스스로를 도예가라고 칭하기보다는 “식기 등의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라며 소박하게 소개한다. 고베에서 태어난 니시무라 마사아키는 일본의 6대 도자기 중 하나인 단바야키의 명장 시미즈 도시히코 아래서 수련한 후, 아와지시마로 들어와 가마 일을 시작했다. 그가 만드는 그릇의 특징은 아와지시마의 흙만을 원료로 사용해 제작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 산에서 채취한 흙을 사용하고 화로의 재로 유약을 만들어 그릇을 완성한다.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차분해지는 부드러운 색조와 중후한 볼륨감이 돋보이는 그릇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식탁 위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어린 두 딸과 함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카코의 행복이 가득한 부엌.
집 안 곳곳에 니시무라 마사아키의 그릇을 전시해두었다.
라쿠토가마 공방에서 제품의 원료 만들기부터 성형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니시무라 마사아키는 자신이 만든 그릇에 담기는 식재를 더 잘 알기 위해 지역 생산자들과 함께 이런저런 흥미로운 일을 도모하는 중이다. 동네 요리사들과 협력해 마을의 흙으로 그릇을 만들고, 그 그릇에 지역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로 만든 음식을 담아 자신이 사는 마을을 온전히 표현해보기도 한다. 도예가지만 그릇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농업에도 주력해온 니시무라 마사아키는 벼를 재배해 사케를 만들고, 양봉을 통해 꿀도 모으고 있다.
잔디밭을 사이에 두고 라쿠토가마 공방 맞은편에 위치한 갤러리와 숍. 모두 천연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판매하는 제품 하나하나의 모양과 색이 다 다르다.
아와지시마는 고기, 우유, 생선, 채소, 과일 등이 맛있기로 유명해서 옛날부터 왕실에 식재료를 헌상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들어 부쩍 식재가 풍부한 이곳으로 이주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니시무라 부부는 자연스럽게 좋은 마을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숙소를 운영하려는 사람, 버려지는 채소를 가공하려는 셰프 등 니시무라 부부는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아와지시마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는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닌 각자의 일을 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일에 가장 몰두하는 중이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중심이 된 데는 부인 니시무라 지카코의 힘이 컸다. 결혼 전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한 그는 남편과 함께 지역 생산자나 셰프를 3년간 취재해 식재, 아와지시마의 생활, 생산자에 대한 생각 등을 쓴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둘째 딸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니시무라 가족의 밝은 미소에 웃음이 절로 새어 나오는 사진.
숍에서 니시무라 지카코가 직접 염색한 앞치마 등 의류를 판매한다. 도예의 원료인 푸른 흙과 옹기를 이용해 캘리코calico 천을 염색하는 걸 좋아한다고.
네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니시무라 마사아키 가족의 집은 그의 라쿠토가마 공방만큼이나 훈훈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지금은 라쿠토가마 맞은편에서 1백 년 넘은 외할머니의 집을 개조해 갤러리와 숍,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어려서 부인이 갤러리 일을 직접 할 수 없던 때가 있어 네 아이를 돌보면서도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집 앞을 개조해 카페 암리탄Amritan을 오픈했다. 일주일에 한 번쯤 비정기적으로 오픈하는 이 카페에서 니시무라 부인은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내리고, 특별한 레시피로 빵을 구워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한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와지시마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이제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 큰아들 히로와 세 딸이 자연스럽게 라쿠토가마에서 아버지와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도자기를 만들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숍에서 판매한다. 니시무라만의 공방에서 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공방이 된 라쿠토가마. 니시무라 마사아키는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의 움직임에 솔직한 가마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는 것과 일하는 것의 경계가 좀 더 모호해지길 바라면서.
취재 협조 일본정부관광국
- 아와지시마에 사는 사람들 도예가 니시무라 마사아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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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섬, 아와지시마. 기후가 온화하고 주변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낙농업과 어업이 발달한 이곳엔 질 좋은 식재료가 넘쳐난다. 어디 식재료뿐인가! 일본 최대 향 생산지이자 일본 3대 기와의 생산지로 다채로운 문화를 꽃피운 아와지시마엔 그에 걸맞은 창작자가 즐비하다. <행복>은 지난 6월, 내세울 것이 너무도 많은 보물 이 같은 섬에서 세 명의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를 만났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