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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화 대표_미미화 컬렉션 ‘빈티지의 의미’를 재발견하다
취향이 뚜렷한 공간에는 사람을 잡아당기는 힘, 공간력이 존재한다. 해운대에 위치한 미미화 컬렉션이 대표적인 곳으로, 단순히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컬렉션 의미를 제안한다. 정창화 대표는 북유럽에 있을 법한 집으로 공간을 구현해 빈티지 마니아를 부산으로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한다.

회전식 유리문을 만들어 개방감이 느껴지는 입구.
정창화 대표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빈티지 가구를 위한 안내자로 일하며 미미화 컬렉션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3~4개월에 한 번씩 가구를 구입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며, 그곳에서 발견한 가구의 스토리를 기록하며 가치 있는 것을 수집하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치 있는 것을 수집하는 미미화 컬렉션의 빈티지 가구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1층 전경.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더 많은 가구를 만날 수 있다.
‘가치 있는 것을 수집한다’라는 슬로건으로 2019년에 시작한 미미화 컬렉션은 20세기 디자인사의 핵심인 미드센추리 빈티지 가구를 선보인다. 4층 규모의 단독 건물에는 네덜란드, 벨기에·독일·프랑스 등에서 직접 찾은 알바 알토의 60 스툴, 에로 사리넨의 튤립 체어, 핀 율의 재퍼니즈 체어, 피에르 잔느레의 피존 홀 데스크 등 다양한 빈티지 가구가 가득하다.

특히 정창화 대표가 가구를 구매하러 떠난 여정에서 겪은 일, 가구에 얽힌 디자이너와 디자인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려 고객과 소통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단순히 가구를 소개하는 일을 넘어, 물건에 담긴 의미를 통해 수집의 재미를 알리고 있다. 고객 대부분이 타 지역에서 부산 여행 겸 가구를 구매하러 온다는 사실! 그만의 감각으로 미드센추리 빈티지 가구를 현대 도시인의 공간에 추천하며, 일본 텍스타일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의 패브릭을 사용한 커버링도 함께 제안한다.


빨간 래커칠이 매력적인 얀 피터르 베르후프가 디자인한 의자.
알바 알토의 65 체어와 나무색의 반원 테이블.
1951년 상파울루에서 열린 고흐의 전시를 기념해 제작한 빈티지 포스터.
북유럽 빈티지 가구에 빠진 계기가 궁금하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최초가 있다. 20대 때 단기 연수로 베를린에 머문 적이 있다. 강의 조교 역할을 하던 한스라는 독일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는 루프트브뤼케Luftbrücke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빈티지 가구를 잘 모르던 시절이라, 먼지투성이인 공간에 마구잡이로 쌓여 있는 가구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한스가 열심히 가구를 고르는 모습을 보니, 나도 무언가 사야겠다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었다. 그의 추천으로 얼떨결에 찰스&레이 임스Charles&Ray Eames의 다스DARs 체어를 샀고, 집으로 가져와 거실 한쪽에 놓고 보니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더라. 그때부터 빈티지 가구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것 같다. 아, 다스 체어는 지금의 10분의 1 가격이었다. 한국으로 가지고 올 수가 없어 두고 왔지만.

그래서 낮에는 본업인 치과 의사로 열심히 일하고, 밤 혹은 주말에는 가구 안내자로 살게 되었나?
1mm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대칭과 비율이 선사하는 엄청난 세계가 좋았다. 치과 일은 정교함과 책임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 질 때가 많다. 일에 함몰되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럴 때마다 유럽으로 여행 가서 좋은 가구를 보며 위안을 받곤 했다. 좋아서 한두 개씩 사서 모으다 나중에는 컨테이너 단위로 구매하다 보니 둘 곳이 없더라.(웃음) 규모가 커지면서 취미가 새로운 일이 되었다.


가구를 구입하러 갈 때마다 느낀 감정과 에피소드, 만난 딜러들을 수첩에 기록한다.
나무 바닥과 가구, 격자 창문의 조화가 북유럽 집과 닮았다.
북유럽 디자인은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많은 사람이 북유럽 가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조경은 영국인에게, 실내 장식은 북유럽인에게’라는 격언이 있듯이, 미드센추리 시대의 북유럽 디자인이 지닌 힘은 시대를 초월한 엄청난 호소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리프로덕션해 생산하는 가구가 있지만,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간직한 클래식 가구는 대량생산하는 공산품과 또 다른 깊이가 있다. 특히 북유럽 가구는 간결하면서도 실용적 디자인이 특징이라 도시인의 작은 집에도 잘 어울린다.

좋은 공간은 그 자체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환상을 현실 공간으로 구현하는 데서 그 힘이 나오는데, 붉은 벽돌과 나무 바닥, 큰 창과 가구의 조화가 북유럽 집을 연상시킨다. 고객 경험을 위해 무엇을 고려했는가?
가구는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구매 경험이 완전히 달라진다. 코펜하겐에 가면 ‘더 아파트먼트’라는 가구 숍이 있다. 실제 생활하는 아파트에 가구와 소품을 두고 판매하는데, 그 경험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해운대 근처 오피스텔을 빌려 가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쇼룸도 아니고 집도 아니다 보니 한국 정서에 맞지 않아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제대로 된 쇼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해운대 뒷골목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건물을 판매한다는 손 글씨로 쓴 광고를 봤다. 바로 계약해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돌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미미화의 가치를 그대로 담고 싶어 골조만 시공사에 맡기고 하나하나 직접 공사를 진행했다. 외관은 손가락 마디 굵기 정도의 간격으로 벽돌을 붙이고, 바닥은 덴마크 테카Teka의 나무 타일을 공수해 깔았다. 쇼룸으로 들어오는 유리문에는 알바 알토가 193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핀란드관을 위해 디자인한 타이토Taito 구리 손잡이를 달았고, 격자창을 내고, 조명까지 디테일하게 조절해 가능하면 북유럽 집에 놀러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첫인상이 공간의 경험을 결정하고, 환상을 담은 현실 공간이 가구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문의하는 고객을 위해 셀렉트한 빈티지 그릇.
최근 정창화 대표가 푹 빠져 있는 알바 알토의 컬렉터블 피스로 가득 채운 2층.
미미화 컬렉션에서는 주로 어떤 빈티지 가구를 만날 수 있나?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는 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따뜻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살아 숨 쉬는 듯한 나무 가구가 좋고, 이를 가장 많이 취급한다. 처음에는 덴마크 디자이너 핀 율Finn Juhl에 푹 빠졌고, 최근에는 알바 알토Alvar Aalto가 디자인한 스툴과 의자, 책상을 수집한다. 3개월에 한 번씩 빈티지 딜러가 밀집해 있는 네덜란드·벨기에·독일·프랑스 남부 지역으로 가구를 구입하기 위해 가는데, 한눈에 반하게 되는 작품이 꼭 있다. 예를 들어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가 행정기관의 사무용으로 디자인한 피존 홀 데스크나 얀 피터르 베르후프Jan Pieter Berghoef Sz-85라는 분류명이 붙은 의자다.

특히 얀 피터르 베르후프는 술을 너무 좋아해 서른넷의 나이에 요절한 네덜란드 작가인데, 자작나무 몸통 위에 붉은 래커를 칠한 뒤 검은 벨루어를 덮어 디자인과 색감의 대비가 좋다. 이런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나의 생각을 그때그때마다 올려 취향을 공유하고 싶다. 최근에는 구하기 어려운 포스터나 그림도 큐레이션해 선보인다. 포스터의 경우 종이 아래 40수나 60수 비단 천을 깔아 직접 표구를 해서 제안하기도 한다.


빈티지 TV와 포스터. 포스터에 어울리는 비단과 나무를 직접 골라 표구할 만큼 애정을 쏟는다.
수태고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알레산드로 시촐드르Alessandro Sicioldr의 그림으로, 직접 밀라노에 가서 전시 마지막 날 구매한 작품.
아주 오래된 아르텍 60 스툴 위에 가죽이나 천을 덧대어 커버링한 제품도 눈에 띈다.
핀란드에 갔을 때 알바 알토의 체어를 가죽이나 천으로 커버링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알토 체어가 세상에 나온지 80년 이상이 되었는데, 세월이 흐름에 따라 스스로 패브릭을 덧대어 업홀스터리를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의자가 새로운 생명을 얻어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생기더라. 그런 작품을 바잉하기도 하지만, 그 작업이 재미있어 오래된 체어에 미미화의 미감으로 직접 업홀스터리를 제안하기도 한다. 일본 텍스타일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의 패브릭을 사용해 커버링을 해보고 있다. 이를 재미있게 생각해주는 분도 많아 다행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빈티지 가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금의 부산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컬렉션의 가치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빈티지 가구를 보면 민예품 같다. 민예품은 공예품은 물론이고 서민적인 회화·조각·예능·건축까지 아우른다. 패브릭을 입힌 알바 알토의 스툴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유산에 현재를 덧대어 하나의 민예품처럼 보였고, 이는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부산도 여전히 과거의 예스러움과 현재의 화려함이 공존하는 도시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가 아닌, 정 많고 격의 없는 동네다. 미미화 컬렉션이 추구하는 공간과 가치도 그와 같다. 내가 나고 자란 동네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빈티지 가구를 소개하는 것이 새로운 전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격의 없이 언제든지 놀러 올 수 있는 덴마크 집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덧붙이자면 고객의 90%가 부산이 아닌 타 지역에서 찾아온다. 부산 여행을 통해 혹은 미미화에 들르고 싶어 찾아오는데, 새로운 부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한스 웨그너Hans Wegner의 초창기 버전인 CH25 라운지 체어.
미나 페르호넨의 패브릭을 사용해 리커버링을 제안한다.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고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빈티지 가구를 구매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나와 취향이 같은 빈티지 마니아분이 이곳에 들어와서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가구를 선택하는 것은 취향이 반영된 주관적 영역이다. 대부분 빈티지 마니아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주관이 뚜렷한 분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생각했을 때 예쁘고 갖고 싶은 가구가 대체적으로 옳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작은 의자나 스툴 하나라도 일단 구입해서 공간에 배치해보는 게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혹시나 생각하던 느낌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빈티지 가구는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서 쉽게 리셀도 가능하니까.

가구가 공간을, 더 나아가 삶을 어떻게 완성해준다고 생각하나?
덴마크 사람은 첫 월급을 받으면 의자부터 산다고 한다.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겪어보니 실제로 그렇더라. 좋은 가구 혹은 내 마음에 드는 가구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는 만족감, 행복감을 일찍부터 알고 실천하는 그들의 삶이 멋져 보였다. 그 속에서 느낀 것은 취향이 반영된 가구로 꾸민 공간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덴마크 잡지를 본 적이 있다.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내가 머무는 공간을 어떻게 좀 더 안락하게 만들 것이냐가 그들 사이에서도 화두였다. 결론은 누구나 사는 그런 가구가 아닌, 내가 소유욕을 느낄 만한 유니크한 가구를 구매해서 나만의 공간을 꾸며보라는 것이었다. 진부하지만 곱씹을수록 맞는 말 같다. 그 안에서 온전히 쉴 때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으니까.


〈미미화 컬렉션〉
인스타그램 @mimihwa_collection
기획 미미화 컬렉션
건축디자인 미담 건축디자인
운영 시간 예약제 운영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순환로8번길 63

글 김혜민 | 사진 이명수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