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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 대표_모모스커피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를 재발견하다
크리에이터 도시인에게 제3의 공간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지대 같은 곳이다. 그 역할에 충실한 곳을 꼽자면 카페가 독보적이며, 최근에는 커피 한 잔을 넘어선 경험을 통합해 보여주는 곳이 늘고 있다. 부산 영도에 있는 모모스커피도 그중 한 곳으로, 커피를 매개로 로컬과 지역 구성원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전주연 대표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파운더 이현기 대표, 박정수 대표, 정주은 이사와 함께 모모스커피를 운영하는 핵심 멤버다. 모모스커피를 대표하는 바리스타와 그린빈 바이어로 활동하며, 집요함과 도전 정신으로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 및 브랜드 경험을 기획한다.
커피 바의 폭과 높이를 조절해 바리스타들이 언제든지 손님과 눈을 맞추며 소통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2007년 부산 동래 온천장에서 네 평 규모로 시작한 모모스커피는 15년이 지난 지금, 국내 최초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전주연 대표를 비롯해 60명에 가까운 팀원이 1천 평에 이르는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이 약 2백억 원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부산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스페셜 커피 브랜드로 자리 잡은 모모스커피는 2021년 12월 24일, 부산 영도구에 모모스 로스터리&커피 바를 오픈했다. 옛 조선소 창고를 개조해 5백 평 공간은 원두를 생산하는 시설로, 1백 평 정도는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 것.

바리스타들은 바 앞에 서서 커피를 내리며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은 날것의 아름다움을 지닌 영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음미한다. 이 모든 것은 커피 한 잔에 ‘맛’이라는 기술적 측면과 커피를 위해 모이는 사람 그리고 부산이라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모모스만의 경험 기획이 있기 때문이다.


큰 창을 통해 투박하고 거친 영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커피 포대를 활용해 소파를 제작했다. 유리 벽 뒤로 원두를 보관하는 창고가 있다.
부산 영도에 자리한 옛 조선소 창고를 개조해 모모스커피를 오픈했다. 영도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넓은 생산 시설이 필요했다. 온천장점은 네 평으로 시작해 공간을 덧대어 확장하다 보니 팀과 고객 모두에게 동선이 복잡했다. 코로나19 이후로 원두 유통 자체가 성장했고, 로스팅 시설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원래는 온천장에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려고 2년 넘게 설계 도면을 그리고 있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우리는 왜, 어떤 의도로 건물을 지어야 하나’에 대한 뾰족한 답을 찾을 수가 없어 답답한 상태였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온천장 프로젝트가 무산됐고, 새로운 부지를 찾다 영도에 있는 옛 조선소 창고를 발견했다. 지하철로 따지면 온천장과 영도는 끝과 끝일 만큼 거리가 멀어 망설였는데, 이 공간과 바다가 만드는 풍경을 보자마자 팀 모두가 마음을 빼았겼다. 부산 바다라고 하면 해운대나 광안리를 떠올린다. 영도는 부산 사람들도 자주 오는 곳이 아니었고, 인구가 빠르게 소멸되는 지역이다. 고민을 하다 보니 커피는 사람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니 우리가 영도로 사람들을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커피 한잔으로 영도의 사회 이슈에 대한 질문도 던질 수 있으니 이 기회마저 행운이라 생각했다.

직접 보니 거대한 선박과 색색의 컨테이너가 어지러이 놓인 바다를 보며 자리한 모모스커피가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외벽에 있는 소녀 그림도 독특하고.
거칠고 투박하고, 날것 그대로의 아름다움. 이런 바다라면, 이런 공간이라면 모모스커피가 탄생한 부산을 굳이 설명하지 않고, 부산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우리가 들어오기 전 부산비엔날레 장소로 쓰였고, 스트리트 아티스트 구헌주 작가의 그림인 이 소녀도 있었다. 새로운 외벽을 만들기 위해 그림을 지워야 하나 고민했는데, 구헌주 작가 역시 온천장 근처 벽에서 작업을 시작하며 영국에서 전시할 만큼 유명해졌다. 우리 스토리와 닮아 있어 그림을 지켜가도 되겠다 싶었다. 작가는 조카를 그렸는데, 우리 이사님과도 많이 닮아 사람들이 자주 물어본다. 결과적으로 더 의미 있기도 하고.(웃음)


일자로 길게 뻗은 커피 바 앞뒤로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언제든지 바리스타가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리 벽을 통해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경험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내부로 들어오면 탁 트인 공간에 일자로 길게 놓인 커피 바와 유리 벽 뒤 생산 시설이 주는 존재감이 남다르다. 공간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 달라.
첫 번째는 팀이 기존 공간보다 훨씬 편하게 일하는 구조, 두 번째는 로스팅 시설이 있는 공장 형태를 갖추는 것이었다. 기존 골조는 그대로 살리되 외벽은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내부는 우리가 하는 일이 투명하게 보이도록 유리 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했다. 처음에는 국내에서 생산한 유리로 외벽을 세웠는데, 철분 함량이 많아 녹색을 띠고 빛을 반사해 내부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오픈을 미루고 유리를 다 부순 후 수소문한 끝에 부산에서 활동하는 이재경 유리 작가를 만났다. 투명함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선택이 필요했는데, 유리 두 장을 겹치고 그 사이에 필름지를 넣어 안전하면서도 규모감 있는 유리 벽을 세울 수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왼편에는 생두를 보관하는 냉장 창고가 있는데, 산지에 가서 원두를 셀렉하는 그린빈 바이어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가운데는 바리스타와 로스터, 오른편 계단 위 사무실에서는 기획자와 디자이너 및 마케터가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원두를 자동으로 로스터리 기계까지 옮겨주는 사일로 시스템을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해 원두 생산부터 커피 한 잔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그 덕분에 물건을 진열하고, 커피를 제공하는 단순한 쇼룸이 아닌, 투명한 유리를 통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무대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쇼처럼 보이고 싶은 의도를 제대로 반영했다.


팀원과 랩실에서 테이스팅을 진행하는 전주연 대표.
결국 모모스커피 영도가 풀어내는 몰입형 경험은 오감을 활용한 콘텐츠 전달인 것 같다.
공간 경험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세부적이며, 통합적인 전략이어야 한다. 이제 커피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청각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바다가 보이는 입구, 커피를 내리는 모습, 맛과 향, 음악 소리 등 이 모든 게 어우러져야 한다. 특히 커피 바는 머신과 도구를 하부에 두고, 폭을 90cm로 제작했다. 90cm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바리스타들이 언제 어디서든 고객과 눈 맞춤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맨투맨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원두 생산지와 생산자를 비롯해 원두의 특징을 살려 어떻게 로스팅했고, 추천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해외 와이너리에 가면 70대 할머니가 와인 테이스팅을 돕고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며 자신의 일을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바리스타도 그런 부분을 느끼면서 커피라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했다. 이게 우리가 콘텐츠를 전달하며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최근 부산시가 ‘글로벌 커피 도시 부산’을 선언했다. 모모스커피에 기대하는 역할도 분명히 있을 텐데, 부산다운 커피 문화는 무엇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커피는 도시 문화를 규정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대변된다. 도시의 특징을 담은 커피 한잔이 여행과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세계를 다니며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은 어느 지역이나 북쪽은 바쁜 도시에 맞는 카페인 소비 중심, 남쪽은 여유로운 생활 패턴을 반영한 공간 소비 중심이 돋보인다는 것. 서울은 다양한 사람이 모이고, 경쟁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다. 부산은 좁은 땅에서 같이 성장하고자 하는 문화가 주를 이루고, 뷰를 중심으로 대형 카페가 압도적이다. 사람 자체가 없다 보니, 어떻게든 동네로 사람을 유입하기 위해 커뮤니티가 발달했다. 모모스커피를 키운 것도 커뮤니티의 역할이 있었고. 이런 문화를 더 강조하고, 함께 키워나가면 좋지 않을까.


로스터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국내 최초로 제작한 원두를 자동으로 로스팅 기계까지 옮겨주는 사일로 시스템.
이야기한 대로 커피 한잔의 힘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불러 모으는 것이다. 전주연 대표가 생각하는 커피 브랜드의 본질은 무엇인가?
커피는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수단이다. 어디에 끼워도 어색하지 않은 게 커피라고 생각한다. 영도점을 오픈하기 전에는 완벽한 커피 한잔,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이 공간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생각이 바뀌었고, 커피란 일터도 아니고 집도 아닌 쉼을 주는 제3의 공간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고객뿐만 아니라 실제로 바리스타의 절반이 모모스커피에서 일하고 싶어 타 지역에서 온 친구들이다. 젊은 층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지금, 커피 하나로 모두가 로컬로 모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품질 좋은 커피가 밑바탕이 된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를 매개로 소통하며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본질에 가깝다.

모모스커피의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는 단순히 지역성을 넘어 생산자가 있는 로컬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로 들린다. 
맞다. 지속 가능하려면 커피 원두 생산자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2007년부터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시작했는데, 5개국에서 16개국으로 늘어났다. 1백여 명의 농부와 일하고 있으며, 원두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도 동반 성장을 위해 구매한다. 단, 반드시 어떻게 하면 내년에 더 좋은 원두를 생산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고 생산방식을 바꾼다. 우리가 구매하지 않으면 당장 그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를 위해 생산자가 있는 로컬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의 커피 역사를 알려주는 옛 자료를 전시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지금을 있게 만든 ‘모모스다움’이 궁금하다.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무모한 도전 정신과 집요함이 지금의 모모스커피를 만들었다. 우리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계속해서 변화해가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올해 10월을 목표로 해운대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영도가 신기술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면, 해운대점은 스페셜티 커피의 성지 같은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현재 개념 설계를 하고 있는 단계고, 내년 5월 커피 신에서 가장 중요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부산에서 열리는데, 그 전에 해운대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인터뷰하며 느낀 전주연도 모모스커피처럼 늘 도전하는 사람이다.
온천장에서는 생존이 목표였다. ‘여기서 반드시 살아남아 가맹점 1백 곳을 오픈해야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좋은 구성원을 만나면서 품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길로 목표가 자연스레 바뀌었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도전한 것도 ‘우승을 하면 흔들리지 않고 그 길을 빠르게 갈 수 있는 수단과 방법으로 이용하겠다’라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이유였다. 이제는 커피로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보고 싶고, 커피업을 하는 사람들이 주 4일만 일하는 이상적 근무 환경에도 신경을 쓰고 싶다.


〈모모스 로스터리&커피 바〉
인스타그램 @momos_coffee

기획 모모스
건축디자인 핏플레이스(Fit Place)
가구 디자인 팀바이럴스
운영 시간 09:00~18:00
주소 부산시 영도구 봉래나루로 160

글 김혜민 | 사진 이명수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