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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특집-오늘의 불교 건축 종교를 초월하는 사유의 공간
현대 불교 건축은 부처의 가르침을 마주함과 동시에 자아를 찾는 과정도 중요해진 불교의 성격을 반영하며 진화하는 중이다. 신행信行 활동을 위한 공간과 더불어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 불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접근할 마음이 드는 공간, 그리고 불교의 오랜 정신 세계를 현대적 재료와 형식으로 표현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대지의 높낮이를 이용해 단 세 개를 조성하고 위계에 맞게 순서대로 종무소와 수행자의 거처인 꾸띠, 스님의 거처인 요사채, 법당 건물을 올려놓았다. 대웅전 위쪽에 선방을 올린 것이 독특한데, 명상하고 수행하는 것이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을 보여준다. 사진 제공 박영채

제따와나 선원
중도中道의 정신이 스며든 공간
인도의 고대 불교 사찰인 제따와나Jetavana는 산스크리트어로 ‘제따 왕 자의 숲’이라는 뜻으로, 기원정사祇園精舍라고도 일컫는다. 제따와나는 석가모니 생전에 가장 오랜 기간 머문 곳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는 사찰이다. 이 유적지에서 이름을 따와 강원도 강촌에 지은 수행 센터인 제따와나 선원에 들어서면 생경한 기분이 든다. 콘크리트 구조로 세운 뼈대에 파키스탄에서 제작한 벽돌 30만 장을 쌓아 만들어 기원정사 유 적의 색채와 질감이 연상된다. 건축설계를 맡은 가온건축의 임형남·노은 주 소장은 불교 교리와 정신을 바탕에 두되 요즘의 생활 습관에 적합하 게 현대적 공간을 구성했다.


가온건축 임형남·노은주 소장은 기존 가람伽藍 배치의 방식을 고려해 일주문을 지나 안으로 향하는 길은 직선으로 곧장 가지 않고 세 번 꺾어 들어가게 했다. 사진 제공 박영채

“고통 끝에 어떤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시작도 즐겁고 중간도 즐 겁고 끝도 즐거운’ 그것이 불교의 핵심인 중도 사상입니다. ‘종교란 지향 점은 각자 다르겠지만 어디론가 들어가는 길’이라는 선원 스님의 말씀을 듣고 중도 정신이 안과 밖에 스며든 공간으로 완성했습니다.” 한마디로 제따와나 선원은 ‘수행이 즐거운 집’이다. 부처의 세계로 들어 가는 길이고, 우리가 걸어 들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종교 건축, 특히 불교 건축은 길에 대한 뛰어난 해석과 탁월한 공간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직선으로 뻗어나가기보다는 조금 휘고 많이 꺾이고 혹 은 빙 돌기도 하며, 지형과 종교적 교의가 건축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 는 현명한 해법을 알려주죠.” 높은 곳에 이르러 절대적 정신을 만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본연의 나를 만나는 곳이다.



노은주, 임형남 소장은 건축사 사무소 가온건축(studio_GAON)의 공동대표다. 금산주택, 루치아의 뜰, 까사 가이아, 제따와나 선원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 2020년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받았다. 저서로 <나무처럼 자라는 집> <건축탐구 집> <집을 위한 인문학> 등을 펴냈다. 조선일보, 한겨레 신문 등에 건축 칼럼을 기고했고, EBS <건축탐구-집>에 프리젠터로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기도 했다.

글 김지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