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으로 살다>의 저자는 영국의 미술사학자이자 전시 기획자,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있는 프라이빗 예술가 클럽 소호하우스 앤드 컴퍼니의 컬렉션 총괄 책임자인 케이트 브라이언Kate Bryan.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모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졌음에도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면서 커다란 영감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키스 해링, 장미셸 바스키아, 에곤 실레와 같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뿐만 아니라 샤를로테 살로몬, 게르다 타로, 프란체스카 우드먼 등 아직 세상의 조명을 충분히 받지 못한 예술가까지, 작품과 사망한 나이로 기억되는 그들의 생애를 직면했다.
사실 일찍 생을 마감한 비극성에 가린 작가의 뜨거운 예술혼을 재평가해야 하는 건 우리 공동의 책임이기도하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의 과업이 앞으로도 기억될 수 있도록 예술가의 삶과 그들이 남긴 작품을 더 자세히 알고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한다. 케이트 브라이언 지음, 디자인하우스.
작품을 위해 자살을 선택한 사진가
프란체스카 우드먼(1958~1981)
“나는 다양한 성과물을 온전히 남겨둔 채 일찍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10대 초반에 신비로운 재능을 지닌 사진가로 인정받았다. 흑백으로 자신의 알몸 형상을 촬영한 후 주변 사물로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배경 벽지와 뒤섞으며 모호하게 변형한 작업에는 현실을 낯설게 표현해 인간 형상의 견고와 존재성을 무너뜨리려는 뜻이 담겨 있다. 현실을 뒤틀고 복합적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의 가능성에 매료된 그는 22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배타적인 예술계를 단숨에 사로잡은 아웃사이더
카디자 사예(1992~2017)
“계속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줄 기회를 찾아다니는 카디자의 태도에는 커다란 절박감이 배어 있었습니다.”
사회적 특권을 충분히 지니지 못한 가난한 흑인 여성 신분으로, 배타적인 것으로 악명 높은 예술계에서 주목해야 할 신인 자리에 올랐다. 부모님의 종교 의례용 도구를 사용하는 자신을 전통 사진 기법으로 촬영한 자화상 ‘주거: 우리가 숨 쉬는 이 공간’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며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끈기를 인정받았다. 2017년, 건물 화재로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연극보다 더 비극적 삶을 살다 간 예술가
샤를로테 살로몬(1917~1943)
“내 삶은 … 나 자신이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시작되었다.”
외할아버지의 학대 속에서 이모와 어머니, 할머니가 차례로 자살하고, 독일계 유대인으로서 나치의 박해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독특한 대작 <나의 삶은 삶인가? 아니면 연극인가?>를 쓰며 작품으로 구원받고자 했다. 26세에 홀로코스트의 희생양이 된 그는 최근에야 세상과 끝까지 맞서 싸운 예술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