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칼 장인 최용진
대한민국이 인정한 대장간 분야 기능 전수자이자 50여 년 동안 무쇠 칼을 만들어온 칼 장인이다. 충청북도 증평군 증평대장간에서 그가 만든 무쇠 칼은 사용하기 편리하고 오래 써도 칼날이 쉽게 무뎌지지 않아 한번 써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 SNS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해외에서도 무쇠 칼 주문이 쇄도할 정도다. “한국 전통 칼은 여러 번 불에 달궈 망치로 두드려가며 모양을 잡고, 열처리 후 물에 식히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는 담금질을 거쳐요. 강도가 강하지 않을 수 없죠. 또 칼날을 세심하게 갈아 단단하면서도 예리해 다용도로 이용하기에 적합하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녹이 스는 단점도 있지만, 불에 살짝 달궈서 사용하고 기름칠해 보관하면 오래도록 잘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식 요리에 안성맞춤인 그의 한식 칼은 셰프와 주부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초고장 임채지
임채지 초고장草藁匠은 볏짚과 들풀로 각종 생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던 짚풀 공예의 맥을 잇고 있는 장인이다. 멍석, 발, 가마니, 삼태기 등 농사에 필요한 생활용품부터 농사일을 돕던 동물의 조형물까지 두루 만든다. 손재주만 있으면 간단한 물품 정도는 누구나 만들 수 있어 몇십 년 전만 해도 짚풀용품은 말 그대로 생활필수품이었다는 것이 임채지 초고장의 설명이다. 짚풀로 만들면 가볍고 통풍이 잘되어 채소와 곡식을 수확할 때나 옮길 때 특히 편한데, 새끼를 꼬아 주머니 모양으로 얼기설기 엮은 망태나 주둥이가 좁아 씨앗 뿌릴 때 사용하던 종다래끼, 약초 캘 때 쓰던 주루막 등은 나물을 담아 올 때도 유용하다. “태어나 죽는 날까지 짚과 함께 빈손으로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이라는 임채지 초고장은 2013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55호로 지정되었다.
청국장 명인 서분례
경기도 안성에서 서일농원을 꾸리고 있는 서분례 명인은 한국의 유일한 청국장 명인이다(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제62호). 청국장 하면 특유의 강렬한 냄새부터 떠올리는데, 명인이 만드는 청국장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감돈다. 그 비법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한 곳에서 청국장을 띄우는 데 있다. 명인은 오랜 시간 연구를 통해 유익한 균이 살아 있는, 냄새나지 않는 청국장을 만들었다. 청국장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콩이다. 파주 장단 지역에서 재배하는 장단콩만 골라 제대로 삶는 일이 청국장 만들기의 시작이다. 농원에서 길은 암반수에 콩을 삶고, 수분 조절 능력이 뛰어난 편백나무로 마감한 발효실에서 3일간 발효시킨다. 이때 명인이 만든 면포, 면 이불, 솜이불을 차례로 덮어 온습도를 조절한다. 생청국장에 천일염, 고춧가루 등을 섞어 30일간 숙성하면 완성이다.
대장간 호미 장인 석노기
“최고의 가드닝 도구!” “소박한 구조지만 기능적이다.” “날의 각도와 날카로움이 잡초를 파내기에 적합하다. 씨앗을 심고 흙을 숨 쉬게 하는 고랑을 만들어준다.” 아마존닷컴 호미 열풍의 주인공은 1976년 영주에 문을 연 영주대장간의 석노기 장인. 일명 판 스프링이라 부르는 쇳덩이를 가마 불 속에 넣었다가 빼내 두드리는 쇠 메질 과정을 수차례 거쳐야 호미가 완성된다. 초벌 메질을 제외하곤 쇳덩이를 불에 넣었다가 꺼내 망치로 날을 벼리는 작업을 손수 하기 때문에 하루 생산량이 고작 60자루 정도다. 하지만 석노기 장인이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은 날이 휘어지는 각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 수없이 쇠 메질을 하면서 사람 손으로 정교하게 다뤄야 각도가 30도 정도로 가파르면서도 부드럽게 휜 모양을 잡을 수 있다. 석노기 장인은 2018년 ‘경상북도 최고 장인’으로 선정되었다.
국수 명인 이순화
1971년, 경북 포항 구룡포시장 안에 제일국수공장 문을 연 이순화 명인은 53년째 한결같은 방식으로 국수를 만들고 있다. 먼저 밀가루를 소금물로 반죽해 롤러가 달린 기계에 넣고 2mm 두께로 얇게 펴서 가는 국수를 뽑아낸다. 그런 다음 수십 가락의 국수를 막대에 걸쳐 바람과 햇빛이 잘 드는 뒷마당에 줄줄이 내건다. 한 시간 정도 건조하다가 국수 끝이 살짝 마른 반건조 상태가 되면 실내 숙성실로 옮겨 15시간 정도 건조, 숙성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바깥에 널어 완전히 말린다. 맑은 날에는 꼬박 이틀이 걸리고, 흐린 날에는 사나흘도 소요된다. 밀가루, 물, 소금만으로 만드는 이 소박한 국수가 특별한 이유는 여전히 바닷바람으로 건조하기 때문이다. 호미곶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꼬불꼬불하지 않고 매끈하게 말려주는 이곳 국수는 그래서 ‘해풍국수’라고 부른다. 바닷바람에 염분이 섞여 있기 때문에 명인은 날씨에 따라 소금물의 농도를 조절한다. 과학적 통계가 아니라 오로지 경험에서 터득한 감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몇 년 전부터 큰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최신 설비를 갖춘 공장을 새로 지었지만, 해풍 건조 방식만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옹기장 정윤석
대대로 옹기를 구워 생업을 이어온 옹기 마을, 전남 강진 칠량에서 나고 자라 열여섯 살부터 옹기를 만들어온 이다. 플라스틱의 등장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옹기가 잊혀가면서 이 마을에 옹기 굽는 곳이 한 곳만 남았는데, 그곳이 정윤석 옹기장의 칠량봉황옹기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통 흙을 가래떡 모양으로 길게 빚어 층층이 쌓아 올리는 타림 기법(코일링)을 쓰는데, 정윤석 옹기장은 흙을 두드려 길고 납작한 판으로 만든 다음 쌓아 올리는 쳇바퀴 타림 기법(판장 기법이라고도 함)을 쓴다. 전남에서만 유일하게 사용하는 이 기법으로 쌓아 올리면 좀 더 빠르고 쉽게 옹기를 만들 수 있는데, 판을 일정한 두께와 크기로 두드려 만드는 장인의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 그가 만드는 옹기는 배가 불룩하다. 장이나 김치를 담그는 옹기는 발효에 이로운 모양으로 각 지방마다 다르게 발전해왔다. 일조량이 적은 북쪽 지방의 옹기는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입이 넓고 날씬하다면, 일조량이 풍부한 남쪽 지방 옹기는 입이 좁고 배가 부르다. 정윤석 옹기장은 2010년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가 되었다. 한국에서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가 된 옹기장은 그와 여주의 김일만 옹기장 둘뿐이다.
‘한식 바이블’을 소개합니다
기획과 자문 이어령, 요리 한복려·조희숙·이하연·노영희. 그야말로 어벤저스가 참여해 한식을 전후좌우로 통찰한 한식 바이블 입니다. 무려 1천1백28쪽에 달하는 방대한 정보가 담긴 이 책은 한식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국내외 독자를 위해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특히 전국을 발로 뛰며 만난 우리 식품 명인, 밥상 위 기물을 만드는 장인 스토리가 에 더 많이 담겨 있습니다! 설 명절 선물로 근사한 책 어떠신가요? <행복> 스토리샵을 통해 주문하시면 10% 할인 혜택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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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 FOOD: 한식의 비밀> 속 장인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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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해도 해도 자랑할 게 너무 많아서요. 이번엔 에 등장하는 식품 명인, 밥상 위 기물을 만드는 장인 이야기입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