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가벼운 한지 조각이 바람에 흩날릴까 봐 작업할 때는 에어컨도 켜지 않는다. 양지윤 작가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손길 옆에는 이솝 브라스 오일 버너가 놓여 있다.
행잉 작품과 어우러진 제품은 이솝 아로마틱 룸 스프레이.
반복적 작업이 마치 수행과도 같지만 그 과정이 즐겁다는 양지윤 작가.
양지윤 작가가 한지 작업을 시작한 건 한지가 친환경적 소재이기 때문이었다. 어린 닥나무를 계획적으로 조성하고, 색을 뺄 때도 양잿물을 이용하는 등 자연에 해를 입히지 않고 만드는 소재라는 점에 끌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지 자체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한지 특유의 따뜻한 질감, 끝이 고슬고슬한 느낌, 은은한 투과성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한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는 방향으로 점점 옮겨왔지요.” 그렇게 재료가 이끄는 대로, 한지로 만든 모빌 제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지로 표현하는 설치 작품으로 작업의 범위를 확장해온 양지윤 작가. 급기야 2년 전부터는 한지를 직접 뜨면서 자신의 세계를 더 단단하게 구축해가고 있다. 그가 직접 만든 한지는 전통 한지보다 얇아서 투명도가 높은 것이 특징으로, 빛과 어우러 질 때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
한편 양지윤 작가 못지않게 진정성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바로 이솝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변신을 거듭하는 대신, 올곧게 초심을 지키는 데 더 마음을 쏟는다. 예술성과 전통의 연결성, 그리고 자연과 이웃과의 조화로움을 중요하게 생각해온 이솝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행보 중 하비스트 캠페인을 빼놓을 수 없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을 맞아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던 우리의 전통 정신을, 동시대적 예술 감성으로 표현해 전하는 시간. 이솝은 올가을 하비스트 캠페인 협업을 위해 양지윤 작가와 손을 잡았다. 필연적 만남처럼 여겨진다.
“평소에 이솝을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고유성을 잘 다져온 단단한 브랜드죠. 작가에게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긴 하지만, 이솝이니까 꼭 하고 싶었어요.” 양지윤 작가는 요즘 하비스트 캠페인 기간에 이솝 플래그십 스토어에 전시할 작품을 위해 특별한 한지를 만들고 있다. 이솝의 기프트 박스를 재활용해 한지를 제작하고 있는 것. 원하는 두께와 질감의 한지를 얻기 위해 수차례 실험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만들어낸 ‘이솝 한지’에는 군데군데 검은 얼룩이 보이는데, 바로 이솝 포장재에 프린트된 시적 문구의 흔적이다. 그래서일까, 더욱 따스함이 배어난다. 이번 작업 이후에도 양지윤 작가는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 갈 것이다. “죽을 때까지 작업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내공을 쌓으며 천천히 성장하고 싶어요. 그래서 진심을 잘 전할 수 있는, 울림이 깊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
- 양지윤 작가 진심을 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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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아름다운 오브제를 만들어온 양지윤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직접 한지를 뜨며 재료의 본질부터 다듬는 시간을 들인다. 자신만의 시선과 속도로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러한 뚝심은 이솝의 철학과 닮았고, 두 진득한 작가와 브랜드의 만남은 곧 의미 있는 결실로 탄생할 예정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