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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채서영 교수 영어는 대체 왜? 그런가요
인생의 대부분을 영어와 함께하는 한편 영어 때문에 힘든 우리. 반갑게도 얼마 전 <영어는 대체 왜? 그런가요>(사회평론)를 펴낸 채서영 교수가 누구나 한결 쉽고 행복하게 영어와 가까워지는 방법을 일러준다.


카데미 시상식에 모인 유명 배우들을 압도하고, 전 세계인을 웃게 한 윤여정 배우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많은 이의 마음속에 ‘영어를 향한 열망’이 다시금 불타올랐다. 누구나 한 번쯤 외국인과 능수능란하게 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해왔는데도, 우리에게 영어는 늘 어렵기만 하다. 암기와 해석에 집중하는 한국의 교육 방식은 영어를 ‘말’이 아닌 ‘글’로 인식하게 한다. 게다가 영어 시험 점수의 작은 차이가 입학과 취업 등에서 주요한 잣대가 되니 배움을 즐거워하기도 전에 거부감이 먼저 생기고 만 탓이다.

영어의 원리를 찾아서
사회언어학을 연구하고, 영문과 학생들에게 언어학 개론을 가르치는 채서영 교수. 자신의 저서를 통해 언어의 원리를 안다면 영어에 한결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언어는 결국 한 사회에서 공유하는 소통의 수단이잖아요. 지역·성별·민족·역사 등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파악해야 고유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어요. 한국어의 경우 경어의 사용이 복잡하고, 영어는 상대적으로 단순하지요.” 세상의 모든 언어가 지니는 보편성과 더불어 언어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 이치를 파악하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언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배움을 흥미롭게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언어의 한계가 내 사고의 한계”라는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한국에선 “할머니 진지 드셨어요?”라고 경어를 쓰는데, 미국에선 “Did you have lunch?”라고 편하게 말하는 것을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미국 사회는 인간관계에서 나이나 직위의 구애를 덜 받는다는 걸 알게된다. 이렇게 외국어로 하는 소통은 저절로 그 나라의 사회와 문화에 가까워지게 하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

We Can Do It!
언어의 핵심을 꿰뚫어보자는 채서영 교수의 학습 방법은 세대를 막론하고, 소통의 욕구를 지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나이대와 상황에 따라 접근 방법을 조금씩 달리해보라고 제안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단어를 암기시키는 대신 아이를 흥미로운 콘텐츠에 노출시키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하는 등 새로운 언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짧은 경험일지라도 내면에 심어져 있다가 필요할 때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학생이라면 영어로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을 벗어날 순 없겠지만, 언어의 본질은 ‘소통’이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무작정 외우기보다는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메워가는 방법이 흥미를 유지해줄 것이다. 중·장년층은 ‘때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며 지레 겁먹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만의 목표를 정하고 많이 듣고 그대로 소리 내보며 언어 직관을 깨우세요. 구사할 수 있는 표현을 늘린 후 직접 사용해볼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작은 성공이 쌓이며 자신감이 붙을 거예요.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영어공부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우리 목표는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다.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것! 사실 어떤 외국어로든 소통하는 일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 자존감을 성장시키고, 더욱 생생한 감각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채서영 교수의 조언 “원리를 알면 영어가 쉬워져요”

1 영어는 ‘강세 박자 언어’ 강세가 바뀌면 소리도 바뀌어요. 특히 모음 소리가 달라지는데, RECord(레꺼ㄷ)라 발음하면 ‘기록’, reCORD(리코ㄷ)라 발음하면 ‘기록하다’가 되며 뜻까지 달라지지요.
2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어 명사는 설명하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줄 뿐, 술어인 동사가 상황의 골격을 알려줍니다. 문장을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동사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해요.
3 대명사를 생략할 수 없는 언어 영어는 한국어처럼 맥락에 따라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할 수 없어요 “할 수 있다!”를 “Can do!”라고만 하면 안 되죠. 대명사를 신경 써서 문장을 허술하지 않게 완성하세요. “You can do it!”
4 영어는 수를 강조 사과 세 개를 ‘세 개의 사과들(three apples)’이라고 하듯, 영어는 수에 민감해요. 늘 단수인지 복수인지를 염두에 두고 말해요.
5 영어에 깃든 역사와 사회 영어는 본래 독일어 계통 언어이지만, 스칸디나비아어의 영향으로 단순해지고, 라틴어와 불어의 어휘가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같은 의미라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는 단어가 많죠.

글 박근영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