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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여름생색>전 예술가의 시선이 닿은 부채
동화약품이 우리나라 고유한 부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벌써 일곱 번째인 <여름생색>전을 6월 10일부터 22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 것. 선조들의 풍류가 담긴 부채가 오늘의 작가를 만나 새로운 예술로 탄생했다.

올해 가송예술상 대상을 수상한 김원진 작가. 기존 작품과 접선을 주제로 출품한 신작 ‘순간의 연대기’와 함께했다.

접고 펼치는 부채에 착안해 폴딩 도어에 십장생을 그린 양수연 작가의 작품.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는 옛말이 있다. 더운 여름엔 시원한 부채를, 해가 바뀌는 겨울엔 달력을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하면 이를 가보로 여겼고, 선조들은 접선(접는 부채)에 글씨나 그림을 그려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예로부터 생활 속 예술로 전해져 내려온 부채를 현대적 예술로 계승해 온 회사가 있다. 1897년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제약 기업이자, 우리에게는 ‘부채표 까스활명수’로 잘 알려진 동화 약품이다.

접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동화약품은 2011년에 처음 <여름생색>전을 개최한 것에 이어 2012년부터 가송예술상을 제정해 신진 작가를 발굴해왔다. 올해는 부채 장인과 협업하는 부문과 부채 주제 부문 두 개로 나누어 본선 진출 작가를 선별했다. 최종 심사를 통해 본선에 오른 작가는 김용원, 김원진, 백나원, 손승범, 양수연, 왕지원, 이세정, 이지훈, 최혜수, 그리고 컬래버레이션 부문 김효연 작가까지 총 열 명이다.

1층 본전시장에서는 작가 최혜수가 시멘트와 금박이라는 재료를 탐구한 회화 작업을 시작으로 올해 가송예술상 대상 수상자인 김원진 작가가 고유한 방식으로 기억을 기록한 콜라주 작업이 관객을 맞이한다. 이어서 기계장치인 팬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이지훈 작가의 작품, 붓다가 해탈의 경지에 이른 순간을 사이보그로 형상화한 왕지원 작가의 작업, 빛의 입자들이 유리 표면에서 반짝이는 것을 표현한 백나원 작가의 작업, 그리고 미디어를 활용해 부채를 새롭게 해석한 김용원 작가의 산수화를 만날 수 있다.

기계장치인 팬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현대적 부채를 완성한 이지훈 작가의 작품.

시멘트와 금박을 재료로 한 최혜수 작가의 작품이 우수상을 받았다.

부채질로 살아나는 불씨를 형상화한 손승범 작가의 설치 작품.
2층 제2전시장에서는 이세정 작가가 비단에 이음수라는 전통 자수 기법으로 부채의 조형미를 표현한 작품과 양수연 작가가 부채처럼 접고 펼치는 폴딩 도어에 십장생十長生을 담은 작업, 그리고 손승범 작가가 부채질을 통해 아궁이에 불씨를 만들어낸 경험에서 착안한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한편,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이 만든 부채와 신작 작가의 만남도 눈에 띄었다. 작가 김효연이 김동식 부채 장인의 부채와 캔버스에 ‘순간’을 주제로 한 수묵화를 담은 것. 제2전시장에서는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동화약품에 관한 소개와 가송예술상의 연혁 등 지나온 발자취도 함께 전시했다.

동화약품 윤현경 상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최가 1년 늦어졌지만, 작가 모두 혼신의 열정을 다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어서 더 뜻깊은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며 “더운 여름 시원한 부채처럼 관람객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접선의 아름다움과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참신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였다.

부채 장인과 신진 작가의 예술적 만남이 이뤄졌다. 60년 세월을 합죽선에 바친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의 부채에 김효연 작가가 과거의 기억을 수묵화로 담아낸 협업 작품 ‘순간’. 바람처럼 흘러가는 가상의 풍경은 캔버스의 큰 화면으로 확장된다.
Interview
대상 수상자 김원진 작가

<여름생색>전에 응모한 계기는?
개인적으로 시간과 기록에 대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접선’이라는 주제를 듣고 ‘시간이 접힌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부채가 접히는 면이 곧 여러 개의 지층이 쌓인 시간의 깊이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 작업의 주제 의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공모에 참가했다.

작품 ‘순간의 연대기’에 대해 설명해달라.
장지 위에 연필과 색연필로 선을 그어 화면을 채우고, 이를 1mm 두께로 잘라 한 조각씩 미세한 균열을 주면서 지면에 다시 붙여 화면을 새롭게 구성했다. 땅을 시추하면 그 지층의 단면에서 시간의 연대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지층을 시추한다는 개념으로 겹겹이 쌓인 시간(화면)을 하나씩 잘라 붙여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연대기를 그렸다.

어떤 화면을 그린 것인가?
1년 동안 매일 마주하는 자연의 선을 기록했다. 화면이 잘리고 흔들리면서 구체적 형상이 아닌 흐려진 풍경이 된다. 마치 바람에 따라 풍경이 균열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우리의 불완전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글 이승민 | 사진 이우경 | 취재 협조 동화약품(dongwhaart.c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