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인공 갈대 섬, 우로스 Uros
© 페루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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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마저 귀여운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에는 갈대로 만든 인공 섬인 우로스Uros가 있다. 호수면 위에 ‘토토라’라는 갈대로 1~1.5m 두께의 지대를 만들어 띄운 30여 개 섬이다. ‘매일 새롭게’라는 뜻의 이름처럼 매달 새 갈대를 덮어 섬의 단단함을 유지한다. 정확히 언제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거대한 인공 섬 우로스. 이곳에 요정같이 아름다운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영롱한 색의 옷을 입고 눈에 담기에 부족한 하늘과 에메랄드빛 호수를 머금고 사는 원주민을 사진으로 접한 뒤 한참 찾아본 기억이 난다. 갈대로 ‘바루사’라 부르는 배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밥까지 해결하는 그들의 일상이 궁금하다. 원주민이 사용하는 전통 컬러도 살펴보고 싶다.”
김참새는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다. 그의 그림은 뭉툭한 크레파스로 그린 것 같은 감성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랑스 낭시 국립고등미술대학교에서 파인 아트를 공부한 그는 현대카드, JTBC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조지아 트빌리시의 20세기풍 숙소, K&K Sweet Home
© K&K Sweet Home
© K&K Sweet Home
“여행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머무는 일상이다. 그렇기에 머무는 숙소를 잘 선정하는 것이 좋은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잘 알지 못하는 지역에서 좋은 공간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려면 우연한 기회가 도처에 깔려 있는 곳에서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중세 유럽의 모습을 간직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 K&K 스위트 홈에 머물고 싶다. 과거 소비에트 양식과 현대 건축물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트빌리시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붉은 지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1990년대 아파트. 나리칼라성이 내려다보이는 욕조와 별을 내다볼 수 있는 유리 천장이 포인트인 공간이다. 지난 세기에 지은 집에서 평소 하지 않던 요리도 하고, 아침마다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를 거닐면서 일상을 곱씹고 싶다. 타자화된 시선으로 현지 문화를 마주하며, 8천 년 넘게 전통 방식으로 와인을 만드는 공간에서 여유를 만끽해볼 생각이다.”
손하빈은 IBM에서 B2B 마케터와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2014년 에어비앤비 코리아 마케터로 입사해 마케팅 팀장으로 일했다. 현재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meet me’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작은 어촌, 아트라니 Atr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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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이탈리아 캄파니아주에 위치한 아트라니Atrani 마을을 선택하곤 한다. 아트라니는 남부 이탈리아에서 가장 작은 마을로 고립된 어촌이다. 걸어서 마을에 도착하려면 절벽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테라스를 통해야만 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전통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마을이고, 도로가 좁지만 그만큼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말피 해안과 드라고네 협곡을 품고 있어 산과 바다를 한눈에 즐길 수 있다. 레몬 농사가 잘되는 지역으로도 유명한데, 그만큼 햇볕이 강하고 바닷바람이 거세다. 나에게 여행은 ‘우연이 주는 선물’과 같다. 아트라니에선 그저 감각을 열어놓고 우연이 내게 다가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최욱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대학(dottore in arch)에서 건축설계 및 이론을 공부했다. 2014년 김종성건축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원오원아키텍스’의 대표이다.
중국 상하이의 큐레이션 서점, 츠타야 상하이 Tsutaya Books, Shanghai
© 2020 TSUTAYA BOOKS
“기다림에는 이유가 있다. 일본의 서점 브랜드 츠타야Tsutaya가 자국이 아닌 중국 상하이에 오픈한 것 자체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츠타야 상하이의 큐레이션은 자국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 츠타야 상하이가 어떤 연유에서 옛 귀족의 멤버십 타운인 ‘콜롬비아서클’에 위치했는지,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도 궁금하다. 큐레이션이 잘된 서점에 가면 좋은 책을 만날 확률이 높은데, 츠타야 상하이가 큐레이션한 좋은 책을 만나는 기쁨도 누리고 싶다. 의미 있는 순간에 집중하며, 그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누리는 내게 츠타야 상하이는 딱 맞는 공간이다.”
최원석은 LG전자에서 이동통신 디자인을, 현대카드에서 브랜드 개발을 도맡은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 현재 ‘필라멘트앤코’라는 브랜드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에는 오프라인을 통해 프로모션하는 마케팅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를 설립했고, 현재 4호점까지 확장했다.
아이슬란드 스티키스홀뮈르의 물 도서관, Library of Water
© Ros Bell
“땅속에는 용암이 끓고, 땅 위에는 빙하가 있는 아이슬란드. 날씨는 변화무쌍하고, 지질은 불안하다. 가장 원시적이면서 가장 젊은 땅, 통제가 안 되는 혈기 왕성한 땅의 태생에 매료됐다. 아이슬란드에서도, 해안 마을 스티키스홀뮈르의 오래된 도서관에 현대 미술가 로니 혼의 예술 설치물 ‘Library of Water’가 있다. 이는 아이슬란드 주변 빙하에서 수집한 물을 스물네 개의 유리 기둥에 담아 만든 설치물로,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날씨를 설명하는 단어를 밝게 비춘다. 각기 다른 빙하에서 온 터라 물 성분에 따라 기둥 색도 다르다. 만나는 이와 상황, 시점에 따라 끝없이 변화하는 사람처럼 물도 끝없이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다. 그는 물이 무수한 정체성을 지닐 수 있는 역량, 그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물과 같이 변화하는 자연환경에서 영향을 받은 그의 고민을 물성 있는 존재를 통해 직접 보고 싶다. 그 속에선 일희일비해온 일상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윤혜정은 <보그>, <바자>에서 피처 디렉터로 활동하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만났다. 현재 국제갤러리 이사로 재직 중이다. 2020년에는 그동안 만난 아티스트 중 19명의 인터뷰를 담은 책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을 펴냈다.
핀란드의 오디 헬싱키 중앙 도서관, Oodi Helsinki Central Library
© Oodi Helsinki Central Library
© Oodi Helsinki Central Library
© Oodi Helsinki Central Library
“1년에 한 번씩 친구들과 디자인 여행을 떠난다. 어떤 특정 지역을 디자인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돌아다니는 여행이다.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생긴 요즘은 오디 헬싱키 중앙 도서관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보고 싶다. 이곳은 핀란드 독립 1백 주년을 맞아 국가가 국민을 위해 마련한 생일 선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10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완공한 중앙 도서관이다. 최종 디자인 선정부터 예산 지출까지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오디 헬싱키 중앙 도서관은 건설 과정을 듣는 것 자체로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핀란드산 전나무와 소나무 등 지역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사용해 눈이 쌓인 배 모양을 형상화했고, 발소리를 흡수하는 천연 목재를 적용해 편안함을 강조한 공간이다. 전면을 유리로 덮고 자연광이 내부를 관통하게 만들어 자유자재로 들어오는 빛을 누릴 수 있게 했다. 누구나 디지털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무료로 리코딩실, 가상현실방 등을 개방한 건 도서관의 역할을 살린 결정이다. 설립 과정부터 외관까지 시민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간을 마주하는 건 축복과도 같다.”
이상묵은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도시 설계를 전공했으며, 6년 동안 코레스건축&PMA엔지니어링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지랩 공동대표이자 스테이 큐레이션 ‘스테이폴리오’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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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종식은 아직 요원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고 있다. 세상에 오감을 열어두고 사는 크리에이터는 변화하는 방향과 속도를 누구보다 기민하게 알아채는 법. 다양한 영역에서 자국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열세 명에게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첫 번째로 가고 싶은 곳을 물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