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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전개할 미래의 얼굴 코오롱스포츠 한남&시리즈 코너
새롭게 오픈한 두 공간의 차이는 극명하다. 코오롱스포츠 한남은 ‘아웃도어 문화’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메시지를, 시리즈 코너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코오롱스포츠 한남의 1층 전경. 텅 빈 공간을 브랜드의 이야기를 녹여낸 전시로 꾸몄다. 2021년 1월 31일까지 <안타티카>전이 열린다.

지하 1층 쇼룸 모습. 전시와 연계한 안타티카 제품이 걸려 있다.

조향 브랜드와 손잡고 개발한 코오롱스포츠의 시그너처 향수. 숲의 향기를 오롯이 담았다.

한쪽에는 2013년 남극 탐사대에게 지원한 피복을 전시했다. 5 지상과 지하를 잇는 공간에 조성한 조경.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뒤로는 남산이 우뚝 서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 한남동 이야기다. 새로운 가게가 끊임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타 지역에 비해 이곳은 한자리를 진득하게 지키는 가게가 유독 많다. 유행의 최전선을 달리는 하이엔드 브랜드 편집매장부터 개인의 취향을 오롯이 녹여낸 작은 카페까지, 주류와 비주류가 자연스레 공존하는 곳. 한남동 메인 거리에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로는 최초로 코오롱스포츠가 플래그십 스토어 ‘코오롱스포츠 한남’을 오픈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 총 두 개 층으로 구성했는데, 특이한 것은 지하 1층에 쇼룸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여느 브랜드라면 지상 1층에 쇼룸을 두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를 끼운 뒤, 마네킹을 세웠을 터. 지상 1층 입구 주변으로는 촘촘한 격자무늬 루버를 설치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층 젊어진 스포츠 감성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테인리스 문 뒤편에는 텅 빈 공간이 자리한다. 이곳에선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Piknic을 운영하는 글린트GLINT와 함께 분기별로 새로운 전시를 연다. 11월 13일부터 2021년 1월 31일까지 <안타티카 Antarctica>전이 열린다. 극지 사진작가 한성필과 남극의 소리를 채취하는 사운드 아티스트 카입Kayip, 공간 연출 스튜디오 라이프띵스Lifething가 의기투합한 전시다. 멈출 줄 모르는 바람 소리, 큰 빙하가 움직이면서 내는 울음소리가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코오롱스포츠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세종과학기지의 남극 탐사 피복을 지원해왔는데, 이 피복을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안타티카 라인이다. 1층에서 열리는 전시는 지하 1층 쇼룸과 유기적으로 연동된다. 판매 목적보다는 코오롱스포츠를 이해하고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 갤러리에 가깝다.

쇼룸에 가기 위해선 1층의 전시를 무조건 관람해야만 하는 동선. 나선형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불에 그을린 듯한 자갈과 어스름한 조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안타티카 라인의 신제품이 이곳저곳에 걸려 있는데, 한 시즌의 상품 중 극히 일부만 선별해 진열한다. 스테인리스와 콘크리트 소재를 사용해 차가움이 감도는 공간에 제품으로 온기를 더했다. 1층부터 분주히 사용한 시각과 청각에 후각이 더해진다. 조향 브랜드 수토메 아포케테리와 함께 코오롱스포츠 한남만의 시그너처 향을 개발한 것. “코오롱스포츠는 높고 깊은 대자연부터 우리 곁에 있는 도심 속 자연까지,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모든 아웃도어에 대한 이야기를 ‘전시’라는 형태로 표현한 공간입니다. ‘아웃도어 문화’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죠.” 코오롱FnC 한경애 본부장의 말이다.

새로워진 시리즈 코너의 매장 전경. 폐기 종이 박스로 제작한 종이 블록을 메인 벽체로 사용했다.

중앙에 별도로 마련한 팝업 스토어 공간. 브랜드 소개와 전시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채울 계획이다.


공사 현장의 폐자재인 금속 톱밥, 쓸모를 잃은 현수막 등 도시에서 버려지는 물건을 인테리어 자재로 재사용했다.

택배 박스를 분해해 만든 종이죽을 성형해 제작한 연필꽂이.

여러 브랜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환경 이슈를 조명해온 코오롱FnC 한경애 본부장.
진정성 있는 고민이 완성한 공간
코오롱스포츠 한남이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라면, 한남동에서 8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시리즈 코너’는 터줏대감에 가깝다. 비슷한 시기에 시리즈 코너를 리뉴얼하며 시즌 2 ‘KEEP IT AEWON’의 시작을 알렸다. 8년간 이태원 주민과 함께 만들어온, 한남동이 지닌 고유한 감성을 지켜나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부터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커피냅 로스터스’의 3호점, ‘이솝’까지 네 개 브랜드가 함께 자리한다.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이 공간은 디자인 스튜디오 유랩 U.LAB이 ‘도시의 부산물’을 주제로 내부를 설계했다. 코로나19로 급증한 택배 박스와 공사 현장의 폐자재인 금속 톱밥으로 블록을 만들고, 용산구청에서 수거한 3천 장의 현수막을 켜켜이 쌓아 단단한 선반을 만드는 등 도시에서 버려지는 물건을 인테리어 자재로 재활용한 것. 여러브랜드를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 이슈에 진정성 있게 다가간 코오롱다운 행보다. 이러한 행보의 배경에는 코오롱 FnC 한경애 본부장의 역할이 지대했다. “단순히 멋진 공간을 지향하기보다 작은 것 하나에도 우리 생각이 담겨 있는지, 환경에 대한 이야기와 개연성이 충분히 있는지를 세밀하게 고민합니다. 패션 매장 또한 꼭 새로움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것을 아름답게 재해석하는 의식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두 브랜드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Shop Card
코오롱스포츠 한남

공간 기획 글린트
공간 설계 스튜디오 프래그먼트
조경 엘트라바이
VMD 코오롱스포츠 VM team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60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문의 02-749-0656


Shop Card
시리즈 코너

공간 설계 유랩
VMD 시리즈 VM team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4
영업 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문의 02-797-0710


#오늘의숍 #디자인스팟
‘디자인 스팟’은 <행복이 가득한 집> <디자인> <럭셔리> <스타일 H> 등 디자인하우스 에디터들이 선별한,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상업 공간입니다. 카페와 레스토랑, 플래그십 스토어, 편집매장 등을 매월 각 매체의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오는 12월 9~13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숍과 매장을 발표하고, 그곳의 오너·디자이너와 함께 흥미진진한 토크도 진행합니다. 디자인 스팟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공식 인스타그램(@designspot.dh)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김민지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