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게도 호스피스가 필요하다
호스피스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행위’. 즉, 노화나 손쓸 수 없는 질병으로 죽음이 다가왔음을 인정해야 할 때, 남은 삶 동안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도록 돕는 일이다. 그리고 이 용어는 반려동물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직까지 국내엔 반려동물 호스피스 전문 기관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동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많은 병원과 단체, 교육기관이 호스피스를 다루고 있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은 호스피스 목적이 치료는 아니라는 것. 더불어 어떤 노력으로도 존엄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다. 동물 호스피스 활동가 리타 레이놀즈는 저서 <펫로스>를 통해 “중요한 것은 삶의 양이 아니라 삶의 질”이라 조언한다. 얼마 안 남았기에 더 소중한 일상, 불안에 떠는 것보다 하루하루 변함없는 사랑을 주자. 그것이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를 위한 배려다.
장묘업체를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이유
많은 이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임의로 매장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나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생활 폐기물로 배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1천5백만 반려인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규정이다. 하지만 다행히 다른 방법이 있다. 나라에서 허가한 동물 장묘업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며 무허가 장묘업체 역시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 몰래 단체 화장을 하거나 이동식 화장차를 이용하는 등 불법을 자행하기도 하고, 보호자의 슬픔을 무기 삼아 바가지를 씌우는 업체도 적지 않다. 그러니 동물 장묘업체를 알아볼 땐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에 정식 등록된 업체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현재 이곳에서 법적으로 인정한 업체는 총 마흔아홉 곳. 이 중 스무 곳이 경기도에 위치하며,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우리에겐 슬퍼할 권리가 있다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뜻한다. 보통 현실 부정, 회피, 불면증, 우울감 등에서 출발해 식음을 전폐하거나 미칠 듯한 분노 또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심하면 자살 충동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이러한 증세가 심각해졌을 땐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심용희 동물행동학 전문가는 저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슬퍼하세요. 그리워하세요. 안타까워하세요. 이것은 이별 후에 따라오는 정상적인 감정이며 당신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한편, 미국수의사협회가 소개하는 펫로스 증후군 극복 방법은 이렇다. 첫째, 반려동물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둘째,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낀다. 셋째,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넷째, 반려동물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긴다. 다섯째, 다른 사람과 감정을 공유한다.
- 웰다잉 아름다운 이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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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아직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반려인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반려동물의 죽음. 그렇다면 우리는 충분히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모두에게 좀 더 나은 마지막을,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