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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인쇼의 세계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언택트 문화는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았다. 특히 인터넷 쇼핑(‘인쇼’)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드디어 고가 명품 브랜드까지 인쇼의 세계에 합류했다. 백화점에 가는 대신 집에 앉아 핸드폰을 집어 드는 행동의 변화가 불러온 현상이다.


인터넷 쇼핑을 통해 저 멀리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직구’가 어렵지 않은 세상이다. 한국어로 완벽하게 변환된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빠른 배송까지! 이런 세상에 익숙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5일 하이 주얼리&워치 명가인 까르띠에가 공식 이커머스 채널(www.cartier.co.kr)을 오픈했다는 소식은 꽤 놀라웠다. 시계&주얼리 브랜드로서 국내 최초로 이커머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 이름은 ‘까르띠에 공식 온라인 부티크’. 가방도 아닌 보석을 온라인에서 주문한다고? 고가 주얼리라면 당연히 백화점 매장을 방문해 장갑 낀 직원의 손을 빌려 찬찬히 하나씩 들여다보고 착용해보고 사는 것 아닌가?

상세 정보는 사진으로 대체한다고 치더라도, 과연 어떻게 내 손에 들어올지, 그것이 가장 궁금해진다. 이에 까르띠에 홍보팀은 오프라인 부티크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신한다. 아니, 편리성으로 따지자면 매장 구매보다 앞선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전국 곳곳에 까르띠에 매장이 있는 게 아니니 물리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산다면 특히 환영할 만하다. 대한민국 주소만 있다면 도서 산간 지역에도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5백만 원 이상 구매하면 보안 배송 전문 업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배송해준다(심지어 모든 상품이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 단, 5백만 원 미만은 우체국 택배 발송). 무릇 크게 질렀을 때는 포장을 뜯는 순간이 제일 설레지않는가? 이런 마음을 헤아리는 듯 온라인에서 구매해도 매장과 똑같이 시그너처 선물 포장과 쇼핑백을 제공한다. 전화 주문 서비스(1566-7277)도 동시에 론칭해 더욱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

6월 4일 한국에서 첫 공개한 프라다의 온라인 익스클루시브 ‘프라다 타임캡슐’은 오직 24시간 동안만 구매할 수 있다. 매달 첫 번째 목요일에 공개할 예정이고, 리미티드 에디션 넘버가 표시된다.
까르띠에와 비슷한 시기에 프라다도 한국 공식 온라인 스토어(www.prada.com/kr/ko.html)를 정식 오픈한다고 알려왔다. 디올이 2016년에 아시아 최초로 한국 온라인 부티크를 오픈했고, 2018년 루이 비통이 전 세계 열두 번째로 한국에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한 이후 많은 패션 브랜드가 뒤따라 운영 중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놀랍지 않다. 뒤늦게 뛰어든 만큼 대중의 관심을 끌려면 눈에 띄는 차별점이 있어야 할텐데 확실히 프라다 온라인 스토어는 타 브랜드에 비해 볼거리가 풍부하다. 제품을 착용한 모델의 영상이 재생되면서 제품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으며, 브랜드 캠페인 및 패션쇼 등 감각적 콘텐츠를 갖춰 쇼핑뿐 아니라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그중 가장 확실한 특징은 드롭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24시간 동안만 온라인을 통해서 구매 가능한 타임캡슐을 선보인다. 남녀 공용 셔츠는 매달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해 공개할 예정. 7월은 어떤 디자인을 선보일지 아직 관계자도 모른다니, 더욱 흥미롭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3일, 마침내 에르메스가 디지털 플래그십 스토어(www.hermes.com/kr/ko/)를 오픈했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오픈했고, 오픈 사실만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결과는 더욱 화제다. 첫날 30여 종의 가방이 입고됐으나 2주가 흐른 현재 대부분 품절 상태로, 고가 가방은 물론이고 슈즈 등 액세서리마저 빠르게 품절 사태를 이어갔다. 예상을 뛰어넘는 관심에 관계자조차 놀랐다는 후문. 에르메스 역시 까르띠에처럼 일반 택배가 아닌 귀중품 수송 전문 업체 ‘발렉스’를 통해 배송한다. 발렉스 직원이 에르메스 상자를 들고 방문해 신분증을 확인한 후 제품을 인도한다. 더불어 온라인에서 결제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인수하는 서비스도 준비했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과 신라호텔 매장에서 가능하며, 온라인 구매의 편리함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가방인 켈리 백과 버킨 백을 만날 수 없다. 세 브랜드 모두 한국에서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발표할 수 없지만, 반응이 기대 이상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한다. 명품 시장은 그동안 불경기 속에서도 고성장세를 유지했고, 코로나19 사태에도 매출이 증가했다. 이런 성장 속도에 인쇼로 날개를 단 셈이다. 과연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는 건 또 무엇이 있을까? 끝없이 펼쳐진 무한 가능성의 세계, 미래 인쇼의 세계가 궁금해진다.

글 김현정 기자 | 디자인 심혜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