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동 자택 근처 경의선 숲길, 옛 철길 흔적이 남은 산책로에 선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 15년 전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그린맨’이 되라며 그를 위해 녹색으로 산뜻하게 맞추어준 재킷을 입었다.
“마지막 남은 나무 한 그루가 죽고, 마지막 남은 강까지 모두 독으로 오염되고, 마지막 한 마리 물고기까지 다 잡히고 나서야 우리는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ㅋ느 아메리카 원주민의 말이다. 문명은 숲에서 비롯했지만 숲으로부터 탈주의 역사다. 도시인은 하루 종일 바짓가랑이에 이슬이 채이거나 흙 한 뼘 밟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지만, 누구도 숲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가 먹고, 입고, 자는 데 사용하는 것들은 모두 숲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자연환경이 오염되고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된다면 교환 수단에 불과한 돈은 한낱 휴지 조각이 될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저 말은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지만 스스로를 ‘슬기 인간(호모사피엔스)’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어찌하여 오늘도 숲을 베고, 강을 썩게 하고, 물고기들을 살 수 없게 만들며, 그것들과 바꾼 돈을 세고 있는가? 지구촌 곳곳에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북극에서는 빙하가 녹고, 사하라사막에서는 눈이 내려 스키를 타고,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한파로 얼어 죽은 카멜레온들이 낙엽처럼 떨어지며, 가뭄과 산불과 태풍과 폭우가 연일 뉴스를 채운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보다 이 문제에 오래 천착한 이가 있다. 우리나라 환경 운동의 대명사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1949년 대구 출생. 강원대 농화학과 졸업.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감옥 생활 중 환경 운동에 눈을 떴다. 최초의 민간 환경 운동 단체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비롯해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재단’ 등을 설립했다. 1985년에는 온산공단의 괴질을 폭로해 공해병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종량제 봉투’ ‘마트 장바구니 사용’ ‘자동차 요일별 운행제’ ‘동강댐 백지화’ 등이 그이가 남긴 업적이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그이를 만났다. 양복 차림에 빨간 야구 모자를 쓰고 나타난 그이는 마치 동네 이장처럼 친근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신화 속 거인 아틀라스처럼 전 지구적 문제를 짊어지고 살아온 사람이지만, 뜻밖에 키는 자그마했고 아무도 간 적 없는 험난한 환경 운동을 해왔지만 얼굴빛은 온화했다.
부산과 도쿄를 오가는 크루즈 선에서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우는 그린 보트 행사. 5박 6일 동안 배 위에서 생활하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폐기물 발생량을 최소화한다.
지난 8월 열린 제12회 그린 보트에서 강연한 영화감독 이명세.
중간 기항지인 일본 니가타에서 습지 보호의 중요성을 배우는 학생들.
전쟁보다 더 큰 재앙
문화비축기지는 석유비축기지의 거대한 탱크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서울 시민이 한 달 동안 사용할 비상 석유를 보관하다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안전상 이유로 폐쇄한 이후 방치되던 공간이 새롭게 태어나 복합 문화 공간이 되었다. 석유를 저장했다던 탱크에서는 거짓말처럼 석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오염된 산업 시설이 친환경 건축으로 말끔하게 탈바꿈한 것처럼 지구환경도 깨끗하게 레노베이션할 수 있을까? 석유비축기지에서 촬영을 마치고 그이가 살고 있는 용산구 도원동 집 근처 공원에서 두 번째 촬영을 하기로 했다. 차 안에서 달리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가 맞는 것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음모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네, 인재입니다. 기후변화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객관적으로 검토한 결과입니다. 음모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석유 재벌이나 자동차 산업 등 기후변화를 유발시키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입니다.” 차 안은 달리는 강의실이 되었다. “21세기 인류 최후의 해결 과제로 세 가지를 꼽습니다. 첫 번째는 빈곤과 식량 문제, 두 번째는 빈부 격차, 세번째는 기후변화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도 심각하지만 기후변화가 심하면 전체가 죽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난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은 정치적으로는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났지만, 속사정은 식량 수급 문제가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형 산불이 일어나고 폭염이 지속되자 수입 곡물 가격이 상승한 겁니다. 시리아 난민도 5년간 지속적인 가뭄으로 농사를 포기한 농민들이 도시로 몰리면서 실업자가 증가하고, 내전을 겪으면서 유럽으로 탈출한 거지요. 세계적으로 기후 난민이 2천5백만 명에 이릅니다. 기후변화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고, 내전과 난민을 발생시켜서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칩니다. 페루는 안데스산맥의 오래된 만년설이 녹아 흐르면서 식수와 농업용수, 그리고 광산의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난화로 해마다 5%씩 만년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농사짓는 게 어려울 겁니다. 유럽 사람들도 싼 가격에 수입해서 먹던 과일들을 먹지 못할 겁니다. 영국의 전 총리 고든 브라운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특별한 노력을 하지않는다면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지요.” 달리는 환경교실이 용산 그의 자택 앞에서 멈추었다. 그이는 집에서 새 옷을 가져왔다. 하나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15년 전에 그린맨이 되라고 녹색으로 만들어준 재킷이다. 또 하나는 헌 옷을 재활용한 재킷인데 양쪽 가슴에 바지 뒷주머니가 거꾸로 달린 독특한 디자인이다. 엉덩이 붙일 새 없이 바쁜 활동가에게 어울리는 의상처럼 보인다.
지구를 살리는 팔팔한 방법
동네 공원에서 촬영을 마치고 공덕역 근처의 카페에서 인터뷰가 이어졌다.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셨더군요?” “작년 서강대에서 특강을 했는데, 학생들이 기침을 해서 강의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양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지요. 한국 정부에서는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했다며 재판부에 기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10월부터 다시 행정소송을 시작할 겁니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접수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구시보環球時報>에서 우리가 제기한 미세먼지 소송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중국 인민의 95%가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와는 사뭇 인식이 다르군요. 중국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히 있는 거죠?” “네, 환경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다만 정확한 자료와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아 객관적 수치를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의 책임이 있지만 우리도 책임이 있지요. 중국이 세계의 굴뚝이 된 이유는 선진국에서 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의 공장을 인건비 싸고 공해 규제가 약한 중국으로 옮겼기 때문이에요. 우리도 그 혜택을 보고 있고요. 지난 20년 동안 생필품 가격이 오르지 않은 이유는 중국에서 싼 제품이 건너오기 때문이지요. 중국은 최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고 디젤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는 등 4년만에 탄소 배출을 30%나 줄였어요. 한국은 같은 기간에 1% 줄였을 뿐입니다. 다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주범을 묻자, 화력발전소와 디젤차를 꼽는다. 이명박 대통령 때 디젤차를 ‘클린 디젤’로 거꾸로 홍보하면서 디젤 승용차가 크게 늘어났단다. “미세먼지로 1년에 1만 8천 명이 사망해요.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아세요? 뜻밖에 뇌졸중이 34%, 심장마비가 26%, 나머지가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으로 나타나요.” 어떻게 이리도 수치가 즉각 튀어나오는지 정말 신기하다고 감탄하자 그가 말한다. “나는 ‘엄청나게’라는 말을 안씁니다. 항상 새로운 데이터를 기억해두지요.” “최근 벌이는 ‘350 캠페인’을 간략히 설명한다면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 이하로 낮추자는 겁니다. 산업혁명 당시에는 280ppm이었는데, 지금 지구 전체 평균은 400ppm을 넘었습니다.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는 450ppm을 넘기지 말자고 하는데, 우리는 350ppm을 목표로 하자는 겁니다.” “어떤 북극 전문가는 빙하의 소멸을 막기에 이미 늦었다고 말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 온난화가 해결될 거라고 믿기도 했지만 최근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땅에 묻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기후변화, 과연 제동이 걸릴까요?”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시 체제처럼 전면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세계 군사 비용의 6분의 1만 줄이면 재원이 나옵니다. 아니 10분의 1만 투자해도 됩니다.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절약 기술을 보급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겁니다. 참고로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 곡물 8kg이 필요합니다. 돼지고기는 4kg, 닭은 사료 2kg을 먹이면 같은 양을 얻습니다. 굳이 육류 단백질을 섭취하려면 닭고기를 권합니다. 건물은 단열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리창을 적게 내고, 유리를 쓰더라도 아르곤을 넣은 3중 유리가 단열이 잘됩니다. 태양열과 풍력과 조력과 지열 등 자연 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실천할 만한 에너지 절약 방법을 소개해 주십시오.” “지구를 살리는 88가지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팔팔한 방법’이라고도 하죠. 그중 몇 가지를 든다면 첫째 걷기, 둘째 자전거 타기, 셋째 죽부인 사용하기, 넷째 LED 전등 사용하기, 다섯째 가스보다 인덕션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70%는 승용차입니다. 다른 에너지를 절약해도 승용차 타고 에어컨 켜면 소용없습니다.” 에어컨에는 인간이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초래한 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또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순이 있다. 그이는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으로만 다닌다고 한다. 올여름 폭염도 에어컨 없이 견뎠다. 생수통을 얼려서 베고 잤더니 목이 아픈 부작용이 있더란다. 모든 사람이 따라 할 수 있을까? “환경재단 이사장으로 계신데요, 하는 일을 간단히 소개해준다면?” “환경재단은 아시아 환경 운동의 허브입니다. 환경문제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아시아 여러 나라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고, 맹그로브 숲을 가꾸기도 합니다. 구호보다 감동을 주는 문화적 접근을 하고 있지요.” ‘플라스틱 디톡스’를 주제로 한 ‘그린 보트’ 행사, 최근 <플라스틱 차이나>를 방영한 ‘환경영화제’ 등이 환경재단에서 펼친 행사들이다.
민간인 출입 금지 시설이던 석유비축기지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마포 문화비축기지 야외 무대. 환경재단은 올 6월 이곳에서 환경 콘서트를 열었다.
커다란 변화의 시작
“환경문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자연을 자원과 돈으로 보는 시각이 문제입니다. 생명을 중시하며 이익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노장사상의 핵심인데요, 그것이 전도된 것입니다. 환경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접근해야 합니다.” 환경문제의 또 다른 원인으로 ‘피로 사회’를 꼽았다. “당면한 자기 일에 골몰하느라 지구 전체를 볼 여력이 없어요. 교육도 문제입니다. 아직도 대량생산, 대량 소비하던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이는 어린이 도서 <최열 아저씨의 지구촌 환경 이야기>를 엮어낸 적이 있다. 책을 읽고 수많은 편지가 왔지만 답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보낸 편지를 읽었다. “선생님의 책을 읽고 부모님을 설득해서 우리 집은 난방도 하지 않고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요. 친구가 가까운 거리도 부모님 승용차를 타고 다녀서 제가 말했어요. 너 보청기 껴라, 지구가 신음하는 소리 안 들리니?” 그 편지를 읽은 뒤 어린이들의 편지에는 꼭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커다란 변화의 시작은 다음 세대를 책임질 어린이 교육에 있는 것 같다. “환경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요?” “나는 안 쓰는 단어가 있어요. ‘힘들다’ ‘바쁘다’ ‘죽겠다’는 말은 가급적 안 쓰고 죽으려 합니다. 세상에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많아요.” 스스로 낙천적이라고 말하지만, 그이는 경험을 통해 새옹지마가 체화된 듯하다.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갔는데, 옥중에서 일본의 환경 운동을 접하고 일본어를 배워서 2백80권의 관련 서적을 읽었다고 한다. 환경 운동의 소중한 밑천이 된 것이다. “가장 보람 있던 점은요?” “경찰서장들을 대상으로 환경 특강을 한 적이 있어요. 나를 소개하는 총경이 ‘이분이 환경 운동을 시작한 덕분에 우리나라에는 이타이이타이병과 미나마타병이 발병되지 않았다’고 말해서 사람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은 적이 있어요. 나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이는 이명박 정권 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다가 표적수사를 통해 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한다. 옥살이 도중 세계적 환경 운동가를 기리는 ‘2013 치코멘데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이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꿈을 물어보았다. “시민들이 맘껏 이용할 수 있는 에코 센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서촌에 땅을 계약해두었습니다. 환경 영화를 상영하고, 환경 공연을 하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또 하나는 바다에서 에코 크루즈를 운항하는 것. 공무원과 기업인, 어린이 연수 등을 통해 ‘움직이는 생태 학교’를 열 생각이란다. 에코 크루즈의 장점은 망망대해에서 보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듯 인간의 모습이 객관화된다는 것. 에코 크루즈는 마치 생명의 방주처럼 보인다. 인간과 지구 생명은 기후변화의 재앙을 극복하고 노아의 후손처럼 번성하게 될까? 결과는 모르지만 그이는 멈추지 않는다. ‘오직 할 뿐!’
환경 운동가 최열의 추천, 행동과 삶을 바꿔준 책 세 권
<침묵의 봄>
레이철 카슨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77년, 옥중에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농약을 비롯한 화학물질이 가져올 충격적 미래 모습을 보고, 한평생을 환경 운동에 바치리라 결심했다.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호숫가의 숲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자급자족한 생태적 삶의 기록. 물질문명을 비판하고 자연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온 세상에 알렸다.
<에너지 노예, 그 반란의 시작>
앤드루 니키포룩 참 좋은 책인데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인류는 과거로 치면 노예 2백 명을 부리는 에너지를 쓰고 있다. 화석에너지가 선사한 축복이자 재앙. 편리한 생활의 이면에 지구환경이 파괴되고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 에너지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법을 소개한 책.
-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 너 보청기 껴라, 지구가 신음하는 소리 안 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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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나이 46억 년, 그동안 일어난 대멸종 가운데 가장 참혹하던 페름기의 절멸보다도 1천 배나 빠른 속도로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인류세’를 살아가고 있는 2018년의 우리는 안녕한가? 우리가 ‘아직’이라고 생각할 때 ‘벌써’ 당도한 미래의 소식들로 당혹스럽지는 않은가? 지난겨울에는 ‘서베리아’라 부를 정도로 한파가 몰아치더니, 올여름에는 1백10년 만의 기록적 폭염이 찾아왔다. 빙하기에 내려와 한라산과 지리산 고산지대 마지막 피난처에 자리 잡은 구상나무들은 선 채로 하얗게 열반에 들고 있다. 미세먼지는 일상이 되었고, 수돗물과 천일염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언젠가 찾아올 거라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막상 들이닥친 무서운 손님을 우리는 어떻게 돌려보내야 할까? 평생 저 손님 물리치는 법을 연구하고 실천해온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을 만났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