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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가구의 신선한 움직임 가구 디자이너 박길종

“어딜 가나 럭셔리하고 화려한 가구가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길종상가의 가구는 완전히 그 반대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로 완벽한 비례감을 구현해 공간에 스며드는 가구를 만들어요. 박길종 디자이너는 말이 많지 않은 편인데, 그래서 의뢰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해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소통이 화두인 이 시대에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대중과 깊게 소통하는 그의 모습은 크리에이터로서 중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죠.” _ 고보형(금속공예가)

의상 협조 줄무늬 니트 톱은 장광효 카루소(02-542-2314), 검은색 슈즈는 자라(080-479-0880)
정형화된 가구가 아닌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맞춤 가구를 제작하는 길종상가는 최근 가구뿐 아니라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로 7년째 우리 주변 곳곳에 자신의 개성을 심어놓는 길종상가의 박길종을 소개한다.

길종상가, 이름이 재미있다.
길종상가는 2010년에 만들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취급하는 ‘상가’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 내 이름과 합쳐 상호명을 지었다. ‘이름을 걸고 일을 하니 맡겨달라’는 의미도 있다. 대학 시절 서양화를 전공한 뒤 목공소에서 나무 다루는 법을 배웠다. 처음엔 지인이 의뢰한 간단한 소품을 제작하다가 홈페이지를 열어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는 가구를 만들었다. 2012년엔 이태원에 정식으로 길종상가 작업실을 열었다.

다른 브랜드나 디자이너처럼 특별히 컬렉션을 발표하지 않지만, 맞춤 가구 디자이너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비법이 있다면?
의뢰인의 공간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토대로 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구를 만든다. 기성 가구로 해결할 수 없거나, 좀 더 독특한 가구를 원하는 이들이 주로 길종상가에 가구를 의뢰하는 것 같다. 또 가구만을 고집하지 않고, 공간 디자인부터 인테리어까지 적재적소에 알맞은 공간을 제시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하학적 모양과 강렬한 컬러를 사용한 길종상가의 가구는 평면에서 튀어나온 그래픽 가구로 보이기도 한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 등 원색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성 재료로 만드니 아무래도 컬러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디자이너 작품인데도 부담스럽지 않은 생활 밀착형 형태가 길종상가 가구의 강점이다.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동네 길가에 버려진 의자나 다리가 망가진 의자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유분방하게 고쳐 쓰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곤 한다.

에르메스 사옥의 윈도를 2년 반 동안 경쾌하게 꾸미며 오가는 이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가구를 주문하지 않더라도 길종상가 특유의 에너지가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지금은 없어진 플라토 미술관에서 <스펙트럼-스펙트럼> 전시를 열었다. 그때 에르메스 담당자가 우연히 전시를 관람했고, 에르메스의 윈도 디스플레이를 담당하게 됐다. 매 시즌 주제를 정해 윈도를 꾸미는데, 매장의 불이 꺼진 순간부터 다음 날 오픈하기 전까지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면 성취감이 매우 크다.


글 김수지 기자 사진 김동오 스타일링 정소정 취재 협조 길종상가(bellroad.1px.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