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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의 가족 바람이 불고, 새가 노래합니다
우리는 모두 오늘이라는 시간에 어울린다. 새벽 햇귀와 오후의 나른한 햇살, 붉은 노을이 시간 속에서 섞이듯이 일곱 살 인생과 그들을 바라보는 미소와 생각이 일상을 만들어낸다. 부모로, 이웃으로, 하늘과 땅의 품에 안겨 살아가다 보면 덧없다는 사람의 삶이 더없이 아름답고 감사하다.

이영애가 이너로 입은 니트 톱과 크림 컬러 롱 카디건, 베이지 컬러 팬츠는 모두 더캐시미어 제품. 승권이가 입은 스트라이프 패턴 니트 톱과 스트링 팬츠는 더캐시미어 제품. 승빈이가 입은 러플 디테일 네크라인 포인트의 원피스와 진한 베이지 컬러 카디건은 더캐시미어 제품.

“두 살 때 서울에서 이곳 문호리로 온 아이들은 도시의 불빛을 몰랐고, 인생의 절반을 일만 하며 보낸 어른들은 자연의 밤을 몰랐지요. 산속의 집은 어스름이 빨리 찾아와 해만 지면 등 뒤에서 무엇인가 불쑥 튀어나올 것 같아 문을 닫아걸었어요. 대신 아이들과 쏟아지는 별과 달빛을 보며 우주가 어떨지 이야기하곤 한답니다.”

다섯 번의 봄과 가을이 오가면서 미소를 짓게 하는 이웃이 생겼다. 예부터 예의를 안다는 꿩은 수선을 피우는 법이 없이 마당가를 왔다 갔다 한다. 고라니는 측백나무 울타리에서 몇 번 고개를 내밀어 눈인사를 하고는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반갑지 않은 손님도 가끔 찾아온다. 수선스러워 나가보면 까마귀가 무리 지어 마당을 자기 집처럼 누비고 있다. 딸 승빈이와 아들 승권이가 틈만 나면 밥을 갖다놓고, 과일이며 먹을거리를 챙겨준 탓이다. 아빠는 까마귀에게 밥은 주지 말라고 하지만, 차마 까마귀의 밥그릇만 뺐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망원경으로 다람쥐가 오는지 내다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밥 금지령’을 내릴 수는 더더욱 없다. 미운 녀석에게 밥을 안 주고 싶은 어른과 배고픈 동물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들. 이 옳고 그름 없는 일 앞에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일이 가능한 게 집이다.

10분 먼저 태어난 오빠와 동생, 해님과 달님 같은 쌍둥이는 이 집의 중심이다. 승권이는 세상을 보려고 어렵게 산도를 빠져나오느라 머리가 불룩 솟아올랐다. 그 덕분에 승빈이는 쉽게 산도를 통과할 수 있었다. 승권이가 태어나면서부터 큰일을 했다는 듯, “동생, 너를 데리고 나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라고 의젓하게 말하면 승빈이는 머리를 끄덕인다. 둘은 마치 해와 달이 만들어질 때의 이야기를 아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다. 둘은 집 앞에 있는 들꽃유치원에 걸어 다니며, 친구들에게 찬 개울물에서 오래 버티는 법, 어제 미웠던 친구와 더 친해지는 법을 배우며 일곱 살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저녁 시간에 책을 보게 하려는 아빠의 바람을 알아채고는 “아빠는 책 안 읽는 벌레”, 그 자리에 없어 아무 말도 안 한 엄마에게는 “책 읽는 벌레”라고 응수할 정도로 아이들은 훌쩍 성장했다. 승권이는 벌써 자신이 엄마를 지키는 기사인 듯 언제 어디서든 아빠가 잔소리하는 기색을 보이면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는다. 갈래머리 승빈이는 노래로, 그림으로 아빠 주위를 팔랑거리며 기쁨이 되어준다.

두 살 때 서울에서 온 아이들은 도시의 불빛을 몰랐고, 인생의 절반을 일만 하며 보낸 어른들은 자연의 밤을 몰랐다. 산속의 집은 어스름이 빨리 찾아와 해만 지면 등 뒤에서 무엇인가 불쑥 튀어나올 것 같아 문을 닫아걸었다. 대신 아이들과 쏟아지는 별과 달빛을 보며 우주가 어떨지 이야기하곤 했다. 풀벌레 소리만 들리던 밤의 품은 얼마나 편안한가. 밤과 친한 아이들은 서울의 불빛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시의 알록달록한 별은 밤의 구석구석을 환하게 밝혔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인생을 알아가는 일곱 살짜리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곰곰 생각하게 된다. 휴일에 같이 놀 친구를 찾아 집집마다 전화를 하면서, 아이들이 다니게 될지도 모를 학교의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면서, 운동회에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줄다리기하면서, 낯설다고만 생각한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절망적인 눈동자를 보면서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이끌린다. “어른이 아이의 눈을 지니면 성자 아닌 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아이들의 눈빛에 의지해서 느껴가며, 배워가는 것들이 있다. 하루하루 아이들의 키가 자라는 것처럼 마음의 키를 키워가는 것은 아닐는지. 승빈이 또래인데, 나와 같은 엄마인데, 아빠인데라는 잣대는 늘 있던 세상을 다르게 해석하게 한다.

리본 디테일 커프스의 깔끔한 화이트 셔츠는 죠셉, 선인장에 빽빽하게 장식된 가시 디테일이 더욱 풍성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핑크 골드 칵투스 드 까르띠에 네크리스와 링, 선인장의 대담하고 강렬한 매력을 담은 옐로 골드 칵투스 드 까르띠에 이어링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촬영팀이 온다고 며칠 전부터 설레어 하던 승빈이의 이마에 모기가 그만 큰 상처를 내고 말았어요. 하지만 태연하게, ‘포토샵으로 지우면 돼’라고 말할 만큼 베테랑이지요. 반면 승권이는 촬영 중에도 뛰어다니는 여치와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잡는 데 여념이 없는 개구쟁이랍니다.”

이영애가 입은 여유 있는 핏의 브이넥 롱 니트 원피스와 자연스럽게 걸친 스트라이프 패턴 숄은 더캐시미어 제품. 승빈이가 입은 니트 톱과 팬츠는 더캐시미어 제품.

이영애가 입은 베이식한 디자인의 니트와 H라인 스웨이드 스커트는 더캐시미어, 모던한 레더 블로퍼는 알도 제품. 승권이가 입은 잔잔한 플라워 패턴 디테일 셔츠와 코듀로이 팬츠, 어깨에 걸친 카디건은 모두 더캐시미어 제품.

이영애가 입은 리본 디테일 커프스의 깔끔한 화이트 셔츠는 죠셉, 데님 팬츠는 씨위, 플랫 슈즈는 헬레나앤크리스티 제품. 승권이가 입은 네이비 체크 셔츠와 스트링 데님 팬츠는 베네베네, 스니커즈는 씨엔타 제품. 승빈이가 입은 캐주얼한 데님 원피스는 갭키즈 제품.
“일주일에 두세 번은 놀러 와요. 승빈ㆍ승권이 엄마가 ‘대배우’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늘 민얼굴로 편안하게 맞아주죠.”_승빈이 친구 세인이 엄마

“지난주에는 우리 아들 생일이라 우리 집에 모두 초대했지요. 승권이 엄마도 함께 왔고요. 여기서는 그렇게 매일 소풍처럼 어울리며 살아요.”_승권이 친구 민균이 엄마

언밸런스 길이의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와 슬릿 디테일의 클래식한 체크 패턴 스커트는 더캐시미어 제품.
“대부분의 엄마가 그렇듯, 아이들이 바를 제품은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곤 했어요. 하지만 100% 신뢰가 가는 제품을 찾기 어려웠고, 그럴 바엔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생각해 방부제 없는 순식물성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모던한 화이트 셔츠와 레이어드한 고급스러운 크림 컬러 베스트, 그레이 컬러 니트 팬츠는 모두 더캐시미어, 블랙 리본 디테일이 사랑스러운 블로퍼는 헬레나앤크리스티 제품.

이영애가 입은 플라워 오브제 디테일의 원피스는 발렌티노,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로 선인장에 핀 꽃을 표현한 대담하고 강렬한 매력의 옐로 골드 칵투스 드 까르띠에 이어링은 까르띠에 제품. 승권이가 입은 셔츠는 베네베네 제품. 승빈이가 입은 데님 원피스는 갭키즈 제품.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나 놀잇감 많은 키즈 카페가 아쉽지 않아요. 차가 오나 안 오나 두리번거릴 필요 없이 마음 놓고 잔디에서 뛰놀고, 여기저기 새 소리와 곤충들의 울림이 합창처럼 들리는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우니까요.”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토리버치, 목선을 따라 흐르는 체인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화려한 듯 단아한 스타일의 화이트 골드 C 드 까르띠에 네크리스와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 레이어드해서 착용한 핑크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광채를 극대화한 C 드 까르띠에 이어링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이곳, 콜베 수도원에 종종 와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마음에 생채기가 있을 때 혼자 와서 다독이기도 하고, 아이들과 나들이처럼 오기도 하지요.”

프릴 디테일 블라우스는 블루걸, 플레어스커트는 YMC, 우정과 사랑을 의미하는 전설적 컬렉션으로 클래식한 디자인의 핑크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과 기존 모델보다 얇은 두께로 더욱 섬세한 우아함을 자랑하는 핑크 골드 뉴 러브 브레이슬릿, 못을 모티프로 대담하고 에지 있는 곡선 디자인이 돋보이는 옐로 골드 저스트 앵 끌루 후프 이어링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오늘을 맞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걸어왔을까. 무엇인가에 이유를 찾으면 우연인 듯 필연이다. 문호리라는 낯선 강변 마을에 자리잡은 건 남편의 그리움 때문이다. 미시간 호수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팔당호의 두물머리와 북한강이 있는 문호리가 그곳과 많이 닮았다고 했다. 호수와 강을 볼 때면 남편은 유난히 평온해 보인다. 그리고 내 아버지 고향이 양평 단월이다. 난 방학 때마다 양평과 여주를 번갈아 가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쌓았다. 연어가 처음 맡은 고향의 물 냄새를 다시 찾는 것처럼 우리도 아마 마음의 고향을 찾아온 것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텃밭의 고추 농사가 잘되었다며 기뻐하고, 아이 간식을 사러 하나로마트와 남한강마트에서 장을 보고, 배추와 무씨를 심는 아랫집 할머니께 오며 가며 인사드리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일생 동안 일용할 양식인지도 모른다. 안식이란 이름의 양식. 집에만 오면 특별한 쉼없이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바깥에서 쌓인 피로가 씻은 듯 풀린다. 편안히 앉아 있으면 풍경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여백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나’가 중심이었다. 작업을 통해 어떤 즐거움을 얻을까, 무엇을 완성할까, 어떤 것을 보여줄까를 염두에 두었다. 지금은 어느새 주변을 바라보며 어떤 영향을 줄까, 어떤 감동으로 남을까를 더욱 생각한다. 세상을 위한 여백이 되겠다는 생각은 언제 마음에 닿았을까. 여백은 어떤 것도 주장하지 않으면서 풍경을 완성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삶을 주는 것은 익숙한 풍경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낯익은 사람이다.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던 들꽃이 쉬엄쉬엄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것처럼 오래 보던 사람이었다. “한번 들어볼래?”라고 들려준 음악 덕분에 가족 모두 와이파이 스피커를 가지고 강변을 산책하는 버릇이 생겼다.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찾고, 이야기를 찾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일터와 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소소하게 챙기는 사람. 그냥 지나가지 않고 말 한마디 붙이고 가는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검은 봉지에 옥수수며 감자를 챙겨주는 할머니들은 살뜰한 그가 마을 이장으로 나오면 딱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가정 공동체의 주주로 장난감에서 아이 얼굴로 옮겨 붙은 반짝이를 떼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하고, 길과 산을 완전히 망쳐놓은 주택 개발 업자에게 뒤에서 투덜거리는 것으로 사소한 복수를 하는 시민이다. 한번 토라지면 트리플 A란 혈액형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남자이기도 하고, 러셀 크로가 만든 영화의 테마곡 ‘러브 워즈 마이 알리바이Love was my alibi’를 들려주며 백 마디 말을 대신하는 남편이다. 왕벚나무 길이든 강변의 버드나무 길이든 집 뒤의 측백나무 길이든 함께 걸으며 왼발 오른발을 맞추는 친구이며, 무엇보다 평생 해온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가족을 위해 일하는 가장이다.

“여보, 여보 여기로 오셔.” “알았어, 알았어.” “따라와 승빈아, 승빈아. 승권아, 승권아 먼저 가.” 측백나무 사이를 나란히 따라 걸으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찾는다. 울타리 사이사이에서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우리처럼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아닐까. 이렇게 언젠가부터 자꾸만 부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가족이란 눈앞에 두고도 보고 싶은 사람이다. 엄마를 부를 때마다 꼭 네다섯 번은 부르는 승빈이 소리를 들으며, 엄마라는 말의 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낀다. 여기에 다른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

사는 것이 이렇게 충만한 적이 있었던가. 차를 타고 가다가도 불쑥 웃음이 터지듯 기도가 터져 나올 때가 있다. 혼자 예수님께든 부처님께든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리다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하게 되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나라를 위해, 가족의 건강을 위해…. 내 기도가 길어지면 승권이가, 승권이가 하다가 길어지면 승빈이가 이어서 한다. 기도가 길다고 하면서도 빠뜨리고 하면 오히려 챙겨 넣는 아이들. 건강하게, 무탈하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원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너무나 당연한 소망이, 이런 소망을 품는 오늘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땅에, 나무에, 하늘에 새긴다. “오늘, 이 순간을 함께 사는 그 모든 이에게 평화를” 이라고 산에서 불어 나와 강으로 흘러가는 바람이 전하는 듯하다.

인터뷰를 한 후 글을 쓴 김수영은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다. 문호리에 살며 수필집 <문호리, 지똥구리네>를 내기도 했다. 인터뷰가 아니라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난, 사람의 향기가 나는 자리였다고 말한다.

제품 협조 갭키즈(02-3479-1878), 까르띠에(1566-72277), 더캐시미어 도산점(02-518-6980), 데이글로우(02-6397,9937), 발렌티노(02-543-5125), 베네베네(070-7779-2060), 블루걸(02-6905-3447), 숲소리(02-335-4482), 씨엔타(02-531-2666), 씨위(02-542-0332), 알도(02-511-7040), 죠셉(02-515-7873), 챕터원(02-517-8001), 캐스키드슨(02-558-4658), 토리버치(02-6905-3989), 헬레나앤크리스티(02-6905-3509), YMC(02-790-468)

진행 강옥진 기자 인터뷰 김수영(시인) 사진 김태은 스타일링 김윤미 메이크업 이지영 헤어 이선영 소품 정재성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