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늘 ‘그린’이라는 화두를 던지는데, 이때 무조건 살아 있는 식물을 들이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소리예요. 허성하 씨는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한 만큼 공간과 식물의 접점을 영리하게 판단하는 가드너예요. 생화와 조화를 섞어 쓰는 실용적 아이디어부터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가든을 즐길 수 있는 경험 자체를 전달하기 때문에 훨씬 설득력이 있지요.” _ 최시영(건축가, 리빙애시스 대표)
의상 협조 핑크 원피스는 H&M(02-726-7784), 레드 모직 원피스는 데무Y라벨(02-3442-3012)
까사미아, 세컨드호텔, 네이버의 공간 디자이너를 거쳐 가드너로 세컨드 라운드를 시작한 폭스더그린의 허성하 대표. 식물 초보자도 얼마든지 정원을 즐길 수 있는 실용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가드너로 전향했다고 들었다.
미술을 전공하고 그래픽, 가구, 공간 디자이너로 십수 년 일했다. 커리어가 쌓이면서 분명 성취감도 커졌지만 그것이 행복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더라. 취미로 밭을 매고 파종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했다. 내게 식물은 단순히 꽃을 꺾어서 그 순간을 즐기는 ‘흥미’가 아닌, ‘관심’과 ‘배려’다.
‘폭스더그린’의 의미는?
말 그대로 초록여우다. 폭스더그린을 시작하면서 로고의 여우는 꼬리에 왜 잎이 돋았는지, 여우가 하고 싶은 모험이 무엇인지 서술하다 보니 동화 한 편이 완성됐다. <초록여우 이야기>는 여우가 꼬리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성장 동화이자 내 이야기다. 출간 후 ‘내일이 기대되는 좋은 책’으로 선정됐다. 차세대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도 내일이 기대된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 식물을 매개체로 활동하지만, 공간 디자이너의 이력이 앞으로의 행보에 시너지를 줄 것 같아 차세대 크리에이터로 선정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표현하는 도구가 식물로 바뀌었을 뿐 결국 공간의 연장이더라. 식물 하는 사람은 식물만, 공간 하는 사람은 공간만 주장하는데 두 가지를 같이 고려하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점이?
살아 있는 식물은 빛의 방향, 세기, 통풍 등 완벽한 환경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매장이나 높은 천장 등 관리하기 어려운 공간에는 조화를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때 생화와 조화를 적절히 섞어 쓰면 모두 생화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선인장도 죽이는 ‘식물 파괴자’에게 유용한 아이디어다.
그렇다. 하지만 식물을 잘 키우려면 많이 죽여봐야 한다. 이렇게 물을 주고 이렇게 햇빛을 받아야 하는구나, 경험으로 터특해야 공간과 환경이 바뀌어도 적당한 식물을 고를 수 있고, 잘 돌볼 수 있다.
식물을 일상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나 같은 경우 부대 아이템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편이다. 화분에 동물 피겨를 매치하고, 밤에 초를 켜면 향도 좋고 그림자도 재밌다. 플라스틱 와인 잔을 들고 다니면서 즉석에서 정원과 석양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면 얼마나 근사한지! 정원을 즐기는 방법은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무궁무진하다.
- 누구에게나 정원은 있다 가드너 허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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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