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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떠난 에르메스 플라뇌르 판타지
에르메스가 서울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초현실적 공간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Wanderland(파리지앵의 산책)>전이다. 12월 11일까지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이 전시에서 에르메스의 진정한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

거대한 가로등에 둘러싸인 회전하는 광고판, ‘The Square (That Wasn’t)’. 
거리를 거닐며 꿈꾸다
19세기 프랑스는 플라뇌르Fl nerie(산책)의 시대였다. 도시 정비 계획으로 넓은 대로와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때, 파리지앵에게 도시란 탐험거리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들은 자유로이 거닐며 새로운 상점, 골목・간판・포스터를 발견하고 영감을 얻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에르메스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는 “도시를 거니는 행위 자체가 아름다운 예술입니다. 이는 19세기에 탄생한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본질이기도 하지요”라며 2015년 에르메스의 테마이기도 한 플라뇌르에 대해 말했다.

비디오 아티스트 시그마식스가 특수 기술을 통해 흑백 그림을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표현한 ‘ Home’. 
에르메스의 <Wanderland(파리지앵의 산책)>전은 이러한 플라뇌르 정신, 즉 단순히 ‘걷는 산책’이 아닌 파리지앵의 여유, 몽상가적 기질, 호기심이 모두 담긴 산책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전시를 시작으로 파리의 포르 도 솔페리노, 두바이 몰의 분수대 선착장에서 선보인 이후 서울에서 네번째로 열린 것. “에르메스와 함께 떠나는 산책은 꿈꾸는 것과 자유로운 영혼에서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프랑스 루베 지역의 아트 뮤지엄 라 피신(La Piscine-Mus e d’Art et d’Industrie)의 큐레이터 브뤼노 고디숑의 설명이다. 관객은 스스로 산책하는 사람이 되어 에르메스가 준비한 꿈의 세계로 들어선다.

에밀 에르메스의 지팡이 컬렉션을 패턴 벽지가 둘러싸고 있다. 파리국립오페라 수석 무용수의 지팡이 안무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파리 광장부터 숨어 있는 통로, 오브제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거실과 카페 등 총 열한 개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프랑스 포부르 생토노레 24번가에 위치한 에밀 에르메스 박물관에서 수집한 유서 깊은 아카이브 제품, 자전거와 가방, 부츠와 시계 등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과거와 현재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전시의 초대 작가로 선정된 한국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제이플로우Jayflow의 작품을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초현실적 작품들을 통해 메종 에르메스가 자유와 꿈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드러냈는지, 그리고 삶의 예술이자 에르메스 장인이 제품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준 플라뇌르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파리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쇼핑 아케이드를 재현한 ‘더 파사주The Passage’. 테이블웨어, 빈티지 상점 등을 환상적으로 풀어냈다. 
미디어로 승화한 도시 곳곳의 이야기
이번 전시에서 에르메스는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프랑스적 ‘산책’ 개념을 흥미롭게 구현한다. 브뤼노는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에 오늘날의 미장센을 가미했습니다. 전통 오브제와 현재의 첨단 미디어가 시각적 대조를 이루죠”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에밀 에르메스가 수집한 여섯 개의 지팡이 컬렉션 주변을 지팡이 패턴의 벽지가 둘러싸고, 지팡이를 들고 춤추는 무용수의 짧은 영상을 가미하는 식이다.

커다란 창문이 불규칙적으로 위치한 ‘아이 슈피스Eye Spies’. 창문 너머로 추방당한 러시아 공주의 거실을 모티프로 만든 방을 엿볼 수 있다. 
옛 거리 모습과 미디어 아티스트의 디지털 아트가 공존하는 ‘After the Rain’, 특수 기술로 제작한 영상을 벽에 입혀 만든, 전시 마지막 공간에 위치한 ‘Home’ 등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관람객들은 첨단 기술로 만든 돋보기를 통해 전시 곳곳에 숨어 있는 애니메이션도 즐길 수 있다. 파리지앵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도시인 파리를 박물관 같은 고정된 이미지로 표현하지 않고, 과거의 흔적에서 착안해 미래 요소를 새롭게 가미한 것.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는 에르메스의 시대정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왼쪽) 산책 중간의 휴식을 선사하는 ’잊혀진 물건들의 카페’. (오른쪽) 전시 곳곳에 실크 타이, 가방 등 에르메스 제품으로 장식한 작품이 자리한다. 
비 온 뒤 공원을 형상화한 공간. 미디어 아티스트 니콜라스 투르트의 디지털 설치 작품 ‘물웅덩이’가 눈에 띈다. 
“일상의 산책에서 영감을 얻으려면 우선 여유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굳이 파리가 아니라 서울에서 산책을 해도 열린 태도와 호기심, 자유로운 정신이 함께한다면 그것이 바로 훌륭한 플라뇌르가 될 것입니다.” 브뤼노의 조언이다. 눈을 크게 뜨고, 에르메스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볼 것!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제공 에르메스(02-542-6622)

글 이재은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