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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그 프리 프로젝트 발상의 전환이 희망을 모으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오늘의 날씨를 궁금해하기보다 미세 먼지 지수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만 지닌 채 화창한 날씨를 누리는 것에 대해 마음을 비우는 게 답이라 여기던 차,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고 변화의 움직임을 꾀하고 있었다. 어느 네덜란드 디자이너의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 이야기다.

미세 먼지를 정화하고 얻은 탄소 가루로 스모그 프리 큐브 반지를 만들었다. 이 반지를 하나 구입하면 1000㎥의 깨끗한 공기를 기부하는 셈이다. 이 반지를 착용하고 있으면 공해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미세 먼지를 ‘은밀한 살인자’라고 부른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기에 미세 먼지의 농도를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불안에 빠뜨린다. 오로지 기상청과 전문 기관에서 제보하는 지수를 매일 확인하며, 상태가 안 좋은 날엔 그저 창문 꼭 닫고 집에 머무는 게 최선이다. 실제로 네 살 난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야외 소풍이 예정된 날, 미세 먼지가 심하다는 이유로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어린이와 노약자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니, 그저 안타까운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그날 무척 실망하는 아이를 보며, 분노의 감정을 경험한 부모는 나뿐 아닐 것이다. ‘자유롭게 산책조차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구나!’ ‘앞으로 태어날 아이는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될까?’ 속상함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이내 ‘나부터도 환경을 위해 한 일은 없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가,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뭐 세상이 달라지겠어!’ 하는 절망감에 빠졌다. 환경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개선의 여지는 추호도 없을 거라 단정 지었다.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를 알기 전까지는.

지난 9월 29일, 베이징에 7m 높이의 공기 정화 시설, 스모그 프리 타워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껏 날개를 펼치고 정화한 공기를 방출하는 도시 속 거대한 공기 청정기의 힘일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베이징 하늘이 맑고 청정하다. 

공해를 도시 디자인의 소재로 삼다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더Daan Roosegaarde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공기 정화 시설인 스모그 프리 타워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한마디로 미세 먼지를 제거하는 탑으로, 도시 속 거대한 공기청정기인 셈이다. 실제로 이 스모그 프리 타워는 공기 중 먼지를 빨아들이고, 정화한 공기를 방출해 주변 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제공한다. “타워의 아랫부분에 있는 구리 코일로 만든 전극이 공중에 양이온을 뿌리면 이 양이온이 미세 먼지 입자에 달라붙고, 음극이 흐르는 타워 표면에 자석의 원리처럼 양이온이 미세 먼지 입자와 함께 달라붙는 원리지요.” 단 로세하르더의 설명이다. 일반 가정용 헤어드라이어의 전력 소비 수준으로, PM2.5(초미세 먼지)와 PM10(미세 먼지)을 빨아들이고, 탑을 중심으로 3백60도 반경으로 깨끗한 공기를 방출한다. 한 시간에 3만㎥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기에, 스모그 프리 타워가 있는 공원은 다른 지역보다 공해를 최대 75%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를 주목하는 이유는 획기적 발명품을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디자이너의 발상과 도전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출장차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호텔에서 바라본 맞은편의 CCTV 방송국이 거대한 베일에 싸여 있는 것 같았죠. 그 흉측한 스모그를 바라보며 ‘미래의 풍경(Landscapes of the Future)’이라는 도시 디자인의 소재로 삼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단 로세하르더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다.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의 가치는 스모그 프리 타워라는 획기적 발명품을 만든 데 그치지 않는다. 미세 먼지로 가득한 이 세상에 절망한 사람에게, “아직 포기하기엔 일러!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다. "


그는 지난해 7월, 예산을 모으기 위해 킥스타터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약 한 달 동안 목표 금액을 채웠다. 그의 프로젝트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 역시 상당 금액 투자했을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아직 포기 하기엔 일러! 어쩌면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야”라고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기 희망의 메시지와 같기 때문이다.

한편 스모그 프리 타워로 공기를 정화하고 모은 공해 물질을 압축하면, 검은색 탄소 덩어리를 얻게 된다. 이걸 보고 단 로세하르더는 또 한 번 재기를 발휘했으니, 이 물질을 작은 정육면체 속에 넣어 반지와 커프 링크스로 제작한 것! 1㎝도 채 안 되는 검은 큐브는 1000㎥의 공기를 정화한 결과물이다. 디자인적으로도 손색없는 이 주얼리를 착용하고 있으면 공해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이 스모그 프리 큐브 반지와 커프 링크스는 홈페이지(www.studioroosegaarde.net)를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반지를 하나 구입함으로써 1000㎥의 깨끗한 공기를 기부하는 셈이다.

1 스모그 프리 타워가 미세 먼지를 정화한 증거물을 들고 있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더. 그는 변화를 창조하는 인물로서 <포브스>가 선정한 젊은 글로벌 리더 1백 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 1000㎥의 공기를 정화한 결과로 얻은 검은색 탄소 가루. 3 스모그 프리 타워의 정면 모습. 단 로세하르더는 이를 ‘미래의 풍경’이라 부르는데, 어쩌면 이 거대한 공기 청정기는 훗날 미래 도시의 필수품이 될지도 모른다.

베이징을 시작으로 세계 순회를 앞두다
단 로세하르더가 2013년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래, 마침내 완성한 스모그 프리 타워는 지난 9월 29일, 중국 정부의 협력 아래 베이징 751 D-Park에 설치됐다. 향후 일정 기간을 거친 후 뭄바이, 파리등 여러 도시로 옮겨갈 예정이라고. 현재 네 개 도시가 확정됐는데, 아쉽게도 그 리스트에 한국은 없다.

7m 높이의 스모그 프리 타워가 미세 먼지 문제를 종결시킬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단 로세하르더 역시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있다고 말한다. “스모그 프리 타워의 주된 의도는 시민, 정부, NGO 단체 등에 영감을 주는 것이죠. 그들이 정화된 공기를 직접 체험하게 하고, 공해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며, 환경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인식해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모그 프리 타워를 세계 곳곳에 설치하는 게 아니라,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유다.

절망만 하지 말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희망을 품고 도시 공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하는 단 로세하르더.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매우 매력적인 도시더군요. 활기 넘치고 창의와 기술력이 풍부한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조만간 다시 가서 새로운 ‘미래의 풍경’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며 그는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자료 제공 스튜디오 로세하르더

글 강옥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