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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디자인 멋진 데다 착하기까지!
버려지는 소재로 만든 ‘리사이클링’ 제품이 예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은 이제 그만! 유니크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더해 ‘정말 갖고 싶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를 만났다.

밀크트리Milktree 이영민 디자이너
커피, 디자인을 입다


Q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는 이유는?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원두가 15g 정도 필요하다. 그중 불과 0.2%만 추출하고 나머지는 버린다. 이렇게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가 국내에서만 연간 4천 톤에 달한다. 기업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며 환경과 자원에 대한 고민을 했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다. 처음엔 탁상시계나 코스터를 만들었고, 이젠 내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가구에 적용한다.

Q 가구를 만들기엔 다소 생소한 소재다.
의외로 작은 소품을 만들기에는 제작 공정상 몇가지 제한이 있다. 가구 상판으로 쓰기 적당한 강도와 질감을 지녔는데, 강도는 인조대리석 정도 느낌이다. 커피 찌꺼기를 가공해 만든 가구는 환경 등급 최상위권인 슈퍼 E0 등급으로,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자연 상태와 가장 가까운 친환경 재료다. 아이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소재다.

Q 브랜드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쉽고 대중적인 이름을 생각했다.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고 하니까, 가구를 통해 생활을 비로소 완전하게 만든다는 포부를 담았다.

Q 디자인 측면에서 신경 쓰는 부분은?
재생 소재라고 해서 ‘재활용 디자인’처럼 허름해 보이지 않는 게 포인트다. 소재의 색깔과 질감이 가장 모던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디자인을 항상 고민한다. 커피색이 어둡다 보니 밝은 컬러로 포인트를 준다거나, 스틸 혹은 나무 등 다른 소재와 절묘한 대비를 이룰 수 있도록 한다. 

커피 찌꺼기와 패브릭, 스틸로 만든 밀크트리×한샘몰 사이드 테이블은 18만 6천 원대. 
Q 인기 있는 제품이 있다면?
소재가 특이해서 많은 사람이 다양한 제품에 관심을 갖는데, 인기 있는 제품을 꼭 하나 고르라면 한샘몰과 협업한 사이드 테이블을 들 수 있겠다.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어려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대중의 인식이 아닐까? 찌꺼기로 만든다는 것. ‘남는’ 것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커피 소재 자체의 색감과 물성에 매력을 느껴 시작한 일이다. 재료 특성상 대량생산이 어렵기에 가격을 맞추는 것도 힘들다.

Q 앞으로 만들고 싶은 제품군은?
문, 마감재와 수납장. 수납장의 경우는 전체를 커피 찌꺼기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자연에도, 사람에게도 좋은 소재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래코드RE;CODE 김수진・박선주 디자이너
새롭게 변신한 전통 한복


Q <저고리, 그리고 소재를 이야기하다>전을 소개한다면?
한복의 저고리를 주제로 패션 디자이너 임선옥, 정미선과 래코드가 함께한 전시다. 우리는 원래 재생 소재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인데, 한복을 사용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Q 재활용 한복을 어떻게 모았는가?
아름지기에서 언론과 SNS를 통해 한복을 기증받았다. 언제 어떻게 입은 한복이었는지, 기증자의 사연을 담은 편지와 함께! 한 번에 네다섯 벌을 기증한 분도 있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행사 이외에 한복을 입지 않던 분들이 자신의 한복이 새롭게 재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기증했다.

Q 한복을 재활용하는 작업은 다른 옷보다 더 특별한 것 같다.
(박선주) 래코드의 옷은 일반 원단이 아니라 기존 옷을 뜯어서 만든다. 해체 작업을 잘해야 옷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한 벌 한 벌 사연이 담긴 옷이라 함부로 해체하기도 조심스러웠다.

Q 재생 한복을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김수진) 한복을 평소에 잘 입지 못하는 이유가 소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훼손이 잘되고, 세탁도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하기에 번거롭다. 한복과 현대적 소재를 적절히 매치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래코드의 한복은 웨어러블해야 했기 때문에.

Q 이상의 집을 전시 공간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상의 집 자체가 업사이클링 공간이다. 시인 이상의 한옥 생가 일부인데, 계단과 콘크리트 등 현대적 요소를 접목해 모던한 건축으로 재탄생했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래코드의 철학과 닮았다.

Ⓒ 이종근 기증받은 한복과 재고 의상으로 만든 아이용 저고리. 전통 누비 기법으로 만들었으며 단 한 벌뿐이다. 
Q 의상에 전통과 현대의 디자인이 공존한다.
아기 옷, 성인식, 혼례부터 상례 때 입는 옷까지 사람의 일평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옷으로 구성한 전시다. 이 전시를 약 1년간 준비했는데, 아름지기 팀과 전통 복식을 연구하는 분들과 자주 교류했다. 우리 역시 한복에 대한 교육도 따로 받았다. 한복은 양복과 달리 뒤집어도 깨끗하고, 바늘땀도 촘촘하게 떠야 하기에 이 모든 걸 알아야 했다.

Q 이후의 프로젝트가 있는가?
10월 셋째 주에 열리는 친환경 대전에 참여한다. 집에 쌓아둔 에코 백을 수거하고, 앞치마나 다른 가방으로 재생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얼킨ul:kin 이성동 디자이너
가방이 된 그림


Q 얼킨을 소개해달라.
의상과 가방을 주로 생산하는 패션 브랜드다. 대표 제품은 독립 작가나 미대생의 작품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라인이다. 파우치, 컵 홀더, 전등갓 등 라이프 스타일 제품도 만든다. 업사이클링 라인은 실제 작품으로 만들어 단 하나뿐이다.

작가의 습작 캔버스로 만든 하프문 백은 12만 8천원, 클러치백은 6만 8천원
Q 회화 작품을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땀과 열정이 담긴 아름다운 그림인데, 경제적 이유로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힘든 이의 그림이 버려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스무 명 중한 명꼴로만 전업 작가로 살아남는다고 들었다. 나머지 열아홉 명의 그림은 그대로 버려지는 거다. 작품의 아름다움을 대중이 한 번 더, 좀 더 오래 향유하길 원했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유화나 아크릴화가 수질과 토양 오염을 야기하니 버려져서 좋을 게 없지 않은가?

Q 브랜드 이름이 독특하다.
얽히고설킨, 혹은 ‘ultimately:we are kin’등 다양한 뜻을 내포한다. 신진 작가를 응원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신진 작가를 어떤 방식으로 후원하나? 업사이클링 라인의 판매금 일부를 해당 작가에게 로열티로 지급한다. 최소한의 배려로, 그림을 기증한 작가에게 새 캔버스를 제공한다. 최근 쇼룸을 옮겼는데, 작은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이라 대관도 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몇 번 신진 작가를 위한 전시를 열었다.

Q 그림으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캔버스를 떼어내 내구성을 높이는 코팅 작업을 거친다. 세탁하기 힘든 소재라 의상은 대부분 패션쇼용으로 제작하고, 주로 가방이나 클러치백을 만든다. 그림 한 점으로 가방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데 중점을 두기에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릴지는 예측할 수 없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자르는 것보다 이런 방식이 더 자연스럽고 예쁘다. 제품을 만들어보니 본래 그림일 때와는 색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Q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가?
지금은 헤라서울패션위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실제 그림이 아닌, 작품을 프린트하는 라인도 만들고 있다. 가격대가 훨씬 합리적이고, 작가에게 로열티를 더 지급할 수 있다. 음원 시장처럼 미술 작품으로 작가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져스트 프로젝트Just Project 이영연 디자이너
쓰레기의 미학


Q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버려지는 것으로 무언가 쓸모 있는 것을 만든다. 비닐과 빨대로 클러치백과 파우치를 만들거나, 티셔츠로 러그를 만드는 등의 작업이다. 필리핀에 직원 스무 명 정도가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업사이클링 관련한 의뢰가 들어오면 컨설팅하는 일도 한다.

Q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시작한 계기는?
기업에서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우연히 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됐다. 그 순간 ‘내가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무언가 유익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사실 어릴 적부터 포장지나 박스 같은 걸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하하.

붉은색 빨대를 위빙 기법으로 엮어 만든 파우치는 3만 4천 원. 
Q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주로 사용하는 재료 중 신문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생분해가 안 되고, 연소해서 폐기해야 하는 재료들이다. 컬러풀한 빨대는 우리나라에 많지 않아 외국에서 공수해 오고, 과자 봉지 같은 소재는 폐기장이나 카페, 마트에서도 수거한다.

Q 져스트 프로젝트 제품을 만들며 재미난 측면은?
아이템을 만드는 데 소소한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여기 놓인 빨간색 파우치는 라면 봉지의 빨간색 부분을 사용했다. 이 부분은 빨간 고추 그림이다.

Q 그렇다면 업사이클링 작업에 한계를 느끼나?
아시아에서는 재사용해서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링이 외면받는 게 사실이다. 급성장한 나라가 많다 보니,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 자체가 궁상맞아 보인다는 편견이 있다. 가공 단계가 많고 기계화하기 힘들어 전부 수작업으로 한다. 업사이클링 제품이 가격대가 낮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Q 현재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가?
‘뮤지엄Museum’이라는 세컨드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단어 중간에 ‘use’라는 철자가 들어간다. 현수막의 타이포그래피를 강조해 팝아트적 디자인의 노트나 파일 등 문구류를 만들 예정이다. 쉽게 버려지는, 강렬한 색감의 분양 광고 현수막이 주 소재다. 프랑스의 소규모 편집매장 여러 곳에 제안했는데, 한글 타이포그래피인지라 반응이 좋았다.


글 이재은 기자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