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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와 초보 개 아범의 동물 행동 심리 이야기 칭찬은 우리 개도 춤추게 합니다
베들링턴 테리어라는 동물 가족을 입양한 건축가와 동물행동심리치료학을 공부하고 열다섯 살 몰티즈와 함께 사는 수의사의 그림과 글을 연재해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는 삶을 탐구합니다.


“제 이름은 ‘안 돼’예요. 가족들이 저를 부를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거든요.” 혹시 다른 개들 앞에서 이렇게 고백하는 건대를 보더라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겁니다.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건대를 부를 때 이름을 부르기보다 “안 돼”라는 말을 훨씬 더 자주 사용한 건 분명하니까요. 처음엔 “건대, 안 돼!”라고 하던 것이 ‘건대’는 빠지고 ‘안 돼’만 남았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정말이지 건대의 행동은 안 되는 것의 연속이었거든요. 오줌 싸고, 갑자기 크게 짖고, 온 집 안을 휘젓고 다니는 개를 부르는데 “안 돼!”만 큼 적절한 말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저의 노력은 건대의 이상행동을 제어하는 데 꽤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방금 전까지 신나게 짖다가도 무섭게 “안 돼!”라고 말하면 짖는 것을 멈추곤 했으니까요.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점은 있었습니다.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도 왜 건대는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할까?’ 저는 나름의 이유를 건대의 심술에서 찾아왔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믿었죠.

그땐 설마 건대가 “안 돼!”라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놀라셨나요? 사실입니다. 개는 우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어떤 행동이 주인의 그런 반응을 불러오는지 개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럴리 없어요. 건대가 그랬던 것처럼 저희 개도 ‘안 돼’라고 말하면 금방 그 행동을 멈추는데요?”라고 말할 분도 많을 줄 압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이런 반론에 대해 개는 언어가 아닌 상황에 반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개는 “안 돼!”라는 말이 들릴 때의 상황(우리의 화난 목소리, 무서운 눈빛 등)에 행동을 멈출 뿐이라는 거죠. 그들의 설명이 와 닿지 않는다면 이건 어떨까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 갑자기 우릴 보며 화를 낸다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대개는 영문도 모른 채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잠자코 있을 겁니다. 물론 그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르는 우리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될 테고 말이죠.

건대가 “안 돼!”란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건대는 왜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주는 것과 동시에 ‘건대를 어떻게 교육해야 했는가?’에 대한 강력한 힌트를 줍니다. 우리에겐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로 잘 알려진 행동 심리학자 B. F.스키너는 동물이 어떤 행동에서 보상을 얻으면 앞으로 그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긍정 강화 이론(positive reinforcement theory)의 핵심입니다. 개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체벌을 가함으로써 개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고 맙니다. 체벌은 좋은 행동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뿐더러, 자칫하면 우리와 반려견 사이의 유대감만 손상시키고 말기 때문입니다.

저는 건대가 지금까지 저지른 셀 수 없이 많은 잘못된 행동에 일일이 화를 내기보다 무시하고 넘어가야 했으며, 몇 가지 옳은 행동에 대해선 집중적으로 칭찬해주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건대는 특정 행동과 칭찬의 관계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했을 테고, 더 칭찬받기 위해 좋은 행동을 반복했을 테니까요. 그랬다면 건대가 지금처럼 억울한 사고뭉치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개를 칭찬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상대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눈앞에 보이는 개의 실수를 그냥 넘기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여전히 우리 주위엔 개의 문제 행동을 서열 문제로만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개를 다룰 때 더 강하게 소리 지르고, 더 아프게 체벌하면 말을 듣게 될 거라는 생각은 반려견을 때려야 말을 듣는 노예적 존재로 격하시킵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개는 극단적 서열 동물이 아닐뿐더러, 체벌 없이도 충분히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존재입니다.

과거 건대의 행동을 망쳐버린 장본인이자, 현재 동물 행동 전문가로서 단언하건대 올바른 방법으로 교육할 수만 있다면, 체벌없이 세상의 어떤 개라도 춤추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인내심과 개에 대한 믿음뿐입니다. 오늘부터라도 반려견의 어떤 행동에 대해 무조건 “안 돼”라고 말하는 대신, “잘했어!” 하고 칭찬해보세요. 오래 지나지 않아 당신 앞에 춤추고 있는 소중한 반려견을 마주할지도 모릅니다.




글을 쓴 조광민 수의사는 동물 행동 심리 치료를 하는 특별한 수의사다. 미국 동물행동수의사회 정회원이며 ‘그녀의 동물병원’이라는 동물 행동 심리 치료 전문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동물 애플리케이션 개발 자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오영욱 건축가는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건축가이자 작가로, 오다건축사무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베들링턴 테리어 암컷을 키우는 그는 초보 개 아범의 심정과 에피소드를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담당 유주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