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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모험
모험가를 위해 탄생한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세심한 친환경 실천 항목을 읽다 보면, 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연과 동물의 희생이 따르는가를 새삼 깨닫는다. 그 파장은 상당히 커서, 어떤 윤리 서적을 읽는 것보다 더 마음을 움직인다.

고객에게 과소비를 만류하고, 꼭 필요한 의상을 한번 구입하면 가급적 수선해서 오래도록 입을 것을 권하는 ‘원웨어Worn Wear’ 캠페인 카.
파타고니아는 등산과 서핑,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위한 의류와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이러한 운동이나 모험을 즐기지 않더라도, 그러니까 파타고니아 매장에 굳이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해도 ‘파타고니아’ 라는 이름은 친숙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양심 기업으로서 사회적 기업의 대명사로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연 이익의 10%를 환경을 복원하고 보호하는 단체에 기부하며, 본사에 탁아소를 설립해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이름을 올리고,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고 광고할 만큼 꼭 필요한 경우에만 구매하고 기존 제품을 수선해서 쓸 것을 권장하는 등 파타고니아의 이상적이고 윤리적인 행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더 널리 알려지고 있다.

등산, 러닝, 스키, 서핑, 플라이 낚시 등 파타고니아는 모터나 소음 없이 대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즐기는 운동의 의류와 장비를 생산한다. 
창립 일화도 유명하다.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그 자신이 아웃도어 스포츠 마니아였다. 암벽등반을 즐기는 그가 바위 틈새에 박아 넣는 금속 못을 칭하는 피톤 장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파타고니아의 시초로, 1957년의 일이다. 그가 만든 피톤 장비는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1970년 취약한 바위틈에 피톤을 박아 넣는 것이 바위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피톤 생산을 중단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알루미늄 쐐기를 제안하며, 1973년 마침내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것. 환경을 해치는 제품이라면 과감히 사업을 접을 정도로 소신있는 환경 운동가, 이본 쉬나드의 기업 철학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파타고니아가 취급하는 의류가 등산, 러닝, 스키, 스노보딩, 서핑, 플라이 낚시 등으로 모두 모터가 필요없고 소음이 적은 스포츠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만 봐도 언제나 한결같음이 전해진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오염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파타고니아는 유목민이 염소를 손으로 빗질해 모은 털로 캐시미어 제품을 생산한다. 
A부터 Z까지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
섬유 산업은 자연을 더럽히기 마련이다. 원단 생산 과정에서 물 수천만 리터를 염색 약품, 화학물질과 뒤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오로지 이윤을 좇으며 효율 생산에 목매는 일반 기업과 달리,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에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며, 헌 옷을 수거해 새로운 섬유를 만드는 방식으로 수십톤의 버려지는 의류를 재활용하는 실천, ‘원웨어Worn Wear’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 트럭은 미국 전역 스물한 개 주를 돌며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선 방법을 가르쳐줌으로써 소비자들이 한번 구입한 옷은 가급적 오래 입을 것을 권한다.

못 입게 된 거위 털 재킷을 재가공해 만든 재생 스카프.
제작 과정에서 환경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건 물론이다. 재단하고 남은 순면 조각과 울 스웨터 등을 재활용하며, 염색 처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환경오염을 줄이고, 버려지는 원단을 재생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기계 공정을 없앴다. 또 찢어지거나 닳은 폴리에스테르 옷을 재활용해 폴리에스테르 원료인 석유를 절약하고, 쓰레기와 소각장에서 배출하는 유해가스의 양을 줄이며, 사용한 폐수를 완벽하게 처리해 강물에 내보낸다. 원단의 소재에 대한 남다른 고민은 신소재 개발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플라스틱병을 폴리에스테르로 재활용해서 플리스 원단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서퍼를 위한 슈트를 제작하면서 네오프렌이 환경에 끼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파타고니아는 율렉스Yulex사와 장기 연구한 끝에, 과율guayule에서 얻은 천연고무로 슈트 원단을 개발했고, 마침내 2016년 가을에 친환경 율렉스 슈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천연 섬유인 면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일반 목화 경작이 땅과 물, 공기를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내보낸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 파타고니아는 1996년부터 제초제, 살충제, 고엽제, 합성 비료를 쓰지 않고 기른 유기농 목화에서 얻은 면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 유전자 변형을 하지 않은 씨앗을 사용해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병해충을 다루고 흙을 되살린다.
거위 털 패딩 재킷을 구입하면서 거위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면 지나치게 감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거위 털을 얻기위해 행여나 비윤리적 행위를 하지는 않았는지 의심해보는 일은 필요하다. 파타고니아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거위 알 농장부터 제품 제작 공장까지 생산 단계를 추적하고 조사하는 작업을 했고, 동물 복지 전문가를 참여시켜 검증 체계를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파타고니아는 사료를 강제로 먹여서 키우거나 살아 있는 동물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폐사했거나 식용 목적으로 키우는 동물을 도축할 때 나오는 깃털만 사용한다.


자연과 환경을 생각해 최소한의 리모델링만 진행하는 건축 철학으로 완성한 뉴욕 미트패킹점 내부. 
매장이라는 공간에도 철학을 담다
사무실은 기본이고, 소비자와 접점이 되는 전 세계 매장의 건축을 통해서도 파타고니아의 친환경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우선 벤투라 본사의 주차장 지붕에는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사무실 전체에서 쓰는 에너지의 10%를 공급하고 있고, 파타고니아 리노 물류 센터는 자동 절전 기능을 갖춘 전기 시설물에 카펫을 포함한 벽판 재료, 페인트, 바닥 덮개와 천장 및 욕실 타일 모두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친환경 건물 인증 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 Environmental Design)의 골드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매장의 경우, 지난 40여 년 동안 엄격하고 높은 기준의 정책을 반영해왔다. 전 세계 매장에 동일한 디자인 가이드를 적용하고 같은 자재를 사용해 브랜드 정체성을 일치화하기보다 자연과 환경을 고려한 최소한의 리모델링만 진행하고, 지역의 역사를 존중하며 풀뿌리 지역 조직과의 조화로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 이는 한국 매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했다.

창고 건물을 개조해 만든 강원도 양양점 외관. 
도봉산 선인봉 자락 아래에 자리 잡은 도봉산점은 마감재 중 80%를 친환경 및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고, 매장 인테리어 시공 시 발생하는 폐자재 같은 배출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곳을 채운 가구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버린 중고 가구나 폐목재를 활용해 직접 제작한 것이다. 또 최근 서핑 스폿으로 부상한 강원도 양양점은 개인이 서퍼 보드 보관용으로 사용하던 창고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렇듯 파타고니아의 철학은 건물을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부분에까지 세심하게 깃들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같은 매장을 볼 수 없다는 게 특징인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했다.


원유 채취 작업을 반대하는 목소리의 ‘크루드 어웨이크닝’ 캠페인.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활동의 주 무대가 되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앰배서더들과 함께 여러 방면의 환경 보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퍼셀Purcell산맥에 위치한 점보 밸리의 스키 리조트 개발 반대 활동, 미국 최대 연어 서식지인 컬럼비아 강 인근 스네이크 강 복원 운동, 미국 LA 샌타바버라 해안 인근 원유 채취 작업 반대 시위인 ‘크루드 어웨이크닝’ 캠페인 등이 대표적 예.


파타고니아의 지원으로 댐이 환경 파괴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다큐멘터리 <댐네이션>을 제작했다.
또 하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분야는 댐이다. 댐의 존재가 얼마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댐이 연어나 무지개송어 등 회귀 본능이 있는 물고기의 이동 경로를 막으며 생태계를 교란하고 또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하는 폐해가 있다는 사실을 지식으로서 알고 있더라도, 이를 자신의 일처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이가 대부분이다.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댐 해체에 큰 관심을 가졌고, 이와 관련한 인식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환경 단체를 적극적으로 후원해왔다. 그 결과 2014년 다큐멘터리 <댐네이션>이 탄생했다. 성과는? 미국 내 댐 네 개를 해체했고, 핀란드와 일본에서도 이 영화를 상영한 후 댐 해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쯤 되면, 파타고니아의 사회적 활동은 결코 마케팅이나 홍보 수단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약 그동안 환경에 대해 무관심했거나 그 어떤 환경보호 행동도 한 적이 없어 마음이 불편하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은 하나다. 재킷 하나 구입할 때 이왕이면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 그러한 의식 있는 소비가 자연적으로 그 기업 철학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면 된다.


글 강옥진 기자 사진 제공 파타고니아(1544-1876)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