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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의 즐거움 도쿄 골목길 산책:디자인 스폿 7
에코 코리아 심판섭 대표는 일본통이다. 20년 전 일본을 처음 찾은 심 대표는 도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젠 겉보기엔 서울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도쿄를 그는 지금도 매년 여러 번 여행하고, 그곳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오랜 인연을 다시 만나고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맛본다. 그가 도쿄 골목을 산책하며 발견한 디자인 스폿 일곱 곳을 소개한다.

야외 마켓 플레이스 코뮨 246의 모습.술과 음식을 사서 지붕이 있는 중앙 광장 테이블에서 먹는다.
도쿄에 처음 간 건 1996년이었다. 그 후로 지난 20년간 매년 적게는 두 번, 많게는 여덟 번까지 도쿄를 찾았다. 그동안 일본 친구를 많이 사귀었는데 그들이 내게 왜 만날 일본, 그것도 도쿄만 그렇게 여행하느냐고 물을 정도다. 난 늘 이렇게 답한다. 좋은 기억으로 남은 상점과 거리가 다시 올 때마다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여전한 채 신선한 감각을 일깨우는 새로운 공간이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두 해만 지나도 거리 전체의 풍경이 완전 히 바뀌는 서울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20년 전 처음 찾은 긴자 골목 커피숍이 그 모습 그대로 있고, 블루 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 같은 이른바 ‘핫’한 카페도 새로 경험할 수 있다. 15년 전 우연히 들른 편집매장에서 막내 점원이던 친구가 지금은 그곳에서 부점장이 되어 있다. 그런 가게에 갈 땐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가슴이 설렌다.

걷는 여행을 좋아한다. 처음 가본 도시라도 지도 한 장 들고 횡으로 종으로 가로지르며 걷는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만큼이나 도쿄는 걸어서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그중에서도 대로보다는 골목을 걸으면 심심할 일이 없다.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때문. 도쿄 골목을 걷다 눈에 띄는 디자인 상점과 갤러리에선 규모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실험적 시도를 만날 수 있고, 사람들 역시 그런 곳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재미는 있지만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궁금해질 만큼 콘셉트가 과감하고 독특한 공간이 있는데, 일본 친구들 말에 따르면 애초의 콘셉트만 잘 유지하면 대개 먹고살 수 있다고. 그럴 수 있는 구조가 늘 참으로 부럽다.

이 기사를 통해 소개할 디자인 스폿 일곱 곳은 디자인적으로 뛰어나고 의미가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 생긴 곳들이다. 골목에 위치하지만 도쿄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보편적 취향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널리 검증받은 곳, 골목을 산책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을 골랐다. 물론 소개한 일곱 곳의 디자인 스폿은 지난 20년간 걸었던 도쿄 골목에서 내게 발견의 기쁨을 안겨준 장소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나의 취향에 꼭 맞는, 보다 개인적인 장소도 많다. 여러 분도 도쿄의 골목을 산보하며 생각지도 못한 발견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베이커리 겸 리빙 숍리츄엘 내부. 흰색 벽과 나무 선반으로 내부 느낌을 통일했다. 사과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는 페이스트리, 리츄엘 링고. 3 푸글렌에서는 노르웨이 방식으로 드립 커피를 내려준다. 4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낡고 푸근한 느낌이 오히려 매력적인 푸글렌. 5 푸글렌의 카푸치노. 심판섭 대표가 권하는 메뉴다.
베이커리&리빙숍, 리츄엘
이에나Iena라는 편집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자리한 상점. 빵과 음료, 리빙 소품 등을 함께 판다. 가정주부의 비율이 높은 도쿄 외곽 주택가 지유가오카 골목에 있는데, 흔한 일본 빵집과 다른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리츄엘Rituel은 크루아상 등 페이스트리의 맛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좋은 재료를 최적의 비율로 배합하고, 레시피대로 정확하게 만드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유명 산지에서 생산한 사과 하나를 통째로 넣은 페이스트리 ‘링고’도 기억에 남는다. 빵집에서 생활 소품을 
파는 것도 재미있다. 1층에는 빵집이, 2층과 3층엔 패션 편집매장, 4층엔 아동복 매장이 자리하는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 콘셉트를 균형 있게 통일해서 언제 가도 기분 좋게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옥상엔 바닥에 목재 덱을 깐 테라스가 있는데,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며 지유가오카 주택가를 내려다보는 걸 좋아한다. 
주소 메구로 구 지유가오카 2-9-17 
문의 03-5731-8041, ritual.jp 

카페&칵테일 바, 푸글렌
아침 8시에 열어서 커피와 음료를 팔고, 밤에는 간단한 칵테일과 위스키 등을 제공하는 노르웨이식 카페다. 일본에는 ‘기사텐’이라는 독특한 다방 문화가 있다. 가죽 소파가 있는 어둡고 다소 퀴퀴한 공간에서 ‘마스터’라고 부르는 남성이 직접 내린 커피를 잔에 따라주는 곳인데, 노르웨이의 커피 문화가 이와 비슷해서 푸글렌Fuglen이 일본 문화에 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시부야에서 요요기 공원 사이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골목길에 위치한다. 아침에 호텔에서 일어나 골목을 산책하다 푸글렌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걸 좋아한다. 노르웨이 커피는 진한 편이라 드립 커피보다는 카푸치노나 카페라테가 내 입맛엔 잘 맞는다. 어두침침한 실내 분위기가 아늑하고, 건물 외부엔 나무 벤치가 있어 차와 흡연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작은 커뮤니티를 이룬다. 

주소 시부야 구 도미가야 1-16-11 
문의 03-3481-0884, www.fuglen.no/japanese 


1 시트론은 프랑스어로 레몬이라는 뜻. 인테리어에도 레몬을 활용했다. 2 키슈quiche와 샐러드, 미니 바게트, 수프, 음료로 구성한 시트론의 세트 메뉴. 3 코뮨 246에 위치한 브루클린 리본 프라이. 리본처럼 얇게 썬 감자튀김과 생강 시럽 등을 판다. 4 서머버드의 덴마크 전통 초콜릿 플로볼과 커피, 촛불을 넣어 주변을 밝히는 홀메가르드의 랜턴. 5 초콜릿 숍 서머버드 입구. 매장 안 모든 것이 덴마크에서 왔다.
샐러드 레스토랑, 시트론
미나미 아오야마, 가이엔마에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한 프렌치 샐러드 레스토랑. 이 주변은 오모테산도 지역과 달리 주택가와 사무실이 많고 관광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시트론Citron은 프랑스어로 레몬이라는 뜻. 음식을 세트 메뉴로만 판매하고 철 따라 메뉴를 바꾸는 식으로 구성한다. 샐러드 위주의 간소한 요리지만, 정통 프랑스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이 신선하다. 미니 바게트 하나까지 프렌치 정통 레시피 그대로 정확하게 만들고,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채식주의자 메뉴가 따로 있고, 프렌치 불도그를 키우는 이곳에는 강아지 식사 메뉴도 있어, 반려견을 데려와서 테라스에서 함께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정통을 따르면서도 캐주얼한 음식 느낌 이 공간 내부의 인테리어 콘셉트에도 잘 드러난다. 접시와 식기 하나하나 간결하지만 만듦새가 정확하다. 산책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식사하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이다.
주소 미나토 구 미나미 아오야마 2-27-21
문의 03-6447-2556, citron.co.jp

야외 마켓 플레이스, 코뮨 246
2년 전 빈 주차장에서 실험적으로 시작한 야외 마켓 플레이스다. 코뮨Commune 246은 처음엔 날씨 따뜻한 계절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했지만, 화제가 되어 사람들이 모이면서 지금은 사시사철 운영한다. 칵테일 바, 맥줏집, 버거집, 소품 숍 등 작고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좁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다양한 변화를 주며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곳곳에 작은 정원을 꾸며 자연 친화적 느낌을 주는 공간. 세계 각지의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와 지역 음식을 파는 상점이 여럿 있어 여름 저녁에 맥주 한잔 하기 딱 좋다. 맥주와 음식을 사서 중앙 광장에 있는 테이블로 가져와 먹으면 된다. 무대가 있어 가끔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저녁 산책하다 하루를 기분 좋게 마감하기에 그만이다. 사람으로 늘 북적이는 시장인데도 바닥이 정말 깨끗하다. ‘이게 일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 젊은이들의 문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
주소 미나토 구 미나미 아오야마 3-13
문의 commune246.com

초콜릿 숍, 서머버드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점이 있는 초콜릿 숍이 얼마전 오모테산도에 분점을 열었다. 서머버드 Summerbird는 덴마크에서도 무척 호사스러운 초콜릿을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천연 재료를 엄선해서 만든 덴마크 전통 초콜릿 플로볼을 판매한다. 종처럼 생긴 큼직한 초콜릿을 자르면 안에 머랭이 들어 있다. 이곳의 모든 물건은 덴마크에서 만든 것이다. 식기는 게오르그 옌센, 접시는 로얄코펜하겐, 가구는 아르 네 야콥센…. 초콜릿 하나에 6백 엔 정도로 가격은 비싼 이지만 보기와 달리 무척 달고 크기도 꽤 커서 둘이 나눠 먹으면 딱 좋다. 대부분의 일본 고급 초콜릿 숍은 프랑스풍이라 거의 비슷 한데, 이곳은 초콜릿 형태와 맛, 공간 분위기와 색조가 모두 다르다. 꼭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주소 미나토 구 미나미 아오야마 5-5-20
문의 03-6712-7220, summerbird.jp/en


6 남성 전용 복합 매장 프리만스 스포팅 클럽 3층에 위치한 바버 숍. 벽과 바닥을 마감한 타일 패턴이 유쾌하다. 7 니콜라이 베르그만 노무 내부. 각목을 집 모양으로 간결하게 짠 선반이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다. 내부를 꾸민 꽃은 모두 드라이플라워다. 8 니콜라이 베르그만을 대표하는 검은색 상자에 담은 드라이플라워. 생화의 색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말렸다.9 프리만스 스포팅 클럽 지하에 자리한 레스토랑의 햄버거와 파스타. 미국식답게 음식의 맛과 양 모두 풍성하다.  10 노무 카페의 안과 밖 모두 꽃과 식물로 푸르다.
남성 전용 복합 매장, 프리만스 스포팅 클럽
일본 남성이 자신을 꾸미는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다. 유럽에서 생산하는 최고 아이템을 일본에서 찾는 것이 오히려 쉬울 정도. 뉴욕에 있던 남성 복합 매장 프리만스 스포팅 클럽Freemans Sporting Club이 3년 전 오모테산도 골목에 문을 열었다. 1층 에는 클래식한 캐주얼 의류를 파는 편집매장, 2층엔 맞춤 양복을 파는 테일러 숍, 3층엔 바버 숍, 지하엔 바와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각 층마다 공간 성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 콘셉트를 따로 잡았다. 편집매장은 목재를 많이 써 고풍스럽고, 테일러숍은 아틀리에처럼 밝게 꾸몄으며, 바버 숍의 인테리어는 간결하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레스토랑은 지하에 위치하지만 천장을 높게 만들어 위쪽으로 야외를 볼 수 있게 했다. 곳곳에 박제된 사슴과 사냥 관련 물품을 전시해두었다. 그야말로 남자의 공간. 한국에도 최근 남성 편집매장이 많이 생겼지만 아쉽게도 이 곳처럼 한곳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은 아직 없다.
주소 시부야구 진구마에 5-46-4
문의 03-6805-0490, freemanssportingclub.jp

플라워 숍&카페, 니콜라이 베르그만 노무
니콜라이 베르그만Nicolai Bergmann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플라워 아티스트다. 덴마크인이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일본에 이민 와서 고생한 끝에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드라이플라워로 유명한 그의 플라워 숍은 작년 개장한 포시즌 코리아에도 들어와 있다. 니콜라이 베르그만의 이름을 알린 건 밑단을 자른 색색의 말린 꽃을 검은색 사각 상자에 빼곡히 넣은 패키지다. 전통적으로 검은색이 죽음을 의미하는 동양 문화권에서 꽃을 검은색 상자에 넣어 파는 것은 금기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보란 듯이 성 공했다. 생화의 색을 그대로 유지한 채 말려서 2년간 꽃이 시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오모테산도에 오픈한 노무Nomu 카페를 장식한 꽃들도 모두 드라이플라워. 이곳에서 파는 음료와 음식은 그리 특별하진 않지만 꽃과 조화를 이루도록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카페 안쪽엔 플라워 숍이 있다.
주소 미나토 구 미나미 아오야마 5-7-2
문의 03-5464-0824, nicolaibergmann.com



#도쿄 골목 #도쿄 여행지
구술과 사진 심판섭 | 정리 정규영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