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QFIK 2016 공모전에서 <행복이가득한집> 상을 수상한 김경순 씨의 작품. 트레킹을 하며 힐링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2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조현화 씨의 작품 ‘빗방울 랩소디’. 3 공모전 테마인 ‘여행’을 인생에 빗댄 유혜란 씨의 ‘Journey’. 인생의 순환을 큰 원과 나뭇가지로 표현했다.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2016 한국퀼트페스티벌은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았다. 작년보다 촘촘하게 부스를 구성한 데다 ‘퀼트’라는 영역을 한층 넓게 해석해 다양한 스타일의 퀼터를 만날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퀼트 작가 스물일곱 명의 작품을 설치한 <한국 아트 퀼트전>과 퀼트 작가들 을 초대해 그들의 작업실을 재현한 <나의 아틀리에> 부스가 눈에 띄었다. 바느질이라는 표현이 일차원적이라 느껴질 만큼 자신만의 다양한 변주를 뽐낸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이번 행사의 준비위원장이자 퀼트지 음의 오선희 대표는 “퀼팅quilting은 누빈다는 뜻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 범위가 넓은데, 퀼터들이 이야기하는 퀼트는 겉감과 속감 세 면이 한꺼번에 꿰매지는, 누벼지는 작업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전통 기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퀼트라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요즘은 머신 퀼트도 등장하고 다양한 아티스트가 활동하면서 한층 예술 분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나의 아틀리에>에 초대된 정민기 작가 역시 ‘퀼트’라는 고정관념에서 한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 주인공. 현대인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대형 곰 인형과 작업 과정을 담은 스케치, 해부도 등을 스티치로 표현해서 자신의 작업실을 재현했는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가 높았다.
정 작가는 “원래 드로잉 작업을 기본으로 해, 대부분 자화상이나 인물화를 스티치로 그려낸 작품이 많습니다. 실 역시 하나의 선이기 때문에 개인적일 수 있는 나의 작품관을 드러내는 데 좋은 매개체가 됩니다”라는 소감도 덧붙였다.
4 <행복>에도 소개한 적 있는 정경희 작가는 <나의 아틀리에>에 참여해 자신의 저서와 함께 바느질 작업 공간을 꾸몄다.
퀼트는 나에게로의 여행
역시 가장 많은 발길이 이어진 곳은 QFIK 2016 공모전 부스. 올해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는데, 나만의 감성을 표현한 여러 작품의 우위를 가릴 수 없어 대상 대신 최우수상 한 명과 우수상 네명을 선정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주인공은 ‘빗방울 랩소디’의 조현화 씨. 꿈에 그리던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쏟아져 내린 빗줄기와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파문을 도형 패치워크와 컬러 매치, 흰색 스티치로 그려냈다. 우수상 중에는 가족의 일생을 여행처럼 그려낸 작품이 눈에 띄었다.
유혜란 씨의 ‘Journey’는 하늘나라에 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우리네 인생을 풀어낸 것. 인생의 황금기인 50대를 중심으로, 부모님이 나의 밑거름이 되고 내가 다음 세대의 밑거름이 되는 ‘순환’을 큰 원으로 표현했다. 또 선에서 길로, 길에서 방향성으로, 방향성에서 여행으로 이어지는 아버지의 인생 여정을 담아낸 ‘아버지의 여정’을 출품한 최은주 씨는 “아트 퀼트 스터디를 시작하며 공모전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작업하는 한 달 동안 아버지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같아 행복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초대전도 볼거리가 쏠쏠했다. 2015년 유러 피언 패치워크 미팅에 초대된 한국 퀼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것. 돌담, 기와 등 한국적 문양과 이미지를 퀼트에 담은 장미선 작가, 사물놀이 패의 화려함과 몰입도를 담아낸 장미경 작가, 여러 나라 소수 민족의 전통 바느질 기법을 연구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온 김원선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매년 퀼트 전통 기법을 심도 있게 다루는 <트래디셔널 퀼트 특별전>에서는 색유 리로 만든 예술 작품인 스테인드글라스, 통나무를 겹쳐 쌓아가는 건축 양식 이미지를 표현한 로그 캐빈, 영국 전통 패턴 중 하나인 바스켓 기법을 다뤘다. 퀼터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수준은 점점 높아져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기대되는 한국퀼트페스티벌. 내년 공모전 주제는 ‘RED&GREEN’이라고 하니, 더욱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기대해본다.
1 아트 퀼트 스터디를 시작하며 공모전에 참여해 우수상을 받은 최은주 씨는 ‘아버지의 여정’에 대해 그려냈다. 공식 포스터로도 만들어져 의미가 깊다는 소감. 2 색유리로 만든 예술 작품을 퀼트로 표현하는 트래디셔널 퀼트 기법인 스테인드글라스. 3 현대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대형 곰 인형과 작업 과정을 담은 스케치 등 정민기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부스.
○ 한국퀼트페스티벌 만드는 사람들
“처음 참여한 공모전에서 <행복이가득한집> 특별상을 수상해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번 주제인 여행에 대해 저는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대개 쉬기 위해 여행을 가곤 하잖아요. 저는 트레킹으로 힐링하곤 하는데, 트레킹을 하다 바위에 기대 쉬고 있는 제 모습을 그렸죠. 머리와 목 부분을 독특하고 자유롭게 표현했는데, 실제 제 모습과는 정반대예요. 작품 속에서나마 자유분방한 제 마음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주로 아트 퀼트 작업을 하는데, 아트 퀼트의 매력은 손바느질과 머신 퀼트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소재나 형식에 제한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종이접기 형식으로 꽃을 만들고 꽃술 대신 자개 단추를 달았습니다. 바위 부분은 손바느질로, 나머지 부분은 그림을 그리듯 재봉틀로 연출했지요. 3개월 동안 작업하면서 특히 얼굴을 얼마나 고쳤는지 몰라요. 얼굴 크기도 줄이고 눈도 감은 모습을 선택했지요. 퀼트를 즐기면서 그림 그리는 것에도 관심이 생겨 요즘은 유화도 배우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퀼트와 유화를 접목해 작품을 완성해보고 싶습니다.” _ <행복이가득한집> 상 수상자 김경순 씨
“신사동에서 퀼트지음이라는 퀼트 숍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퀼트를 제대로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퀼터 열두 명과 함께 한국퀼트연합을 설립하고, 한국퀼트페스티벌도 열게 됐지요. 해가 갈수록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바느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비하면 퀼트 시장은 아직 정체기예요. 한국퀼트페스티벌을 통해 퀼트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예컨대 퀼트 강국인 유럽이나 미국을 보면 그냥 집에서 퀼트를 즐기던 ‘아줌마’들이 디자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퀼트는 재봉틀이나 원단업계와 같이 주변 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야거든요. 한국퀼트페스티벌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한국 퀼트 시장의 앞날을 기대해봅니다.” _ 한국퀼트페스티벌 준비위원장 오선희 대표
취재 협조 한국퀼트연합(www.cqa.kr)
- 2016 한국퀼트페스티벌 스티치로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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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퀼트’라는 관심사로 똘똘 뭉친 국내외 퀼터들의 축제 2016 한국퀼트페스티벌이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8회를 맞은 행사로, 여러 퀼트업체와 전문가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감의 장場이었다.#한국퀼트페스티벌 #김경순 #오선희 대표글 손지연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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