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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관리가 필요합니다
불안, 분노, 짜증, 죄책감 등 마음이 동요하는 순간, 그 감정을 외면하거나 방치한 적은 없나요? 그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거나 마음의 상처가 곪으면 병이 됩니다. 몸을 다치면 치료하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면 치유해야 마땅하지요. 잔병치레를 줄이기 위해 기초 체력을 기르듯, 평온한 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당신의 마음은 건강한가요
“건강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보통 신체의 건강을 떠올린다. 그런데 건강이란, 육체만 탈이 없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도 부침이 없이 평온해야 한다. 신체의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넘쳐난다. 하지만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배운 적이 없다. 오히려 마음은 그야말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라고 치부해버리곤 한다. “도인이 아닌 이상 평온한 마음이 유지돼?” “세상에 걱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처럼 복잡한 마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대부분이 불안함, 두려움, 분노, 화 등의 감정에 휘둘린 채 살아간다. 심지어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왔기에 이제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무엇인지조차 감을 잡지 못한다. 하지만 감정이란 분명히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다. 외적으로 걱정이나 문제가 존재하더라도 내적으로는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도인이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능력, 즉 내면의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는 살면서 마음의 근육을 잃어버릴 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삶의 목표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상위 대학 입학, 좋은 직장, 부의 축적 등 세속적 기준을 읊는 경우가 많다. 삶의 목표는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 공존해야 하는데, 추구하는 방향부터 균형이 깨져 있는 셈이 다. 결과 중심적 사고를 하기에 늘 마음이 바쁘고 머릿속이 복잡하며 밥을 먹는 순간조차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그러다 보니 마음속엔 여유 공간이 없어 코 앞에 있는 사람과 함께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후회하곤 하지 않는지?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멋지고 폼 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과 동등한 정도로 마음의 평온, 즉 아름다운 내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마음 훈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마음 들여다보기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하루에 무려 7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거리에서 저 멀리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다가오고 있다고 하자. 반갑게 인사를 하면 되는 단순한 상황이겠지만, 그 행동을 하기까지 수십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나를 알아 볼까?’ ‘내가 인사하면 반갑게 맞아줄까?’ ‘나는 지금 예뻐 보이나?’ ‘뭐라고 말 붙이지?’ 등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뭐 저런 생각까지 하지?’ ‘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식으로 시각과 관점이 참 다양하다. 그리고 알게 된다. 똑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누군가는 긍정적 생각을 더 많이 하고, 누군가는 부정적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이렇게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타고난 성격도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적으로 과거의 경험에 기인한다. 그래서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면 ‘내가 인사하면 반갑게 맞아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는 게 마음의 습관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상처를 준 사람과 현재 맞닥뜨린 사람은 다른데도 불필요한 감정이 평온함을 깨뜨린다. 두려움을 예로 들면, 정글에서 호랑이를 만났을 때 느끼는 두려움은 생물학적 감정으로 필사적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그날 밤, 그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밤새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 같아 잠 못 이루는 건 심리적 불안함일 뿐이다. 이처럼 내면에 자리 잡은 부정적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착각이거나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의 원인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가장 먼저 자신의 내면에 어떠한 생각들이 피었다 지는지를 들여다보는 게 시작이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남을 탓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걱정하는 것에 머물면 안 된다. 그러한 감정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밀려오는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도적으로 감정을 전환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어떻게 확장될지 모르고, 나쁜 감정이 더 지배적이 되면 우울증이 생기며, 심하면 육체의 병까지도 얻게 된다. 감정, 생각, 즉 마음을 관리하는 건 어쩌면 몸매 관리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몸매의 아름다움은 잃어도 살 수 있지만, 마음의 아름다움을 잃는다 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또 내면이 평온하고 고요한 상태에서만 더 올바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고 나아가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다. 내면을 평온하게 이끌어주는 마음 훈련은 운동에 버금가는 삶의 필수 요소인 셈이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 마음 훈련법은 바로 명상이다.


명상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우리나라는 아직 명상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종 류의 명상 센터가 있긴 하지만, 명상을 종교적 의식이라거나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명상은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특히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현대 도시인에게 꼭 필요한 커피타임과도 같다. 최근 하버드를 비롯해 전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명상을 정규 수업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또 의학계에서는 명상이 항우울증 약 복용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을 인정해 하나의 심리 치료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명상이란 한마디로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이끌어주는 것으로, 세상에는 수많은 명상법이 존재한다. 관찰 명상, 호흡 명상, 만트라 (신성한 소리를 반복해서 읊어주는) 명상, 율동과 함께하는 명상, 종교적 색채가 있는 위빠사나 명상 등 종류가 많기에, 직접 경험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골라서 실천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내가 경험한 명상법은 자이 요가 민진희 원장이 국내에 소개한 인도의 마음 학교 원 월드아카데미(OWA)의 교육법으로, 종교적 색채가 없으며 통합적이고 매뉴얼화되어 있어 누구나 성향과 목적에 맞는 명상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게 특징 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고요한 감정을 원할 땐 뇌 디톡스 명상을, 분노ㆍ두려움ㆍ걱정ㆍ긴장ㆍ죄책감ㆍ슬픔ㆍ실망감 등 특정 감정을 전환시키고 싶을 땐 마인드 디톡스 명상을, 원인 모를 침체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땐 아름다운 감정과 경험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의식 디톡스 명상을 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내적 평온함을 얻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따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이고 체계화한 명상법이다. 현재 하버드 대학에서 교육과정으로 개설한 명상법의 모태이기도 하다.

지난 2월 말, 인도에서 OWA의 수석 강사인 아난다기리지가 한국을 방문해 명상 특강을 한 바 있다. 명상에 대한 취재를 앞두고 주변에 “명상을 배우러 간다”고 말했을 때, “공중 부양하고 싶으냐”는 농담을 들었다는 나의 말에 아난다기리지는 명상에 대한 오해를 명쾌하게 풀어주었다. “수년간 명상을 수련 하면 초월의 경지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명상의 목적은 아니지요. 일상에서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그 상태에서 엄마, 아빠, 아내, 남편, 리더 등 각자 삶의 역할을 해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명상입니다. 부정적이고 제한적인 감정 상태로는 말과 행동이 바르게 나오지 않으니까요. 명상은 슈퍼 휴먼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인간다운 아름다운 인간이 되도록 만들어 줍니다.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고 소외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세상과 따뜻하게 연결하지요.”



"행복한 삶을 위해 좋은 교육, 멋진 직업, 부의 축적 등 외적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마음 훈련을 해야 한다. 명상이라는 마음 운동을 통해 평온하고 아름다운 내적 상태를 유지할 때 각자 삶의 역할에서 더 성공적 결과를 얻을 것이다."


명상은 일상이 되어야 한다
나는 3일에 걸쳐 아난다기리지의 특강을 들었다. 그동안 요가를 배울 때 수업 시간 중 잠깐씩 명상을 하긴 했지만, 명상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없었기에 그저 졸음과 싸워야 하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제대로 배워보니, 명상이란 자신의 내면을 지배하는 감정을 읽고, 평화롭고 고요한 방향으로 다스리고자 하는 오롯한 자신과의 대화다. 꼭 가부좌를 틀 필요도 없고, 밝은 곳에서도 가능하며, 차분한 음악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일상에서 치이고, 상처받고, 지치는 순간 언제 어디서나 감정을 추스르는 효과적 방법임을 안 것이다. 명상이 어떤 식으로 내 일상에서 효력을 발휘했는지 경험담을 나누고 싶다. 피곤한 이른 아침, 놀아달라는 아이에게 핸드폰을 쥐여주고 달콤한 늦잠을 잔, 미안함과 죄책감이 든 날이었다. 마인드 디톡스 명상을 통해 내 가 ‘아이를 절대 방치하지 않는 완벽한 엄마’라는 이미지에 나 자신을 가두었다는 걸 깨닫고, 잘못은 인정하되 한 번의 실수로 나를 다그치지 말자고 포용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또 괜히 기분이 우울하고 가라앉은 날, 의식 디톡스 명상을 하며 기뻤던 순간과 나에게 사랑을 베풀어준 고마운 사람의 미소를 떠올리자 내면이 따뜻하고 행복한 감정으로 채워졌다. 예민함이 이루 말할 수 없기로 악명 높은 어느 인물과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과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때, 서른 두 번의 호흡과 빛으로 가득한 공간,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마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아이파워 명상을 했더니 편안하고 안정적인 마음 상태를 되찾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명상을 처음 할 때는 생각과 감정,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배우는 3일 동안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장 몰입을 잘하고 효과를 느낀 걸 보면, 명상을 왜 “수련한다”고 표현하는지 이해가 된다. 그러니 명상의 극적 효과를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면 직접 명상 수업을 들어볼 것을 권한다. 명상을 배운다는 건 자신의 깊은 내면을 마주하고 꺼내어 보는 것과 같기에 당혹스럽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상을 배운다는 건 영어 학원이나 운동 센터 등록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결국 더 나은 자신을 만들고 삶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니까.


더 단단해진 마음 근육의 힘
현재 “명상은 트렌디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4월 20일에는 오프라 윈프리의 명상 지도자로 유명한 디팍초프라가 내한해 강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명상을 권하는 사회가 슬픈 현실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명상에 대한 관심과 필요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현대인의 삶이 고달프다는 의미일 테니까. 전 세계를 돌며 명상을 전파하고 지도하는 아난다기리지에게 명상 권하는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었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은 두 가지예요. 외면하거나 혹은 내적 상태를 바꾸는 것이죠. 술, 담배, 오락, 가십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회피한다면 사회는 위험해질 것입니다. 반대로 아픈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내적 상태를 변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사회가 건강해지겠지요. 그러한 면에서 명상이 트렌드라는 현실은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요?”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당신의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라는 주제로 멤버가 직접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조차 지우고 싶다는 취업 준비생, 명절에 친지를 볼 면목이 없어 함께 못했다는 고시생,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학생 등 대한민국의 치 열한 경쟁의식이 조장한 시민의 불안함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적 특성에 따라 국민의 명상 수요도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난다기리지의 대답은, 지구에 불안함이나 스트레스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는 것! 그렇다고 불행의 씨앗을 사회와 주변으로 돌리고 비난하는 마음을 쉽사리 거두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처한 상황에 대해 불평만 늘어놓는 것 대신 ‘내가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더 건강한 마음 아닐까? “가족 내 관계적 문제가 있는데, 늘 아내를 탓하고 아이들을 야단치곤 했어요. 하지만 이제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명상 수업이 끝날 무렵 어느 40대 남성의 고백처럼 갈등의 해결책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을 줄 아는 마음의 힘을 얻는 순간, 우리의 삶은 훨씬 더 행복해질 것이다.


도움말 아난다기리지(인도 원월드아카데미 수석 강사), 민진희(자이 요가 원장)

#명상 #명상법 #아난다기리지
글 강옥진 기자 | 일러스트레이션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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