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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권하는 가족
고요하게 일렁이던 물결이 차오르다가 순식간에 부서진다. 자연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은 바다 위의 서퍼. 오롯이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격려하고 환호하는 이들이 곁에 있으면 더욱 쉽고 재미있다. 서핑 권하는 시대에 각자의 방식으로 서핑을 즐기는 세 가족을 만났다. 아빠와 아들, 온 가족이 서핑에 매료된 진짜 이유.

프레드릭 말론・파말루 부자 아빠와 아들은 그렇게 서퍼가 된다
“파말루가 저보다 파도를 더 잘 탑니다”라고 말하는 프레드릭 씨. 아들 파말루와 떠난 발리 여행에서 한 달 내내 파도를 타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파말루에게 아빠는 서핑 선생님이자 친한 친구다.
서핑 좀 한다는 이들이 말하는 파말루Paumalu는 단순히 서핑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타고난 서퍼’ ‘무시무시한 가능성을 지닌 소년’ ‘보드를 발에 달고 태어난 바다 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아홉 살의 나이지만 그 누구보다 파도를 잘 타는 아이로 소문이 자자했다. 파말루와 그의 아빠 프레드릭 말론Fredrick Malone이 발리에서 서핑 여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건 서핑 전문 사진가 김울프였다. 그는 롬복Lombok에서 엄청난 규모의 파도를 타는 파말루의 사진을 보내왔다. 파도와 완벽한 합일을 이루는 모습은 과연 소문대로였다. 현재 파말루는 플로리다 출신의 아빠 프레드릭 말론과 한국인 엄마 김유리 씨와 함께 하와이 오아후 섬 노스쇼어 해변에서 살고 있다. 파도와 놀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네 살 때 처음 서핑 대회에 나가기 시작해 거의 매년 참가하는 대회에서 수상을하는 파말루는 2014년과 2015년 연달아 참가한 국제 서핑 대회 세 곳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RVCA로부터 공식 후원을 받는 당당한 세계 챔피언!

인도네시아 롬복 데저트 포인트에서 배럴 파도를 타는 파말루. 국내에 배럴 파도를 탈 수 있는 서퍼가 거의 없을 만큼 난도가 높은 기술이다. 
발리 여행을 마치고 하와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국에 잠시 들렀을 때 파말루와 프레드릭 부자父子를 만났다. 발리에서 배운 마술을 보여주겠다고 장난치는 모습은 딱 아홉 살 . 왜 서핑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것보다 프로 서퍼가 낫잖아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아내 김유리 씨를 발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기 전 프레드릭 씨는 전 세계 서퍼를 기록하는 영상 제작자였다. “파말루가 사춘기가 되기 전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서 일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아직은 여자 친구보다 서핑을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곧 달라지겠죠? 은행가이던 제 아버지는 늘 바쁘셨어요. 아버지와 나눈 추억이 거의 없죠. 그래서 저는 파말루가 태어났을 때 낚시, 서핑, 캠핑, 요트 등을 가르치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한국의 부모와 확연하게 다르다.

파말루에게 아빠는 멘토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며 서핑 동료인 셈이다. 파말루가 처음 서프보드에 오른 네 살 때도 프레드릭 씨가 아내와 함께 있었다. 보드 위에서 미끄러질 때마다 함박웃음을 짓던 파말루를 촬영한 영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요즘도 그들은 파도가 좋은 날에는 무조건 바다로 향하고, 파도가 없는 여름에는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사우스쇼어로 서핑 나들이를 떠난다. 언제나 안전하게 서핑할 수 있도록 바다 상황을 주시하며 교육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파말루가 스스로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과 호흡하며 서핑을 겸손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부부는 바란다.


이정록・윤보원 가족 따로 또 같이 즐기는 서핑의 맛
이제는 매주 행사가 되어버린 서핑 여행. 양양은 서울에서 두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접근성이 좋다. 서핑을 시작한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지만, 그것이 가족의 유대감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건강한 매개체가 되었다. 
강원도 양양 남애리 해변에 들어서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바다 위에 떠 있는 사람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이었다. 때론 고요하게, 때론 분주하게 각자의 파도를 마주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일곱 살 유라. 서핑은 젊은 청년들이 즐기는 이른바 ‘힙’한 여름 스포츠라는 생각을 해왔기에, 내겐 생경한 모습이었다. 아빠 이정록, 엄마 윤보원 씨는 유라와 함께 매주 토요일마다 양양에 있는 서핑 스쿨 바루서프를 찾는다. 온몸을 감싸는 슈트로 갈아입고 보드를 번쩍 들어 올려 바다를 향해 걷는 부부의 움직임이 능숙하다. “해외 유학 시절에 연령과 상관없이 서핑을 일상 스포츠로 자연스럽게 즐기는 현지인을 보고 마냥 부러웠어요. 언젠가 나도 그들처럼 가족이 함께 서핑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는데 그걸 실현한 거죠.”

유라는 엄마가 끌어주고, 아빠가 밀어주는 서프보드를 타고 파도 위에서 노는 걸 참 좋아한다. 
그렇게 온 가족이 함께 양양을 찾은 것은 약 두 달 전이었다. 바루서프에서 안전 교육을 이수한 후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이곳을 찾았다. “김진수 대표에게 안전 교육을 받은 후 바로 슈트를 구입했어요. 쉽지 않은 운동이지만 하면 할수록 욕심이 나더군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온 가족이 함께 한다는 사실이에요. 주중에는 밤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는 겨우 오후에 잠깐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전부였거든요. 아이가 성장한 후에 ‘아, 그때 엄마 아빠가 보드를 밀어줬지, 엄마가 참 멋있게 서핑을 했지’ 하고 회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족과 공통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엄마가 바다에 들어가면 아빠는 유라를 돌보고, 아빠가 파도를 탈 땐 엄마가 유라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해변은 유라가 마음 놓고 뛰노는 놀이터고, 함께 서핑을 즐기는 언니 오빠들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보호자 역할을 한다. 타인과의 교류와 스포츠 교육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삶도 즐길 줄 아는 대범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부부는 바란다.

“파도 앞에서 여전히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고 물도 많이 먹어요. 파도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 이정록 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내 윤보원 씨는 파도와 한창 씨름 중이었다. 출근 전 한강에 들러 수상스키를 탈 정도로 운동을 즐기지만, 의욕만큼 되지 않아 물을 연거푸 먹으며 입수하는 상황. 하지만 포기란 없다. 이렇게 서핑은 가족이 함께 즐기는 운동인 동시에 각자 홀로 도전하는 자신과의 싸움이 기도 하다. 하루 종일 서핑을 즐긴 후에는 5분 거리에 있는 돼지국밥집에 가서 출출한 배를 채우고 서울로 올라간다. 여름 휴가로 제주도 서핑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부부는 꽤 오랜 시간 파도와 함께 놀며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서핑,어디에서 배울까?
지역에 따라 바다의 성격도, 바람의 움직임도 다르다. 국내 여행을 하듯 서핑 사이트 투어를 해보면 어떨까? 체계적인 서핑 교육 프로그램도 갖추고 개성도 남다른 지역 대표 서프 숍을 소개한다.

서울 서울에서도 보드 위에 서서 즐기는 SUP(Stand up paddle)라면 서핑이 가능하다. 널찍한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저어가며 도심을 활보하는 수상 레포츠. 파도가 없는 한강에서 쉽게 서핑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 서핑은 배우고 싶고,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한강에서 SUP 보드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서프 오션(070-7522-0730, surfocean.co.kr)과 제이제이서프(02-456-6848, jjsurf.com)가 있으며 모두 서울 한강 뚝섬 윈드서핑장에 위치한다.

서해 만리포 아웃도어 전문 사진가 이성훈 실장은 주기적으로 만리포 해변에서 서핑을 즐긴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서핑 스폿이기 때문. 또 수심이 얕고 파도의 결이 비교적 온순해 초보자가 즐기기 좋다고 조언한다. 태안 만리포 해변 바로 앞에 있는 MLP서 핑클럽(010-4785-5199, cafe.naver.com/mlpsurfing)은 서해 유일한 서프 숍이자, 강습과 각종 장비 렌털이 가능한 곳.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해 맥주와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저녁엔 종종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강원도 양양 양양은 해변마다 개성이 서로 다른 서프 숍이 형성되어 있을 만큼 파도를 타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남애리 해변의 바루서프 양양(070-4409-2289, barusurfyy.com)은 서퍼 경력 10년 차로 각종 국제 서핑 대회에서 전문 MC로 활약하는 김진수 대표가 운영하는 대표 숍. ISA국제서핑협희의 공인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강사진이 체계적인 안전 교육을 제공한다. 서핑 강습과 장비 렌털, 서핑 브랜드 제품 판매를 하며 게스트 하우스도 운영한다. 인도네시아 발리가 본사로 현지와 동일한 강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연계가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다.

대한서핑협회(KSA)의 강원도 지부인 강원서핑연합회(KGSA)에 소속되어 있는 서핑 스쿨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바루서프 양양점을 비롯해 서프클럽젯시티(동호 해변, 070-4411-6789, jetcity.co.kr), 서퍼스(기사문 해변, 070-4400-9995, surfers.co.kr), 블루코스트(동산항 해변, 033-672-4499, bluecoast.kr), 서프스업(동산항 해변, 033-671-0549), 서프가든(동산항 해변, 033-673-9733, surfgarden.co.kr), 오닐서프(죽도 해변, 070-4250-3434, oneillsurf.co.kr), 타일러서프(죽도 해변, 033-672-8993, tylersurf.co.kr), 씨맨 스쿠버&서프(죽도 해변, 010-2566-3776, cafe.naver.com/seamandiveresort), 서프라이즈(죽도 해변, 070-4154-8548, surfrise.co.kr), 서파리(인구 해변, 010-9004-1455, surfari.co.kr), 팔봉서프앤하우스(남애 해변, 033-671-4888) 총 열두 개의 서핑 스쿨이 소속해 있다. 협회의 강사진 모두 수상 인명 구조 요원 자격증이 있으며 주기적으로 서핑 대회를 주최한다.

부산 부산에 서핑 문화가 확산하기 시작한 건 약 10년 전. 현재는 없어진 서프 숍 ‘서퍼스드림’을 기반으로 서퍼들이 차츰 모이기 시작해 50여 명의 서퍼가 참여한 소규모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 해운대, 송정, 광안리 해변에서 손쉽게 서핑 스쿨을 찾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마치 학원 보내듯 아이들을 서핑 스쿨에 보내는 젊은 엄마가 늘고 있는 것도 부산의 독특한 서핑 문화. 대표적 서핑 스쿨은 광안리서핑학교+카이서프(광안리, 051-753-2746, kaisurf.co.kr), 데이서프숍(070-4126-0227, daysurf.co.kr), 한국 서핑협회 부산스쿨(010-4132-2208, wavecity.modoo.at), 서프짐(051-701-6635, surfgymkorea.com), 송정서핑학교(송정 해변, 051-704-0664, www.surfschool.co.kr), 바루서프 송정(070-4121-2222, www.barusurfsj.com), 미노스서프 부산(cafe.naver.com/minossurf) 등이 있다.

제주 사계, 월정리, 중문 색달 해변 등 주요 해변을 중심으로 서핑 스쿨이 모여 있는 제주 역시 서핑을 만끽하기 좋은 지역. 제주서핑스쿨(중문・월정 해변, www.jejusurf.com)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원조 서핑 스쿨로 게스트 하우스까지 운영한다. 입문자를 위한 서핑 캠프와 함께 제주의 변화무쌍한 서프 포인트를 이동하며 파도를 즐기는 서핑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핑 1년차인 제주 이꼬이의 정지원 셰프는 파도가 온순한 사계 해변의 비고르서핑스쿨(010-3692-5901, vigorsurf.com)을 추천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훈탁 대표가 운영하는 서핑 스쿨이자 게스트 하우스. ‘앉은뱅이 도 일어나게 한다’는 슬로건이 있다고 하니 믿고 배워도 좋을 듯! 그 밖에 쇠소깍 해변의 쇠소깍서핑클럽(010-2689-4173, cafe.daum.net/seosokkaksurf), 중문 해변의 바구스서핑스쿨(010-8661-9437, jejubagus.com)이 대표적이다.


서피비치에서 시작하는 내 생애 첫 서핑!

서핑 전용 해수욕장인 서피비치Surfyy Beach가 강원도 양양 하조대에 개장했다. 서핑 전용 해변인 ‘서퍼 전용 존’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스위밍존’으로 나뉘어 있어 안전하게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 서프 스쿨 서핑 프로그램 외에도 고급 카라반, 1백 동의 게스트 캠핑, 자가 텐트 캠핑장 등 다양한 형태의 캠핑 시설을 갖췄다. 매일 해변 스테이지에서 버스킹 공연과 디제잉 파티가 열리고, 주말에는 힙합 무대가 이어진다. 서피 캠프 1박 2일 패키지는 캠핑 장비 렌털과 서핑 초급 강습(장비 포함)을 포함해 4인 기준 34만 원이며, 카라반은 10만~15만 원, 게스트 캠핑장은 6만~8만 원(4인 기준), 자가 캠핑장은 2만~3만 원이다. 


제품 협조 배럴(www.getbarrel.com) 취재 협조 바루서프 양양(070-4409-2289), 광안리서핑학교×카이서프(051-753-2746), 김정훈(마린서비스 코리아)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아웃사이더스(서송이・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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