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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편집매장을 이끄는 사람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리는 우리의 자세
편집매장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해외 다양한 브랜드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늘고 있는 요즘, 오히려 ‘우리 것’에 집중하는 곳이 눈에 띈다. 전통의 명맥을 잇는 장인의 작품을 찾거나 국내 작가를 발굴해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집하는 이들을 만났다. 그들의 탁월한 안목으로 고른 아이템과 함께.

KCDF 갤러리 숍 상품 개발팀 쓰일 때 더 아름다운 공예품을 엄선하다
‘공예’와 ‘디자인’을 지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공공 기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KCDF 갤러리 숍. 2010년 리뉴얼 오픈한 이후 우리나라 문화를 지키는 장인과 신진 작가의 1천여 종이 넘는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KCDF 갤러리 숍의 운영은 물론, 제품과 디자이너 발굴을 총괄하는 상품 개발팀을 만났다.

1 무형문화재 안동오와 한창문 장인에게 사사를 받아 5대째 왕실 도자의 명맥을 이어오는 장인 한기석의 백자청화향합. 
2 금박 옻칠잔 세트는 유미현 작가 작품. 
3 색유리를 원하는 크기로 재단해 만든 문진은 유리공예가 박선민 작가의 작품. 
4 십자반턱짜임, 주먹장부짜임 등 전통 짜임을 응용한 목재 다과 받침 세트는 남궁선 작가 작품. 
5 투광성이 돋보이는 백자 잔은 이인화 작가 작품. 
6 자연의 순환과 결실을 의미하는 열매 모티프 오브제는 김자연 작가 작품. 
7 꽃꽂이를 할 때 사용하는 쇠 침봉을 도자기로 만들어 영구적이다. 이성근 작가 작품. 
8 한복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식기는 오주연 작가 작품.
 
공예작가와 디자이너를 발굴할 때 기준이 있나?
(김승배)기본적으로 한국의 전통 기법이나 소재를 바탕에 두고 현대적 감각과 수공예적 느낌이 더해진 제품을 찾으려고 한다. 공예와 일상을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셈이다. 제품이나 공예작가, 디자이너는 분기별로 공모전을 개최해 발굴한다. 그중 스타 상품 개발 프로젝트는 젊은 작가들과 참신한 공예 디자인 상품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매년 10명 내외의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작품을 전시·응원하는 프로젝트다. 2014년에는 도자, 옻칠, 염색 등 다양한 전통 공예 기법에 첨단 기술인 3D 프린트 기술을 접목한 윤주철 작가의 칠보 투각 머그, 그리고 십자반턱짜임·주먹장부짜임 등의 전통 짜임과 수종의 질감·색의 차이를 응용해 만든 남궁선 작가의 목재 다과 받침 세트 등으로 현대 공예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해 큰 호평을 받았다.

KCDF 갤러리 숍을 방문하는 사람의 대다수는 외국인인가?
외국인이라고 특정 짓기보다는 ‘선물’을 구입하고자 찾는 방문객이 많다. 즉, 소중한 사람에게 공예품의 가치까지 선물하고 싶은 이들이다. 외국인은 대부분 옻칠 제품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데, 이 제품이 미적 우수함뿐 아니라 친환경적이면서도 항균 기능까지 있다는 것을 알면 그 관심은 배가된다.

이곳을 통해 작가와 공예 시장 모두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응진)그렇다. 작년 <공예가 맛있다> 전시를 통해 KCDF 갤러리 숍에 입점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박선민 작가의 유리 문진이다. 입점한 후 고객의 반응이 좋아 판매가 잘되었을 뿐 아니라, 갤러리 숍에 전시된 모습을 보고 다양한 갤러리에서 전시 요청이 들어왔다. 특히 박선민 작가는 갤러리 숍 입점 이후 색깔과 디자인을 바꾸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작가와 갤러리 숍 모두 발전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바다.

(왼쪽부터) 김응진 매니저, 김승배 팀장, 홍승호 선임 연구원, 노유경 연구원.
최근 공예 산업은 어떤 분위기인가? 주목받는 소재나 기법이 있나?
(김승배) 예전에는 작가 한 명이 자신의 작업에 몰두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도입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눈에 띈다. 도자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속 공예 작가와 협업하거나 산업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 등과 작업을 공유해 공예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식이다. 가구 디자이너 한성재는 아트 주얼리 작가 정지민과, 세라믹 작가 양지운은 조기상 디자이너와 협업한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이와 협업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하는 것 또한 공예가 발전하기 위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최근 새롭게 소개한 제품이 있다면?
작년부터 시작해 최근 온라인 숍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기능성 연계 공예 상품 개발’ 프로젝트 제품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IT 기능에 집중한 공예품이다. 대나무 발에 세라믹 칼과 포크를 넣고 말아 보관할 수있는 박용석 작가의 휴대용 피크닉 세트, 한지에 무늬를 넣어 만든 스크린으로 창가에 설치해 빛을 가리거나 공간을 나누는 데 사용하는 서밀하 작가의 창호문 한지 스크린, 한성재 작가의 원목 병따개 등이 있다.


모던마켓플레이스 최웅철 대표 이 시대에 필요한 한국적 감수성을 담다
본업은 갤러리 관장이라 웃으며 말하는 최웅철 대표. 파인 아트 작품을 소개하는 웅갤러리를 25년째, 한국의 도자기를 전파하고자 시작한 세라믹요 브랜드를 15년째, 한국적 감수성을 지닌 공예품을 선보이는 근대화상회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미술품에서 공예품까지 그의 삶에 녹아든 지극히 ‘한국적’ 취향에 대하여.

1 모양은 같되 색을 달리해 여러 명이 차를 마실 때 잔이 바뀌지 않도록 구성한 세라믹 찻잔은 박기용 작가 작품. 
2 보관이 쉽도록 쌓을 수 있게 디자인한 유기 찬합. 
3 아카시아나무로 만든 차받침은 김용회 작가 작품. 
4 오목렌즈형, 십자형 등으로 만든 나전 실패는 장철영 작가 작품. 
5 모양을 조금씩 달리해 술자리에 재미를 더한 세라믹 막걸리 잔은 박기용 작가 작품. 
6 음식이 닿는 면에 옻칠을 한 나무 면기는 이은희 작가 작품. 
7 가벼운 옻칠 수저는 무형문화재 경기 24호 나전옻칠장 배금용의 작품. 
8 트레이로 활용하기 좋은 낮은 옻칠 수반. 
9 입구에 잔을 겹치거나 쌓을 수 있게 디자인한 술병과 술잔 세트. 술잔은 직선형인 남성용과 원추형인 여성용 두 가지로 제작했다. 고희숙 작가 작품. 

웅갤러리에서 세라믹요와 공예 숍을 오픈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공예와 가까워진 이야기를 할 때 세라믹요의 시작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오랜 시간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한국 도자기’는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쉬웠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이 자체적으로 자기 생산을 시작하고 7백 년이 지난 뒤에야 일본이 자기 생산을 시작했는데도 한국 사람들조차 무엇이 우리 도자기인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 도자기란 무엇인가, 한국인만의 선·색·면·흙에 대한 질감이 무엇인지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세라믹요를, 이어 공예 숍을 시작한 계기다.

계동의 명소 근대화상회가 DDP의 모던마켓플레이스와 합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예 매장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3년 전 물나무 사진관의 김현식 대표와 공동 투자해 계동에 근대화상회를 오픈했다. 그러다 DDP 오픈과 함께 한국의 크래프트 숍을 기획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280.99㎡(85평) 공간의 공예 숍을 자연스레(웃음) 운영하고 있다. 공예 시장은 지금도 당연히 어렵다. 최근에야 조금씩 관심이 생겨나고 있는 정도랄까? 그동안 공예가 기를 못 편 것은 기득권층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예란 ‘그 시대에 필요한 물건을 장인의 손길이나 눈길로 멋스럽게 만든 것’을 뜻한다. 사용할 물건을 실용적으로 만든 민예품과 비교했을 때 공예품은 거기에 쏟은 미적 감각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그래서 양반 계급이나 귀족이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지주 계급이 몰락하면서 공예품을 사용할 대상이 사라진 것이다. 예컨대 사회에 큰 변혁이 없는 유럽은 가죽을 잘 만드는 장인이 지금까지 가죽을 만들어 오면서 명품 브랜드로 내림 전수되었는데, 우리는 사회 격변기를 거치면서 예전에 공예품을 향유하던 이들은 사라지고, 공예품의 귀중함과 소중함을 모르는 신흥 부자가 그 자리를 메우면서 공예품의 가치를 외면했다.


제품을 고를 때 기준이 있다면?
뭐니 뭐니 해도 ‘한국적 감수성’이다. 어느 나라에 가도 세라믹 제품은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이제까지 겪어오고 보아온 감수성, 흙을 터치하는 방법이나 형태 등 한국적 감성이 느껴지는 공예품을 다룬다. 즉 한국 공예품과 한국 디자이너 제품, 딱 두 가지만 모던마켓플레이스에 들어올 수 있다. 대량생산한 제품이나 공산품은 취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눈여겨보는 공예품이 있다면? 혹은 모던마켓플레이스의 앞으로 방향을 설명한다면?
한국은 1960년대에 들어와서야 무형문화재법을 만들어 그 기술이 끊기지 않게 보존했는데, 예컨대 갓 만드는 사람은 평생 갓만 만들어온 셈이다. 하지만 요즘 누가 갓을 사겠는가? 일일이 대나무를 쪼개 옻칠을 하는 등 손이 엄청 많이 가는데도, 요즘 생활과는 맞지 않아 뒤처지기 일쑤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보유자 밑에서 무형 기술을 전수받는 이수자들이다. 나는 이수자에게 관심이 높다. 예컨대 갓 만드는 기술을 토대로 이수자들과 함께 가방을 만들거나 오브제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공예는 그 시대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아트 상품과는 맥을 달리한다. 이수자나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자제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종종 진행한다. 기술은 같지만 디자인에 대한 유연한 마인드와 현대적 감각도 좋다.


큐레이터 그룹 낙낙 잊히는 물건을 보존하는 새로운 시선
‘넉넉하다’ ‘낙낙하다’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지은 낙낙은 우리나라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적당’ 하면서도 ‘선물’하기 좋은 의미 있는 문화 아이템을 선정해 소개하는 곳. 전시 기획자, 공간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 라이프스타일과 외식 사업 브랜드 컨설턴트, 포토그래퍼 등이 ‘큐레이터’로 마음을 합하여 설립했다.

1 낙낙이 독자적으로 큐레이팅한 제품을 소개하는 책 <낙낙북>. 
2 3년을 발효시킨 쑥으로 특유의 진자주색에 가까운 색을 입혀낸 60년 전통의 매표화학 인주를 김선미 도예가가 제작한 도자기 함에 담았다. 낙낙의 매표인주는 각각의 고유 에디션 넘버가 있으며, 한정 판매한다. 
3 반달을 닮아 월소라고도 불리는 얼레빗은 경상남도 안동 하회마을의 오래된 대추나무로 마을 어른들이 손수 제작한 수공품이다. 과거의 구리 거울을 대신해 금색 반달 거울을 제작해 생활용품으로 구성했다. 낙낙 얼레빗과 거울 세트. 
4 경상남도 하회마을에서 가을걷이 후 어른들이 손수 제작하는 수수 빗자루는 책상머리나 부엌 한편에 두고 일상을 정리하며 한 박자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제품이다. 수수 빗자루와 수수의 황금빛을 담아낸 쓰레받기를 조합해 낙낙 빗자루 세트를 구성했다. 

‘낙낙’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한미현)브랜드를 론칭하기까지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다. 직업상 국내외 유수 브랜드나 해외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왜 우리나라에는 어포더블affordable하고 기프트한 아이템이 없지?”라는 이슈를 제기했고, 지극히 ‘한국적일 수밖에 없는’ 한국인으로서 문화유산이나 관광 상품이 아닌, 의미 있는 리스트를 생각해보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처음 시작은 김아린 대표가 우연히 매표화학을 방문하면서부터였다. 서울 한복판에 60년 동안 하나의 분야에 몰두한 유서 깊은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산업 구조상 잊힐 수밖에 없는 일상 속 물건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보존하는 것이 낙낙의 존재 이유다.

제품을 선정하는 데 기준이 있나?
(최성희)‘이거다’ 하는 기준이나 원칙은 없지만, 그동안 소개한 제품을 보면 공통분모는 ‘사람의 손’이라는 연결 고리로 이어져 있다. 낙낙의 제품은 두 갈래로 나뉜다. 낙낙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가벼운 아이템은 언제나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지만, 매표화학의 인주와 같은 제품은 리패키징부터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낱낱이 기록으로 남겼다. 그 의미를 담아내고 보존하기 위해서다. 사실 책의 경우 시작하다 보니 일이 커진 경향이 있는데, 인주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꽤 많아지면서 ISBN 코드를 붙인 하나의 출판물로 제작하게 되었다.

(왼쪽부터) 구병준, 최성희, 한미현, 강진주 씨.
지금의 낙낙을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한미현)재미있는 것은 모두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우리의 자본으로 구매하고, 취재하는 등 직접 진행한다는 점이다. 클라이언트에게 의뢰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멤버 여섯 명이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기에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신선하고, 영감을 준다. (강진주)서로 일이 바쁘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해 카카오톡이 우리가 대화하는 수단이다. 완벽히 무언가를 ‘해냈다’라기보다 ‘해내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같은 관심사를 나누는 것 자체에서 활력을 느낀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최성희)너무나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낙낙에 ‘가입’해 뜻을 같이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야말로 이러한 목마름을 우리만 느낀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

다음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구병준)매표화학의 인주를 이을 두 번째 브랜드는 화랑고무의 지우개로, 이 인연 또한 특별하다. 매표화학의 대표가 낙낙의 인주를 들고 일본의 유명 문구 페어에 처음으로 참가했는데 그곳에서 화랑고무의 대표를 만나 우리의 작업에 대해 소개한 것이다. 우리 역시 작업해보고 싶은 리스트 중 하나였기에 더없이 반가웠다. 지우개 역시 어릴 때에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점점 잊히고 있는 아날로그 아이템이다. 어딘지 모르게 매표화학의 인주와도 닮았다. (강진주)화랑고무 대표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눈 감고 지우개 가루만 만져도 어떤 성분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한길만 걸어왔기에 그 분야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있는 데, 그 자부심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큐레이팅의 즐거움이다. 우리의 작업을 통해 더 많은 일상 물건이 그 가치를 올바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해브빈서울 젊은 감각으로 전통을 재해석하다
관광 기념품과 디자인 상품의 접점을 만들고자 론칭한 해브빈서울은 온라인에 기반을 둔 편집 매장이다. 작년 8월에 론칭한 후, 꾸준히 팝업 스 토어를 오픈하고 국내 디자이너와 협업한 제품을 소개하는 등 활발히 운영 중이다.

1 느티나무를 깎아 옻칠한 그릇 세트는 칠몽 제품. 
2 북촌 3D 액자는 유영일 작가 작품으로 커스텀 크리에이티브 랩 제품. 
3 자수를 놓은 색실 공은 이윤미 작가 작품. 왼쪽부터 국화, 댕강나무꽃을 담아냈다. 
4 수묵 트레이와 술병・잔 세트는 데카르트 제품. 
5 공간 향수 브랜드 르블레스와 협업한 ‘서울’ 향초. 
6 도자기에 옻칠한 에스프레소 찻잔 세트는 김영준 작가의 작품. 
7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하이픈 프로젝트와 해브빈서울이 협업해 만든 제품으로, 옻칠한 다용도 잔에 잔담을 함께 구성했다. 
8 작은 자개 조각들로 회화 작품을 그려낸 김영준 작가의 모던 자개함. 
9 흙의 물성을 더한 청자 옻칠합은 정혜미 작가 작품. 
10 두드려 만든 안성의 방짜 유기 수저 세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 장인 김수영 작품. 

해브빈서울은 어떻게 시작한 브랜드인가?
(양정현)원래 이곳은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공간을 디스플레이하는 VMD(visual merchandiser) 관련 업무를 하는 디자인 사무실이다. 직업 특성상 늘 ‘괜찮은 물건’을 보아온 터라 이들을 한데 묶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1년 전 온라인에 기반을 둔 해브빈서울을 론칭하게 되었다. 외국인에게 뻔한 관광 기념품이 아닌 디자인이 멋진 한국 제품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디자인 시장과 관광 기념품의 중간 다리 역할을 자처한 것. 그러기 때문에 해브빈서울은 공예품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한국적 아이덴티티’에 무게를 두어 제품을 고른다. 따라서 전통 장인부터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 기성품, 공산품 등 다양한 제품을 다룬다.

지금의 해브빈서울을 있게 한 첫 제품은 무엇인가?
(남연정)제품을 고를 때 소재가 전통적인데 디자인이 현대적이거나, 소재는 현대적인데 디자인이 전통적이거나 하는 식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것을 선택한다. 해브빈서울은 옻칠 아티스트 김영준 작가의 자개함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준 작가는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느낌의 자개함을 선보이는데, 늘상 ‘오래된 자개장이 요즘 아파트와 어울릴까? 당연히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소재와 디자인이라도 요즘 삶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사람들에게는 곧 잊힌다’는 철학을 고집한다. 그래서 해브빈서울의 의도를 설명했을 때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가장 보석 같은 작품이다.

비슷한 콘셉트의 숍들이 있기도 하거니와, 사실 편집매장의 경쟁력은 브랜드와 작가 유치에 있다. 한계점은 없나?
(양정현)해브빈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와 작가를 발굴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메이드 인 코리아’에 집중한 국내 편집매장의 시장 전체가 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대의라고 하면 좋을까? 시장이 함께 발전해야 해브빈서울 역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에 매장 개개의 특성을 살리며 차이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왼쪽부터) 남연정 팀장, 양정현 실장, 주효경 대리.
다른 매장과 차별화한 이곳만의 장점을 꼽는다면?
(양정현)해브빈서울을 찾는 이는 90% 이상이 외국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이거 주세요” 라는 사람보다는 “뭐가 좋을까요?”라고 묻는 이가 대부분이기에 국적, 문화, 예산, 등에 따라 선물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지 보자기, 실크 보자기, 포장지 등으로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문・영문・일문・중문 등 작품 소개서를 함께 동봉해 그 의미를 전하는 것까지가 우리의 임무다. 최근에는 온라인 사이트에 페이팔 서비스를 추가해 리뉴얼하기도 했다. 이제 해외에서도 우리 제품을 ‘직구’할 수 있다.

<행복> 독자를 위해 제품을 추천한다면?
해브빈서울과 뜻을 함께해 협업하거나, 작가에게 직접 영감을 주어 만든 제품을 추천하고 싶다. 최근 인기 있는 인테리어 소품 중 하나인 향초와 디퓨저도 그중 하나다. 공간 향수 브랜드 르블레스와 협업해 조향한 제품으로 ‘서울의 향’을 재현했다. 제주, 부산, 경주와 함께 네 가지 시티컬렉션이 있는데 해브빈서울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 의미가 깊다. 또 하나는 도자 만년필 세트를 만든 권성은 작가의 사무용품이다. 디자인 문구의 수요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작가에게 직접 제안해 문진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연필꽂이를 개발했다. 독특한 나만의 문구를 찾고 있다면 추천한다. 

 

글 손지연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