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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 마음의 위로를 위한 컬러링
<행복> 2월호에 작가와 독자 여러분이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 표지를 공모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경연미, 조형예술가 박현웅이 도안을 그린 두 가지 작품 중 하나를 골라 색칠해 온라인으로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이번 공모전에서 당당하게 1, 2등을 수상한 다섯 팀을 만났습니다. 컬러링에 몰입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는 그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1등 수상자, 한가을・이헌옥 모녀 독자
색칠하며 가족 사랑을 키웠어요

“엄마가 <행복>의 정기 구독자인 덕분에 함께 보고 있습니다. 마침 경연미 작가의 도안이 그려진 책이 집에 도착해 엄마와 함께 컬러링에 도전했어요. 제한적이지 않고 변형 가능한 도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울산 과학기술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어서 색을 다루는 것은 친숙한 편입니다. 제가 그림 전체의 콘셉트를 고민했다면, 세부적으로 색깔을 고르고 칠하는 것은 엄마 몫이었죠. 아빠(한인수)는 그림 평론 담당이었습니다. 부모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드문데, 함께 컬러링을 하면서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주며 완성도 높은 그림이 된 것 같아요. 언뜻 보기엔 쉬워 보여도 한 달 동안 공을 들였습니다. 처음엔 색연필로 색칠하기 시작했는데, 색깔에 한계가 오더라고요. 다른 방법을 고민하던 중 콜라주 형식으로 컬러링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행복>에서 어울릴 만한 색깔을 골라 찢은 다음 모자이크로 채우기 시작했죠. 멀리 보이는 산은 한지를 붙여서 봄이 다가오는 느낌을 표현했고요. 컬러링을 하는 것이 시간 낭비가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막상 그림을 완성하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가족이 함께 의논하며 그리는 동안 더욱 가까워졌거든요. 가족이 함께 완성한 컬러링 표지가 1등상을 받아 정말 기뻐요.”


2등 수상자, 임지수 독자
색칠할 때는 잡념이 사라졌어요

“거의 20년간 정기 구독 중인 친정엄마가 <행복> 2월호를 건네며 한번 그려보라 하더군요.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후 결혼해 네 살, 여섯 살 된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로 사는 딸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고자 한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저를 붙들어놓을 것 같더군요. 남편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며 두 아이를 돌보는 시간만으로도 빠듯하거든요. 아이들을 재우고 주로 한밤에 혼자서 색칠했어요. 새벽 4시까지 그린 적도 있습니다. 새와 꽃은 화려한 색깔로 칠하고, 숲을 검은색으로 칠해서 공간감을 강조했지요.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딸 민하가 관심을 보여서 표지 그림을 한 장 복사해 딸과 함께 그렸습니다. 딸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색칠하는 건 제게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 그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공존했지만, 할수록 욕심이 생기더군요. 색칠할 때는 잡념이 없어져 좋았습니다. 가족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고요. “엄마, 상 받을 것 같아!”라고 말하며 신나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용기도 얻었습니다. 엄마의 그림을 처음 본 아이들이 “우아!” 하고 감탄하는 모습에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2등 수상자, 김기애 독자
컬러링하며 욕구 불만을 해소했어요

“경연미 작가와 박현웅 작가의 표지 도안을 모두 색칠했는데, 공모전 마감 날 직전에는 거의 여덟 시간 동안 그린 것 같아요. 앉아서 색을 칠하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곤 했죠. 가장 유념한 것은 색깔입니다. 최대한 다양한 색깔이 돋보이도록 칠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배경은 검은색으로 칠했습니다. 두 번째로 컬러링을 할 때는 훨씬 직관적으로 색깔을 골랐어요. 구조적으로 전체를 이해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고민했죠. 컬러링이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컬러링을 하면서 욕구 불만을 해소한 것 같아요. 다채로운 색깔을 골라 칠하면서, 엄청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쇼핑을 많이 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색깔로 부자 된 느낌이랄까요?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사회에 살잖아요. 손으로 색깔을 고르고, 직접 채우는 아날로그적 행동을 통해 급하고 여유 없는 성격이 조금 차분해진 느낌도 들었습니다. 삶에서 한 박자 쉬어 가는 시간을 얻은 것 같아요. 또 그림이 완성되어갈수록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도 들었습니다. 그림을 다시 그릴 명분이 없었는데, 다시 색깔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2등 수상자, 박예진 독자
오롯이 내 스타일로만 완성했어요

“엄마가 운영하는 부암동 카페에는 늘 <행복>이 놓여 있습니다. 컬러링 도안이 잡지 표지라는 것이 신선했어요. 처음엔 응모할 생각이 없었는데, 수상자에게 파버카스텔 색연필 세트를 준다는 것에 솔깃했습니다. 패기 넘치게 시작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색깔을 칠할수록, 그림이 완성될수록 길을 잃는 느낌이랄까요? 생각보다 어려웠고 배경을 처리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머니는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어릴 때부터 도안이 정해진 ‘색칠 공부’를 일부러 시키지 않았어요. 색칠을 하다 보니 잘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정해진 도안이 있지만 제 스타일대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민화처럼 화려한 색깔을 골라 칠하고, 그러데이션 처리해 입체감을 주었습니다. 조명 하나에 의지해 그림에 빠져들 듯 색칠하는 데 몰입했습니다. 그렇게 표지를 완성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어요. 색연필, 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꼼꼼하게 마무리한 덕분에 2등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2015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제 그림이 마치 작품처럼 벽면에 걸려 있는 것 또한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2등 수상자, 정방글 독자
상상 속 이야기가 작품이 되었죠

“대학에서 실내 건축을 전공해서 라이프스타일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제가 <행복>을 즐겨 보는 이유예요. 시야가 확장되고, 리빙 트렌드를 알 수 있어서 제겐 필수 서적이죠. 디자인하우스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행복>의 컬러링 표지 공모 소식을 들었고, 부랴부랴 서점에서 책을 구했습니다. 이미 다른 컬러링 도서를 통해 그려본 적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두 작가의 도안을 다 그려보고 싶어 일산에서 건대 입구에 있는 판매 서점까지 찾아가기도 했는데, 2등 수상과 더불어 브랜드상까지 받게 되어 기쁩니다. 컬러링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이미 도안이 정해져 있으니 스트레스 없이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호숫물을 마시면 동물의 몸 색깔이 화려하게 변한다는 이야기를 상상해 그렸어요. 동물은 무채색, 풍경은 화려한 색깔을 칠했더니 서로 대비되어 이야기가 눈에 보이더군요. 조용히 음악을 듣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컬러링 표지 공모를 통해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느꼈어요. 그간 방 한 편에 방치해놓은 스케치북을 다시 꺼내놓았는걸요!”


3등 수상자
1 양진숙(31home) 2 이동주(bird4903) 3 김남화(freesize1) 4 박혜린(hyerin1028) 5 정주연(jungjyart) 6 이영임(meloveme) 7 박은아(pea2022) 8 송지현(ss2323) 9 조수민(tichiel16) 10 하문숙(vivianha)
브랜드상 수상자
1 SKⅡ 정방글(mjlove314) 2 젠틀우먼 공지영 (kjy5493) 3 훌라 김희진(blue70) 4 더바디샵 허윤경(sketch07) 5 테팔 김미자 (mijaculous) 6 라 메르 김보정(smanbj) 7 MCM 김자영(designyy)

Interview
차의과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김선현 원장

내 마음 상태에 맞는 컬러링을 찾아라

“문화와 힐링을 향한 욕구는 늘어나는데, 해소는 되지 않는 사회입니다. 시간을 내 미술관을 찾는 일도 쉽지 않죠. 좋든 싫든 많은 사람이 컬러링에 열광하는 이유는 강한 심리적 욕구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과거에 술, 담배, 등산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면,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개인적으로 완화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 방법이 컬러링입니다. 컬러링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가고, 손쉽게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릴 수 있지요. 부담이 적으면서 재미도 있고요. SNS에 공유해 긍정적 반응을 얻으면 으쓱한 마음까지 듭니다.

형태를 그려야 하는 압박이 있는 순수 미술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빽빽하게 흰 면을 칠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완성하지 못했을 때 좌절을 느끼거나 자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는 도식화된 그림을 그릴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컬러링이 심리 치료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단, 청소년, 중년 여성, 우울증 환자 등 특정 연령과 각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맞춤형 컬러링’을 즐긴다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갱년기 여성이나 생의 전환기에 있는 사람에게 화장대 물건, 제사 음식, 동네 강아지 등 과거의 아스라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을 그리게 합니다. 좋은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우울한 감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컬러링이 일련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활 속에서 재미를 얻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 치료가 된다는 생각은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색칠해보세요.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그림을 완성해보세요. 여백이 있으면 좀 어떤가요. 모든 면을 꼼꼼하게 색칠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즐기면서 색칠하길 권합니다. 또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는 파랑, 초록색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기분을 조절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것이 컬러링을 제대로 즐기는 지혜입니다.”

김선현 원장은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취득 후 베를린 훔볼트 대학 부속병원에서 예술치료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기무라 클리닉,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예술치료 과정을 거쳐 프랑스 미술치료 과정을 마쳤다. 세계미술치료학회(WCAT) 초대 회장이기도 한 그는 현재 차병원 차의과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원장과 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그림의 힘> <그림심리평가> <김선현 교수의 이유 있는 컬러링 - 추억의 시간> 등이 있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