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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손길을 느끼다 실크 프린팅 아트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가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눈앞에서 본다? 프랑스 리옹으로 날아가 공방을 방문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 같은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지난 4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광장에서 열린 실크 프린팅 시연회 이야기다.

이번 시연회에서 모델로 선보인 스카프로, 온라인상의 첫 번째 인터렉티브 웹사이트 ‘실크 하우스 (www.lamaisondescarres.com)’ 의 론칭을 기념하며 출시한 제품.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 한 장을 만들기까지 얼마큼의 시간이 걸릴까요?” 실크 프린팅 시연회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장인, 카멜 아마두Kamel Hamadou가 현장에 모인 관람객들에게 물었다. 독자 여러분도 한번 답을 맞혀보시기를. 방대한 자료를 연구해 이야기를 설정하고, 그림의 균형과 색상 수를 고려해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만 반년 정도 걸린다. 그다음 조판사는 색상 수만큼 판을 만들고 스크린으로 조각을 내는데, 이 과정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섬세한 작업으로 아주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후 프린팅 장인이 수십 차례의 테스트를 하며 최적의 색상 배합을 결정하는 프린팅 작업이 이어지고, 실크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련의 워싱과 광택 작업을 한 뒤 마지막으로 스카프의 가두리를 완성하는 바느질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총 제작 기간은 최소 2년! 이처럼 에르메스의 90×90cm 크기의 전통 스카프 한 장을 제작하기 위해 장인이 쏟는 기술과 노력은 실로 엄청나다.

프린팅 작업 시연회가 열린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광장 전경. 
1937년 이래 1천 가지가 넘는 디자인의 실크 스카프를 제작해온 에르메스는 그만큼 독자적 기술과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 최상급 브라질 누에고치로 실을 뽑아 깃털처럼 가벼운 원단을 직조하는 것부터. 카멜이 또 재미난 퀴즈를 냈다. “실크 스카프 한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나방 수는?” 450km 길이의 실을 얻기 위해서는 3백 개의 누에고치가 필요한데, 나방 한 마리가 3백 개의 알을 낳는다고. 그러니까 정답은 한 마리! 한편 에르메스 실크 스크린 스카프의 색상 도표를 만들기 위해 무려 6만 7천 톤의 색상 차트를 이용한다는 사실도 놀랍다. 스카프 한 장에 넣을 수 있는 최대 색상은 46가지로 제한하는데, 이는 최적의 색상 조합을 위해 기술적 정확성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무수히 정교한 과정과 수많은 장인의 노고를 듣고 있노라니, 모방할 수 없는 창의적 디자인과 아름다운 색감의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장인 정신이 담긴 예술 작품이라 여겨졌다.

이번 시연회를 위해 방한한 프린팅 장인 카멜 아마두. 
에르메스 실크 프린팅 장인 카멜 아마두Kamel Hamadou와의 인터뷰
에르메스 실크 프린팅 장인으로서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한국은 전통적으로 실크를 사용해온 민족이어서인지 관심도와 참여도가 높다. 전 세계를 다니며 시연회를 하는데, 두바이나 크로아티아 등 실크에 대한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는 곳에서는 대뜸 “그래서 가격이 얼마냐?”는 질문을 듣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아시아 국가는 수작업의 가치를 인정해주기에 시연할 때 좀 더 즐겁고 자부심을 갖게 된다.

실크 프린팅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실제로 모든 작업이 다 중요하다. 실크 원단에 결함이 있다면 날염했을 때 문제가 생기고, 염료에 결함이 있어도 당연히 완성도가 떨어진다. 다만 어떤 과정이 가장 수고스러운가 묻는다면 조판인 것 같다. 엄청난 정교함과 고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염료를 조판에 붓고 있는 장인. 
동판화, 로터리, 잉크젯 등 다양한 날염 기법의 미묘한 차이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일반인은 잘 구별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가짜에 속을 위험이 높다. 가장 간단한 팁 하나를 주자면, 에르메스는 뒷면에도 염료를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해 몇 차례 동판화 공정을 거치는데, 로터리나 잉크젯 기법은 앞면과 뒷면의 색상 차이가 확연히 난다.

올바른 스카프 보관법은?
향수를 뿌리고 싶다면 스카프를 매기 전에 사용할 것. 그러지 않으면 스카프를 오염시킬 수 있다. 또 햇빛에 장시간 노출하지 않는 게 좋으며, 손빨래를 하지 말고 꼭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 이 점만 유의하면 변함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시연 기간 중에도 엄마에게 물려받은 에르메스 스카프를 50년째 사용하고 있다는 고객을 만났다. 정말 기쁘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가장 애착을 느끼는 스카프는?
36가지 색상을 점층적으로 표현한 인디언 추장 그림 제품으로 17년째 소장하고 있다. 30여 년 전에 이 스카프의 디자이너와 직접 만난 개인적 추억이 있기에 매우 특별하며, 행운의 징조로 여기며 늘 지니고 다닌다.


취재 협조 에르메스(02-3213-2130)


글 강옥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