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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자전거
실생활과 밀접한 자전거는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준다. 낡은 자전거 부품이 벽시계로 재탄생하고 자전거 프레임이 캔버스가 되어 작품으로 변신한다. 스타일 있는 라이더를 위한 클래식한 패션 소품,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디자인한 자전거…. 자전거 하나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가는 사람들 이야기.

돌고 도는 자전거 바퀴
자전거 체인링으로 시계를 만들고 스프라킷(톱니)으로 조명등을 제작한다. 리브리스 장민수 대표는 버려지는 자전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다.


자전거 부품을 사용해 물건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자전거 관련 의류나 가방으로 창업하려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어느 디자이너가 자전거휠로 제작한 시계를 보고 폐자전거로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자동차공학을 전공해 물건을 만드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폐자전거를 어떻게 구하나?
용산 욱천 고가도로에서 본 ‘두 바퀴 희망자전거’가 떠올랐다.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하면서 ‘노숙인 다시 서기’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처음에는 샘플을 위한 부품을 소량으로 받아 제작하다가 작업을 프 로세스화한 후에는 사업 계획서를 들고 찾아갔다. 다행히 사장님이 흔쾌히 허락해 주 기적으로 폐자전거를 공급받았고 그라인더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얻었다.

어떤 물건을 만드나?
팔찌와 열쇠고리 등 액세서리와 시계, 조명등을 만든다. 휠이나 체인 등 자전거 마니아의 시선을 끌어당길 디자인 요소를 강조한다. 자전거에 들어간 부품을 모두 사용해 다양한 업사이클 소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리브리스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다.
자전거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건 아닌데, 지금 보니 그런일을 하고 있다. 직원 세 명이 직접 자전거를 분해하고 조립해야 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 수입이 많지 않아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매출이 어느 정도 일정해지면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사주는 등 남을 위해 쓰고 싶다.
문의 070-7517-7003


오직 나를 위한 라이프 사이클
비씨커피의 이재훈 대표는 커피 트레일러 ‘범블비’를 타고 서울 곳곳에 나타난다. 범블비는 자전거의 또 다른 용도를 개발하는 김종범 작가와 이재훈 대표의 합작품이다.


비씨커피는 이동형 커피숍이다. 커피 트레일러를 만든 계기는?
이재훈: 막연히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회사 일로 자료를 조사하다 본 이동형 카페가 떠올랐다. 목공을 하는 지인에게 부탁해 커다란 트레일러를 제작했고 축제나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커피를 팔았다. 원남동사거리에 있는 비씨커피 스테이션은 일종의 정거장이다.

범블비는 어떻게 태어났나?

이재훈: 도시형 장터 마르셰에서 김종범 작가를 만났다. 기존 트레일러가 부피가 크고 조금 불편해서 김 작가에게 트레일러 수리를 맡겼다. 커피 물품과 집기 크기 등 초반에 알지 못한 점을 참고해 새 트레일러를 제작했다.
김종범: 기존 커피 트레일러는 구조적으로 보완이 필요했다. 보수하면서 공간이 필요 이상으로 남는 걸 알았고, 집기를 차곡차곡 쌓아서 정리하면 좀 더 간편해지겠다고 생각했다.

김종범 작가는 어떻게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김종범:
2008년에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인 ‘OO시장과 움직이는 OO가게’에서 자전거에 정비함을 단 ‘이동 이륜정비소’를 디자인했다. 당시 디자인한 자전거를 상품화하려 했지만 도로교통법과 안전문제로 포기했다. 그러다가 커터칼 뒤에 헤라를 붙인 도배용 칼을 보고 기성품에 무언가를 간단히 붙여 실생활에 요긴한 다양한 기능을 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계획은?
김종범: 작년 여름 <라이프 사이클> 전시 이후 얼마 전엔 ‘라이드앤타이드’라는 그룹을 위해 이동형 꽃 가게를 제작했다. 자전거를 어떻게 실생활에 접목할까계속 고민한다.
이재훈: 이 일에 매우 만족한다. 범블비를 타고 다니며 어떤 일이든 실행에 옮길 생각이다.
문의 비씨커피(bicicoffee.kr), 노네임노샵( 02-334-3556)


사이클 브랜드의 클래식을 꿈꾼다
마음에 드는 자전거 제품이 없다는 생각에 Trvr(티알브이알)을 론칭한 정승민 대표. 단순히 멋있는 제품이 아니라 오래될수록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


언제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가?
2005년 호주에 살 때 사막으로 이동할 교통수단이 변변치 않아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자전거를 타던 그때 기억이 좋아서 자전거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만났고 생활이 아닌 취미로 즐기고 있다.

Trvr은 어떻게 론칭했나?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패브릭으로 이것저것 물건을 제작했다. 국내는 생활용품인 자전거가 너무 레저에 치우쳐 스포티한 제품밖에 찾을 수없다. 마치 자전거 라이더는 이래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내가 꼭 필요한 것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추구하는 디자인은 어떤 것인가?
Trvr은 제품이 다양하지 않다. 사이클링 캡과 가방,니트가 전부다. 판매에 의존해 만들다 보면 쓸데없는 걸 생산하게 되는데, 그것보다 시즌이 지나도 꾸준히 찾는 ‘클래식’을 만들고 싶다. 신소재가 아닌 울 니트를 사용하는 것도 오래전 사이클링 선수가 입은 소재가 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오래되기만 한건 유물이기 때문에 무조건 오래된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클래식은 과거에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는 것이다.

팀 Trvr이라는 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자전거 다큐멘터리같이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다양한 분에서 일하는 사람이 모였다. 한국의 자전거 1세대를 인터뷰한 필름처럼 의미 있는 작업도 진행했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로 몇 년이 지나도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모두 바쁘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 모임을 하고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 팀 Trvr도 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문의 070-4384-1322


자전거 도색도 예술이다
풍류 커스텀의 이승기 대표는 일반 사람에게는 다소 낯선 자전거 도색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렇기에 그가 탐험할 세상은 아직까지 무궁무진하다.


자전거 도색은 어떤 작업인가?
프레임이 낡아서 복원해야 하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도색을 한다. 프레임 디자인을 바꾸고 싶은 사람은 원하는 디자인을 가져와 주문하거나 때로는 아예 디자인을 의뢰하기도 한다. 보통 단색 도색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주 정도다. 일단 프레임에 본래 칠을 벗겨내고 서페이서라는 도료로 표면을 처리한 다음 색상을 몇 번 덧칠한 후 코팅한다. 단계마다 최대 3일이 걸려 실수하지 않도록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자전거가 완전히 생활화되지 않은 한국은 자전거 도색 역시 친숙한 분야가 아니다. 국내 자전거 도색업체가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 분야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직장을 다니다 문득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워낙 좋아했고 디자인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찾은 게 자전거 도색이다.

풍류 커스텀은 라이더들 사이에서 아지트나 다름없다.
오픈한 지 3년이 지나니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어릴 적 친구부터 손님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까지 자전거 하나로 통한다. 풍류 커스텀보다 오래된 도색업체가 아직 없어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하다.

풍류 커스텀의 목표는?
요즘 여기저기 자전거 도색업체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경쟁보다는 스스로 얼마나 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단순히 의뢰를 받아 작업하기보다는 앞으로 내가 디자인한 프레임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숍을 운영하고 싶다.
문의 070-7797-8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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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서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