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창조적으로 시간을 무시하는 방법 삶의 둔감력鈍感力 기르기
습관화된 멀티태스킹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IQ를 10%나 떨어뜨릴 수 있다. 고질적 시간 도둑인 멀티태스킹에서 벗어나는 둔감력이 필요하다.

와타나베 준이치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이른바 ‘동시 미디어 행동’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국 서섹스 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연구진은 실험 자원자 일흔다섯 명에게 TV를 보면서 문자 메시지 보내기, 음악 감상, 이메일 확인, 전화 걸기 등 다른 전자 기기를 동시에 쓰도록 했다. 그리고 뇌를 검사한 결과 뇌 전방 대상 피질 크기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일본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는 세상만사에 ‘둔감’하면 오히려 ‘뇌가 살아난다’고 말한다. 뇌가 살아나면 집중력, 판단력, 사고력이 좋아져 그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로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창조적 무시법’이 그가 말하는 ‘둔감력’이다.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형설Life
둔감력 기르기 1 잘 자는 어른이 된다
수많은 둔감력 중 중심이 되는 것은 ‘잘 자는 것’이다. 수면력은 단순히 잘 자는 것만 의미하진 않는다. 잘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는 각성력도 필요하다. 수면력이 약한 사람의 공통점은 이것저것 지나치게 생각하며 소모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소한 일을 생각하는 시간부터 줄여보라. 아무리 고민해도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마음속에서 훌훌 털어버리길. 잠이 안 오면 ‘차라리 자지 말자’라고 마음을 고쳐먹는 것도 필요하다. 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 몸은 이완되고 잠들 수 있게 된다.

둔감력 기르기 2 승패 없는 싸움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
많은 부부가 갈등으로 대치하며 시간을 낭비한다. 치약을 짠 후에는 뒤쪽부터 접어야 하는지 그냥 두어도 좋은지, 빨래를 세탁기에 넣지 않았다고 다툰다. 하지만 치약을 짜는 방법은 결코 승패가 갈리지 않는 문제다. 그럴 때 둔감한 사람은 감정의 동요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사소한 문제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가!

둔감력 기르기 3 불쾌한 일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다
땀 냄새가 진동하는 사람, 다리를 달달 떠는 사람, 서류를 넘길 때 손끝에 침을 바르는 사람, 음식을 먹을 때 쩝쩝 소리를 내는 사람….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짜증 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이때 남다른 장점을 발휘하는 것이 둔감력이다. 다른 사람의 버릇이나 태도에 일일이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불쾌한 것을 무시하고 밝고 느긋하게 바라보는 둔감한 사람은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시간 대신 창조적 시간을 확보한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둔감력
멍 때리기 2014년 10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제1회 멍 때리기 대회’라는 이색 이벤트가 열렸다. 아티스트 ‘웁쓰양’과 ‘저감독’으로 이뤄진 퍼포먼스 프로젝트 듀오, ‘전기호’가 기획한 프로젝트로 시청 앞 잔디에 앉아 오래 멍 때리는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 ‘번 아웃’이라는 시대 키워드를 돌이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멍 때려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 대학병원 연구팀이 성인 열다섯 명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때, 디지털 기기와 접촉하지 않고 멍하게 있을 때의 뇌를 각각 단층 촬영했다. 놀랍게도 멍하게 있을 때 기억을 저장하는 곳과 창의력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발하게 활성화됐다. 오히려 뇌가 멍하게 있을 때 정말 중요한 일을 떠올리고,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 뇌가 쓸데없는 정보를 정리하고 새롭고 창의적 생각을 채우려면 40분 정도 집중한 뒤 5분은 멍하게 있는 것이 좋다.
색칠하기 뇌를 휴식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색칠 공부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강한 취미 생활이다. <시간의 정원>은 섬유 작가 송지혜의 그림으로 엮은 스토리텔링 컬러링 북. 마음이 어지러운 시간엔 그가 만든 동화 속 이야기를 하나씩 완성해보자.
낙서하기 머릿속이 휴식할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잡념을 떨쳐버릴 수 있는 낙서를 추천한다. 프랑스 디자인 그룹 아티피크ATYPYK의 <킬 타임 북Kill Time Book>은 일상의 사물을 재치 있게 해석한 그림으로 ‘킬링 타임’을 제안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대머리 총각 구하기’. 수십 명의 대머리 총각 머리에 각기 다른 헤어스타일을 그려 넣으면 된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이런 행위가 창조적 시간의 밑거름이 된다.

글 신진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