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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 것인가 내일로 미룰 것인가? 행복을 찾는 시간의 덧셈과 뺄셈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최인철 교수
지난 11월 4일, 국민일보의 한국고용정보원이 연구 조사해 발간한 <소득과 시간 빈곤 계층을 위한 고용 복지 정책 수립 방안>이라는 논문을 관련 기사에 따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네 살부터 영어 유치원에 다니며 평생 경쟁하는 부지런한 한국인에게 ‘가난’하다 못해 ‘기근’에 시달린다는 판정을 내렸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사람이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시간 부족’을 ‘시간 빈곤’으로 정의했다. 한편, 2009년 통계청은 우리 국민 중 성인한 사람이 일주일 동안 식사하고 씻고 자고 최소한의 휴식만 취하며 자신의 몸을 돌보려면 최소(!) 76시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레저와 취미 활동까지 하려면 여기에 주당 평균 14시간이 더 필요하다.

빼기 시간의 마이너스 요소
일주일은 총 1백68시간, 위의 90시간을 빼면 78시간이 남는다. 우리나라 직장인이 하루 평균 업무 시간을 11시간으로 가정하면 매주 55시간, 출퇴근 시간을 하루 평균 2시간, 즉 주 10시간이라고 치면 78-55-10=13이다. “매주 13시간씩 남는다면 제법 괜찮은 인생 아닌가?” 이렇게 안도하는 순간, 우리 사회에 몰래 숨어든 시간 도둑에게 발등을 찍힌다. 이 시간 계산은 ‘오직 자신만 돌본다’고 가정하지 않았던가! 직장인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오가는 데 매일 1시간씩 매주 5시간, 가사 활동에 하루 최소 2시간씩 매주 14시간을 쓰면 그의 일주일은 이미 -6시간을 기록한다. 자녀와 살 부비며 교감하는 육아 시간도 필요하지 않은가? 아이와 하루에 겨우 2시간씩만 놀아주어도 일주일에 -14시간, 각종 경조사와 모임 참석, 종교 활동, 우연한 사건 사고까지 계산하면 시간의 부채가 순식간에 늘어나며 “너무 바빠. 행복할 시간이 어디 있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게 우리의 빈곤한 일상이다.

빼기 세계가 잘 때도 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천1백63시간.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일을 많이 한다. 반면,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OECD 국가 중 꼴찌로 조사되었는데, 이를 두고 국민일보 기자는 “남들 잘 시간에도 일하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지구가 곤히 잘 때 두 눈 부릅뜨고 일한 우리는 부자이며 행복한가? <한국 자본주의>라는 책을 출간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장하성 교수는 OECD의 다른 회원국이 과거 몇 년도에 지금의 우리만큼 노동했는지를 찾아 그래프로 만들었다. 그 결과 2013년 우리의 근로시간은 산업화 초기던 미국의 1950년, 프랑스의 1965년, 일본의 1974년과 같았다. OECD 회원국의 대부분은 1990년대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연평균 근로시간이 2천 시간 아래로 줄어들었는데, 단 두 나라 한국과 멕시코만 그들보다 수십 년(미국인보다 무려 60 년)이나 후진적인 개인 시간 기근을 겪고 있다.


더하기 효율성 대신 방향성을 보라
“OECD의 근로시간 조사 결과를 각 국민의 행복도와 연결한 그래프를 마음에 꼭 새겨야 합니다. 국민의 행복도가 높은 나라는 모두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적습니다. 단, 멕시코 국민은 우리보다 일을 많이 하는데도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이는 그 국민의 기질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소 센터장인 최인철 교수는 심리학 에세이와 2015년 다이어리를 결합한 독특한 책을 펴냈다. “우리가 시간 관리를 하는 이유는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인데, 많은 사람이 그 생각을 하지 않고 다이어리를 펼칩니다. 일정 정리를 하기 전에 행복 심리학에 관한 글을 읽는 게 ‘더 좋은’ 시간 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다이어리 형태의 책을 만들었어요. ‘더 좋은 시간 관리’는 1분 1초를 어떻게 쓸까 하는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입니다.”
멕시코 다음으로 오래 일하지만, 하물며 멕시코 국민보다 덜 행복한 나라.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가 시간 관리를 잘못해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삶에 대한 목표 설정부터 잘못되었다. “우리 국민은 더 높은 지위, 더 큰 집, 더 좋은 자동차 등 눈에 보이는 것을 더 많이 획득하려고 경쟁을 합니다. 이런 눈에 보이는 것들을 더 빨리 얻는 것을 시간 관리의 목표로 삼지요. 반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 여행, 취미 생활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기 마음이 즐거워지는 일을 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전혀 경쟁하지 않아요. 눈에 보이는 것을 위해 경쟁하니까 당장 더 많이 일해야 한다고 느끼는 겁니다.”

더하기 내 마음의 주관성에 시간을 배분하라
능력 있고 유능한 아빠가 되는 게 내 자녀를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아버지가 이렇게 바쁘고 일을 많이 하는 건 다 너희를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소의 조사 결과, 현실의 자녀는 능력 있는 아버지보다 따뜻한 아버지에게서 큰 행복감을 느낀다. 시간 관리의 목적을 지금 내 마음이 어떠냐보다 지금 내 조건이 어떠냐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 많은 사람이 생각해보아야 할 연구 결과다. 또 하나, 시간은 활동과 연동된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야 한다. “행복해지려면 행복에 유리한 활동, 즉 내 마음에 행복감을 주는 활동 시간을 늘려야 하는데, 사람들은 행복을 마음 관리로만 여깁니다. 행복하려면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조사된 활동을 줄이고 행복감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활동을 하는 데 시간을 내야 합니다.”

더하기 행복의 시간 계획은 매우 구체적으로 세워라
“어느 학생의 이번 기말고사 성적을 가장 잘 예측해주는 건 지난 중간고사 결과입니다. 또 내년의 중간고사 성적을 가장 잘 예측해주는 건 지금의 기말고사 결과죠. 항상 타임 원의 데이터로 타임 투의 결과를 예측하지요. 만약 지금 어떤 요인이 있어서 지금 그 일을 하지 못했다면 내년에도 그 요인이 그대로 존재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 요인은 보지 않고 내년에는 내 의지가 더 커질 것이라며 자신의 의지만 보려고 하죠.” 그러니 무엇보다 마음의 주관성과 관련한 일을 실행하려면 결심보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실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최인철 교수의 조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설날 연휴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내야지” 하는 계획은 실행될 가능성이 낮다. 반면, “이번 설날 연휴 첫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우리 집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지난주에 사놓은 CD를 들으며 그 책을 읽어야지”라는 시간 계획을 세우면 실행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재미와 의미가 느껴지는 기분, 즉 행복을 방향성으로 하는 시간 관리는 이처럼 구체적으로 세우는 게 낫다.

더하기 행복감을 주는 활동 시간을 늘려라
많은 심리학자는 복잡한 경제 논리를 떠나서라도 원론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우리 사회에 충고한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엔 정치가나 기업가의 역할과 결정이 주도적이니, 그러면 개인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복을 위한 시간 관리는 무얼까? “스마트폰과 SNS의 사용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족 식사 시간이나 친구들 모임에서 혹은 자기 자신과 규칙을 만들어보세요. 좋은 사람들과 식사하고 대화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식탁에 올리거나 SNS를 확인하면 그 사람이 밥값을 내는 식으로 할 수 있겠죠. 많은 연구 결과에서 개인이 굉장히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증명된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면 좋은 동네보다는 회사에서 가까운 집에 가치를 두세요. 휙휙 지나가는 화면보다는 한 가지를 깊이있게 파고드는 시간을 늘려서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오랫동안 붙들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시간과 능력이 사라지지 않도록 연습하세요.”

행복은 마음 관리 이전에 시간 관리이다. 우리에게 한정된 시간에서 어떤 시간을 빼고 어떤 시간을 더해야 할지 알려주는 가장 훌륭한 심리학자는 당신 마음의 주관성이다. 자신의 행복한 기분을 시간 관리에 반영하라. 지금 빼야겠다고 생각하는 시간, 그것이 우리 인생에 잠입한 시간 도둑이다. 이것을 깨닫는 게 시간 도둑 퇴치 작전이 첫 단계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의 수장인 최인철 교 수가 사람을 긍정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읽기 쉬운 짧은 에세이에 담았다. 매주, 혹은 매달 일정을 기록하기 전 행복에 관한 최인철 교수의 에세이를 읽도록 배치해 독자가 시간 관리의 방 향성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한스미디어.

#최인철교수 #행복연구센터
글 김민정 수석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