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두 바퀴 가을로路
청명한 하늘 아래 산천은 알록달록 물들고 시원한 바람이 어딘가 떠나라고 등 떠미는 가을날. 걸 으면 봐야 할 것이 많고 자동차를 타면 놓치는 장면이 많아 아쉬우니 자전거를 타자. 초보 라이더도 문제없는 가을 자전거 여행 코스 여덟 곳을 전문가가 추천한다.

가을의 청명함을 닮은 산속 호반길 화천 산소길

주변 풍광이 빼어나면 울퉁불퉁 오르락내리락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 어려운 코스이거나, 길이 편안하면 풍광은 그저 그런 것이 라이더들 사이의 불문율. 하지만 여기 초보자가 갈 수 있는 편안한 길이면서 자전거 고수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자전거 여행 코스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청정 지역인 강원도 화천의 깊은 산세를 따라 맑은 북한 강이 절경을 이룬 산소길이 그곳이다. 경사도가 거의 없는 길이 약 35km가량 이어져 초보 라이더도 상쾌한 가을 풍광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 길 중간에는 1945년 화천댐을 준공하면서 만든 꺼먹다리가 있는데, 여기서 내려다보는 파로호 전경이 청명한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산소길의 하이라이트는 1km의 폰툰다리. 강 위에 떠 있는 부표교 위를 건너면 덜거덕거리는 나무 덱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물 위를 달리는 듯한 특별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춘천고속도로 강촌IC에서 나와 춘천・강촌 방면으로 북한강 상류를 따라 이동한 후 터널 네 개를 지나 원천교 앞에서 원천농공단지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자전거 여행 코스(35.55km) 원천체육공원에서 시작해 화천 읍내를 지나 딴산유원지까지 올라 간다. 돌아올 때는 구만교를 건너 강 반대쪽으로 내려오는데, 이 길에 폰툰다리 구간이 있다.
한마디 더 화천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자전거 대여소를 이용하면 보증금이 1만 원인데, 반납 시 화 천에서 사용할 수 있는 1만 원 지역상품권으로 교환해준다. 자전거 대여료가 공짜나 마찬가지!


부담 없는 근교 섬 자전거길 강화 석모도 

섬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너무 멀어서 부담스럽다면 강화도에서 1.5km 떨어진 섬 석모도로 가보자. 강화도는 섬 전체를 돌 수 있는 자전거도로가 유명하지만 오가는 차량이나 자전거가 많아 다소 번잡스러운 편. 하지만 강화도에서 배로 10분만 가면 도착하는 석모도는 한적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여러모로 안성맞춤이다.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길 위를 달리다 보면 바다 건너 강화도는 물론, 석모도에 딸린 돌섬과 섬돌머루 등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호젓하고 아름다운 경치가 이어진다. 석포리 선착장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 전체를 도는 일주 코스는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섬 풍광이 볼만하지만 경사가 10%를 넘나드는 업힐uphill 구간이 걸림돌. 다행히 초보 라이더를 위한 우회 코스를 최근 조성했으니 체력이 부담된다면 이 구간을 이용하자. 

찾아가는 길 새로 개통된 김포 자동차 전용 도로를 이용하면 강남에서 약 한 시간 30분 만에 강화도에 갈 수 있다.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포리 선착장까지는 수시로 배가 운항한다. 
자전거 여행 코스(19km) 석포리 선착장에서 시계 방향의 우회 코스는 업힐이 시작되기 2km 전 삼산남로 173번 길로 진입, 진득이 고개를 지나 민머리 해변과 보문사에 들렀다가 돌아 나온다. 
한마디 더 코스의 종착지인 보문사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니 놓치지 말 것.


신선처럼 유유자적 라이딩 군산 선유도

초보 라이더는 물론 아이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코스는 없을까? <자전거여행 바이블>의 이준휘 작가는 전북 군산의 선유도를 그 답으로 꼽는다. 선유도는 아예 관광객이 자동차를 가져갈 수 없는 ‘차 없는 섬’이기 때문. 선유도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자전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전체 코스는 초보자도 두 시간 남짓이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하고 경사도도 거의 없이 평탄하다. 그에 반해 풍광은 ‘신선이 노닐던 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근사하기 이를 데 없다.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이 섬 저 섬을 넘나들며 달리다 보면 속세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홀가분한 기분에 빠져든다. 서해안에서 보기 드문 고운 백사장이 펼쳐진 명사십리 해변과 에메랄드빛 바다는 자꾸만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다.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에서 나와 시가지를 가로질러 군산 시내 서쪽에 군산연안여객 터미널이 있다. 여객선은 하루 4~6회 운항하고 50분 정도 소요된다. 
자전거 코스(16km) 선착장에서 출발해 장자대교-장자도 포구-대장교-대장도-명사십리 해변- 옥돌 해변-몽돌 해변-망주봉-명사십리 해변-무녀도 코스로 이동하면 네 곳 모두 돌아볼 수 있다. 
한마디 더 군산의 유명 빵집 ‘이성당(063-445-2772)’의 앙금빵과 야채빵을 라이딩 간식으로! 


드넓은 목초지를 지나 오름 속을 달리다 제주 비자림 

제주도는 해안을 따라 일주하는 자전거 여행 코스가 초보 라이더도 어렵지 않아 많은이가 찾는다. 반면, 제주 내륙으로 파고 들어갈수록 지형이 복잡해지고 산악자전거 등 장비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특히 한라산 동쪽 구좌읍의 중산간 지역에는 땅 위로 봉긋 솟아오른 크고 작은 오름이 3백68개에 달한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용암이 솟구쳐 오르다 옆으로 가지를 뻗어나간 작은 분 화구인 기생화산 오름은 우리나라에서 오직 제주도에만 있는 특이한 지형. 그중에서도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 주변은 너른 목초지와 함께 원시 제주가 살아 있는 매혹적 풍광을 즐기며 라이딩할 수 있어 자전거 고수들 사이에서도 꼭 한번 가봐야 할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찾아가는 길 해안 일주 도로인 1132번 도로를 따라 성산 방면으로 35km 정도 가면 구좌읍 직전 의 평대로 평대초등학교가 나온다. 여기서 1112번 도로로 5km 더 가면 비자림이다. 
자전거 여행 코스(27km) 비자림 입구에서 출발해 다랑쉬오름 입구를 지나 송당 중계 펌프장, 덕 천을 돌아 다시 비자림으로 오는 코스다. 
한마디 더 다른 오름은 몰라도 다랑쉬오름만은 자전거를 두고 꼭 걸어서 올라보자. 20분 정도 가 파른 길을 올라야 하지만 정상에 서는 순간 백록담 못지않은 풍광에 감동할 것이다. 


숨은 보석 같은 자전거길 고양 - 파주 평화누리길

한강 변의 자전거도로는 주말만 되면 사람 반 자전거 반이다. 호젓하게 자전거를 타면서 가을 풍광을 만끽하고픈 모든 라이더의 바람은 뜻밖에 한강 자전거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이뤄진다.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시작해 파주 임진각으로 이어지는 약 46km의 자전거도로 ‘평화누리길’이 그곳. 서울에서 많이 벗어나지도 않았건만 금세 한가로운 전원 풍경과 풍성한 가을 들녘이 펼쳐진다. 자유로와 나란히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옹벽으로 완벽히 분리되어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아 활주하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파주출판단지, 헤이리 예술마을, 통일동산 등 임진각까지 이르는 길에 보고 즐길 만한 곳도 다양해 취향대로 선택해 기착지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이 길만의 장점이다.

찾아가는 길 일산호수공원은 자유로 장항 나들목이나 킨텍스 나들목으로 진입하면 바로 나온다.
자전거 여행 코스(30km) 평화누리길의 중간 지점인 일산호수공원에서 시작해 파주출판단지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는 초보 라이더도 무리 없이 탈 수 있다.
한마디 더 전체 코스를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면 돌아올 때 경의선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추천!


억새가 하늘거리는 호젓한 가을 길 시흥시 그린웨이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 옛 기억을 품은 오래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시흥시의 ‘그린웨이’는 과거 소금밭이 넓게 펼쳐진 장소에 조성한 자전거도로로, 소용을 다한 옛 염전 터는 현재 너른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공원이긴 하지만 인공적 손길을 줄이고 본래의 자연적 멋을 최대한 살린 덕에 낡은 소금 목재 창고, 폐염전 등 곳곳에 남은 과거의 흔적이 잘 녹아 있다. 또 갯벌 사이로 파인 물길인 ‘갯골’이 군데군데 남아 특별한 정취를 더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꽃을 재배했다는 수도권 최대 연밭인 관곡지와 2km의수변 산책로가 조성된 물왕저수지 등 페달을 구를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 덕에 지루할 새도 없이 완주하게 된다.

찾아가는 길 정왕IC 방면에서 우회전, 연성1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시흥갯골생태공원에 닿는다.
자전거 여행 코스(15km) 갯골생태공원, 연꽃 테마파크를 거쳐 물왕저수지까지 왕복한다.
한마디 더 그린웨이만으로는 조금 짧다고 느껴진다면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부터 시작해보자. 한 때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소래 염전의 풍모를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순수한 자연 그대로 신안 비금도 

월간 <자전거생활>의 김병훈 대표는 전남 신안의 비금도를 한마디로 ‘놀라운 섬’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한 번 놀라고 그런 비경이 순수하게 남아 있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는 것. 이웃한 도초도와 비금도는 다리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성격은 판이하다. 비금도가 매혹적 풍광에 인적조차 드문 꿈결 같은 곳이라면, 도초도는 실제 주민의 삶이 촘촘히 새겨진 곳. 두 섬을 모두 둘러보겠다고 욕심부리기보다 비금도에 집중하는 것이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산기슭을 파고들어 하트 모양으로 만든 하누넘 해변은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 절경이고 4.5km에 이르는 명사십리 해변의 장대한 풍광에 압도된다. 여기에 군데군데 솟은 바위 봉우리가 비범한 풍광을 완성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섬을 편안한 자전거 포장도로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고맙다. 

찾아가는 길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세 차례 가산 선착장으로 가는 배가 운항하며 약 두 시간이 소요된다. 
자전거 여행 코스(22km) 가산 선착장에서 출발해 명사십리 해변-하누넘 해변-서남문대교를 돌아본 후 서남문대교 아래 자리한 수대 선착장에서 목포행 배를 이용한다. 
한마디 더 비수기에는 가게를 찾기 힘들다. 식수나 간식 등은 출발 전 미리 챙겨야 한다. 


황금빛 가을 들판을 달리다 정읍 - 김제 벽골제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광은 황금빛 물결이 넘실대는 너른 들판. 전북 익산, 군산, 김제, 정읍 등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 따로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호남평야 한가운데를 흐르는 젖줄 동진강을 따라 평탄한 둑길이 뻗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좋다. 끝도 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주고 황금 들판을 바라보면 추수를 앞둔 농부처럼 이내 마음이 넉넉해진다. 정읍 녹두다리에서 시작해 김제 벽골제까지 이어지는 23km 구간은 들판의 아득한 지평선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코스. 도착점인 벽골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제방으로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농경문화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유물 전시관도 있으니 우리 농업의 역사를 되짚는 여행 코스로 부족함이 없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정읍IC에서 나와 IC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도매시장 사거리에서 황토 현전적지・덕천면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자전거 여행 코스(23km) 정읍 시내 녹두다리에서 출발해 동진강 둑길을 따라 달려 정읍천대교- 만석대교-만석보-군포교를 차례로 지난 후 29번 국도를 따라 7km 더 가면 벽골제에 도착한다.
한마디 더 10월 1일부터 5일까지 벽골제에서 농경문화를 체험하는 김제 지평선 축제가 열린다.



초보 라이더가 자전거 여행을 더욱 안전하게 즐기려면? 도움말 이준휘
1 주변 풍경을 즐기는 자전거 여행에서 과속은 금물. 자전거 전용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20km이다. 특히 유명한 자전거 여행 코스는 역주행하는 자전거, 보행자들로 혼잡하니 절대 과속하지 말 것.
2 한적한 시골길의 자전거 여행에서도 안전거리를 유지하자. 앞 자전거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추돌하는 사고는 라이더가 방심하는 사이 넓은 길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3 도로 중간에 멈춰 서지 말자. 차량 통행이 적은 일반 도로라도 주행할 때 도로 중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고속도로 갓길 주차만큼 위험한 일이다. 특히 굴곡이 있는 도로에서는 시야가 가려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4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어디서든 반드시 헬멧을 착용한다. 헬멧은 실제 사고가 났을 때 라이더를 보호해줄 수 있는 유일한 안전 장비다.
5 자전거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장치를 적극 사용한다. 밝은색 옷을 입고, 자전거 앞뒤에 안전등을 설치하고 자전거 벨을 달아서 자전거 주행을 적극 알려야 한다.


참고 도서 <자전거여행 바이블>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자전거 협조 자이언트 씨티바이크(02-463-7171)

글 이정선 | 사진 김재윤, 이준휘, 김병훈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