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호수에 뛰어들어요 1 호숫가에서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지역 요리와 와인의 만찬 ‘알프레스코 디너’ 전경.
“섭씨 44℃예요.” 화창한 여름날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서며 이 놀라운 숫자부터 만났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온도예요?” 깜짝 놀라서 묻는 여행자에게 시원한 물 한 병과 살이 토실토실 오른 블루베리 한 움큼을 건네며 “더우면 호수에 수영하러 가면 되죠” 하고는 여유롭게 걸어가는 캐나다인의 미소. 톰슨 오카나간(이하 오카나간)의 작은 도시인 켈로나 공항에서 경험한 이 첫 장면은 영화의 예고편처럼 앞으로 펼쳐질 여행을 함축했다. 호숫가 구릉에 포도밭이 펼쳐진 멋진 사진 위에 ‘호수, 과일, 와인, 햇살, 수영, 식탁’이라는 주제어만 동동 띄우면 오카나간 여행의 시놉시스가 완결된다. 해변(이곳 사람들은 호숫가를 해변이라고 부른다)에 여유롭게 누워 방금 딴 달달한 애플코드를 한 입 베어 무는 건강하고 행복한 주인공들은 여기저기 끝없이 이어지는 호수를 따라 여행 내내 수도 없이 등장한다.
2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기후인 톰슨 오카나간은 캐나다 와인의 보물 창고다.
공항을 벗어나자 자동차는 정말로 호수 앞에 멈춰 섰고, 얼떨결에 아시아의 여행자도 곧장 주인공으로 분한다. 호수 속으로 점프, 메이플 시럽과 연어 그리고 감자 요리 푸틴을 깔끔한 브리티시컬럼비아산 맥주 한잔과 먹어봐야 진짜 캐나다 여행이라며 지금 당장 호수에 뛰어들자니…. ‘한국에서는 준비운 동부터 하라고 배웠다, 저 큰 호수에서 괴물이 나오는 건 아닌가, 샤워는 어디서 하나?’ 꼬물꼬물 뒷걸음치는데 동행한 캐나다인은 이미 타월을 두르고 수영복을 순식간에 갈아입고는 호수에 뛰어들었다. 여기도 둥둥, 저기도 둥둥. 주위를 보니 꼬맹이도 할머니도, 덩치 큰 레트리버도 사뿐사뿐한 푸들도 너른 호수 여기저기서 철퍽 둥둥 떠다니는 한가로운 풍경이 우리를 둘러쌌다. 하자니 한다는 마음으로,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캐나다 사람처럼 해보자는 마음으로 대충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발레리나처럼 발가락을 빼꼼히 넣어 호수의 수온부터 체크했다. “어랏, 호수가 차갑지 않네!”
3, 4, 5 무엇이든 잘 자라는 토양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풍성하다.
캐나다의 유일한 사막지대가 바로 오카나간. 연중 일조량이 2천 시간이 넘으니 암벽의 산과 호수가 열을 머금어 북미 대륙의 다른 지역만큼 겨울이 매섭지 않다. 여름에는 기온이 40℃가 넘는다지만 습도가 낮아 숨이 턱턱 막히는 대신 호수에서 멱 감고픈 정도의 더위다. 햇살 아래 펼쳐진 바다같이 망망한 호수는 이곳 오카나간 지역 주민이 조물주에게 받은 최고의 선물.
6,7 계곡을 따라 펼쳐진 오카나간 호수의 풍경.
오카나간은 사막인데도 ‘캐나다의 과일 바구니’라는 우월한 애칭으로 불리는데, 이처럼 일조량이 풍부한 데다 땅이 비옥하고 일교차가 커서 호수에서 물을 끌어다 땅을 촉촉이 적시기만 해도 달달한 과일과 싱싱한 채소가 절로 자라는 덕분이다. 특히 포도를 재배하는 데 최적의 환경이어서 아름다운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맑은 호수에서 수영하고 보트에서 캐나다산 와인을 음미하는 이곳 주민의 느긋한 일상은 캐나다의 다른 지역 주민들도 흠모하는 삶. 그래서 캐나다 곳곳에서 많은 여행자가 찾아와 여름이면 숙박 시설마다 만실을 기록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온을 찾아온 체류형 여행자들이 몇 달씩 머물다 봄이 되어야 돌아간다.
연어가 돌아왔어요
호숫가에 자리한 워터마크 리조트. 지역의 슬로 푸드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유명하고 호텔과 단독하우스를 갖추어 이 지역 휴양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
해변 콘도에 둥지를 튼 여행자에게 호수는 환상의 놀이터. 보트를 빌려 세일링을 하거나 패들보드나 카약에 올라 어영차 노를 저으며 유람을 즐겨도 좋다. 응접실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는 요상한 대형 튜브, 내 엉덩이만 쏙 들어가는 개인주의형 튜브, 선베드처럼 누워서 책을 읽는 평상 같은 튜브 등 어디서 저토록 다양한 튜브를 구했는지 여름 내내 별다른 놀이 장비가 필요 없겠다. 호수와 호수를 연결하는 자연 지류를 따라 튜브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니는 여름 오후의 유희는 오카나간 피서의 하이라이트. 잔디에서 피크닉을 하듯 튜브에 온 가족이 맨살을 비비며 앉아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사이 튜브가 하류에 당도한다. 버스에 튜브와 함께 올라타고 상류로 가서 다시 둥둥, 또 한 번 둥둥, 연거푸 둥둥 하는 사이 어느덧 밤이 되는 한가로운 여름날을 상상해보라.
1,2 알프레스코 디너를 기다리며 호숫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이처럼 맑은 물과 햇살, 지형과 바람 자체가 행복한 삶의 놀이터가 되는 오카나간 호수에 최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으니, 수십년 만에 돌아온 연어가 그 주인공! 본디 오카나간의 선주민(first nations, 원주민)은 사냥 대신 물고기를 낚아 사는 부족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에 싱싱한 연어가 지천이니 유순하게 잡아 올린 맛난 연어를 사냥하며 사는 이웃 부족과 맞교환했다. 그런데 1930년대 중반, 이웃한 미국이 경제 불황을 타개하고 국민에게 일거리를 준다는 명목으로 이 호수의 지류인 컬럼비아 강에 댐을 건설하면서 연어가 거슬러 올라올 길이 막혔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선주민이 수천 년 동안 해오던 일상의 식사가 막을 내렸다.
3, 4, 5 보트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가서 수상 스포츠를 즐겨도 좋고 연안에서 패들보드, 카약, 튜빙 등 무동력 스포츠를 즐기면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인류의 무지한 경제개발이 자연과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사람의 행복한 식사에 빙하기를 가져온 것이다. 느닷없는 봉변에 분노한 사람들은 사라진 연어를 되찾고 호수를 제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모임을 만들었고 주민, 환경운동가, 생물학자, 법조인, 종교인, 요리사, 정부 기관 등이 모두 모여 호수의 생태계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길을 궁리했다. 미국의 협조를 얻어내고, 지역 토종 연어의 종을 보전하고, 댐마다 연어가 지나갈 길을 뚫기를 십수 년, 이들의 기도하는 마음에 보답하듯 호수에 점차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하더니 2014년 여름, 마침내 공식적으로 연어의 회귀와 낚시 허가를 공표하는 드라마틱한 날을 맞이했다.
“여행 온 사람들이 레스토랑 메뉴에서 ‘오카나간 소키에Sockeye 연어’라는 메뉴를 보고 이런 연어도 있냐며 깜짝 놀라요. 전 세계 연어 중에서 최고로 치는 소키에 연어는 크기가 작고 산호빛이 도는 맛난 어종으로 특별히 조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금과 후춧가루를 살짝 뿌려 굽기만 해도 맛과 영양이 최고니까요.” 오카나간 지역의 슬로 푸드조합과 연계된 워터마트 리조트의 셰프가 설명하는 것처럼 소키에 연어는 연어 중 연어로 손꼽힌다. 우리가 주로 사 먹는 노르웨이산 연어 등이 살충제와 사료의 부작용 때문에 이런저런 소문을 달고 사는 양식 연어인 것과 달리 소키에 연어는 양식이 어렵고 대자연의 풍미를 고스란히 품고 있어 세계적으로 귀한 식재료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1908년부터 과일 농장을 운영해온 파슨스 농장의 가판대에서 사 먹은 다양한 유기농 토마토.
이제부터는 여름에 연어가 돌아오면 첫 한 달은 오카나간 지역 어부들이 낚시를 하고, 그 이후부터는 일반 낚시꾼도 연어 낚시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오카나간의 레저 문화와 식문화가 큰 변화를 맞을 듯하다. 소키에 연어 스테이크 맛에 감복해 달콤한 디저트를 깜박하기도 하는 여행자 역시 호수 생태계 회복의 최대 수혜자. 달콤한 과일, 싱싱한 연어 요리, 향 좋은 와인을 수시로 그것도 미국이나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합리적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곳. 미식가가 아니어도 절로 미식가가 되게 하는 마법의 여행지가 이곳 오카나간이로구나!
캐나다 와인을 맛보세요
그리스트 밀 앤 가든의 전통 방앗간에서 갓 빻은 밀. 레스토랑에선 이 밀로 갓 구운 빵을 제공한다.
“샤워한 것처럼 상쾌해요.” 여행 사흘째. 시간 날 때마다 호수에 첨벙 뛰어드는 건 이쯤 되면 여행자에게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바닷물과 달리 염분이 없고 워낙 물이 맑으니 수영하고 나와 로션만 바르면 호텔 욕실에서 샤워한 듯 상쾌하니 그들의 ‘수시 점프’에 자연스레 공감했다. 잠깐의 물놀이도 아랫배를 한껏 자극하니 슬슬 허기가 찾아오면 길가 어디에든 있는 과일 스탠드, 농장, 와이너리로 가면 된다. 과일 농장이 곳곳에 있고 나무에 매달린 과일을 직접 따서 먹는 ‘유픽You Pick’ 프로그램도 진행하니 분홍빛 복숭아, 파란 사과, 샛노란 애플 코드, 검붉은 블루베리를 따서 흙을 툭툭 털고 먹으면 그만이다.
바구니에 한가득 딴 과일은 숙소로 가져가 두고두고 먹어도 되니 농장마다 와이너리마다 있는 테이스팅룸이나 레스토랑에서도 요기를 해 보시라. 지난 30년간 유기농 농사만 고집해온 포비든 와이너리의 복숭아 와인은 입술에 닿는 순간 햇살이 온몸에 스미는 듯 화사한 기분이 든다. 숲에 사는 곰이 강을 건너와 나무에서 떨어지는 과일을 먹고, 새도 벌레도 다 같이 먹으니 이 농장의 과일과 와인은 사람에게 좁쌀만큼의 해도 주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선물이다. 다만, 곰이 나무째 먹어치울 만큼 가장 좋아하는 동그란 아시아 배(우리가 흔히 먹는 동그란 배)가 무르익는 시기에는 강어귀 나무에 미리 온갖 과일을 담은 바구니를 걸어두어 곰이 맛난 배를 떠올리기 전에 배부르게하는 유쾌한 지혜가 이곳의 유일한 인위적 농법이다.
1,2 빨간 트럭을 타고 농장 투어를 히는 코바트팜. 와인 테이스팅 시 함께 먹는 살라미와 핑거 푸드의 맛이 최고다.
못난이 토마토, 예쁜이 토마토, 앵두만 한 마이크로 토마토 등 종류만 수십 종인 토마토와 딸기, 블루베리, 오카나간 토종 소까지 키우는 코바트팜에서는 빨간 트럭을 타고 농장 투어를 해보자. 그런 다음 농가 정원에 앉아 잘 만든 살라미와 치즈를 곁들여 와인을 즐기는 호사도 놓치지 마시기를. 자연 재료로 직접 만든 살라미는 염분 대신 육질의 풍미가 가득하고, 대지의 향취가 입속에 퍼지는 로제 와인 한 모금은 요들을 흥얼거리게 만든다. 매일 아침 90세 할머니가 40년간 지켜온 레시피로 복숭아 파이를 굽고 아들과 며느리, 손주와 증손주까지 4대가 모여 살며 거대한 농장을 지키는 데이비슨 오차드의 식료품점에서는 쇼핑 본능이 기지개를 켠다. 이 계절에만 마실 수있는 홈메이드 사과 주스, 제철 과일로 만든 잼, 갖은 채소를 갈아 넣은 향신료와 소스가 눈에 밟혀 보석상에 들른 듯 조심스럽게 들어보며 솜씨 없는 요리사 주제에 자꾸만 식재료 욕심을 내게 된다.
개인 텃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께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가 공들여 보전하는 그리스트 밀 앤 가든의 방문을 추천한다. 옛날 모습 그대로의 방앗간에서 전통 밀을 빻고, 여름에도 시원한 사과 저장소에서 요리 강습을 하며, 정원 한가운데 서머 키친에서 빵을 반죽하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에덴동산이기 때문이다. 밭에서 금방 딴 토마토를 슥슥 씻어 차가운 수프를 만들고 방금 간 밀 반죽으로 따뜻한 스콘을 굽는 레시피는 순전히 요리사의 재치에 따르므로 그리스트 밀 앤 가든에서는 시간도 식사도 천천히 흘러간다.
3 농장의 과일과 채소, 로컬 홈메이드 식품을 판매하는 파슨스의 재미있는 간판.
4 여름에 실내 온도를 내리기 위해 정원에서 요리하던 전통적인 서머 키친도 그리스트 밀 앤 가든에서 볼 수 있다.
마치 때 묻지 않은 과거로, 영화 속 초원의 집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자연에서의 닷새, 조금씩 머리를 내미는 도시인의 본성을 톡톡 눌러 진정시키고 싶다면 블랙힐 와이너리, 포플러그로브 와이너리의 바닐라 폿 레스토랑, 그레이몽크 와이너리 등 컨템퍼러리 레스토랑을 예약해보자. 블랙힐 와이너리는 포도밭이 보이는 수영장 옆 풀사이드 테이블이 근사하고, 포플러그로브 와이너리는 미니멀한 목조 건물이 멋스럽다. 호수 너머로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가슴에 고스란히 남는 그레이몽크 와이너리까지, 오카나간 지역에는 2백 곳이 넘는 와이너리가 저마다의 풍미와 요리로 방문객을 기다리니, 와인 루트 지도를 손에 들고 발길 닿는 대로 유유자적 찾아가는 와이너리 탐방을 몇 날 며칠이고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80인이 마주 앉은 호숫가 식탁
1, 2, 3, 4, 5 알프레스코의 목요일 만찬. 와이너리 한 곳이 최고 와인을 선보이고 그에 어울리는 제철요리를 핑거 푸드, 샐러드, 육류, 생선,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코스로 제공한다.
“딩, 딩, 딩~. 여러분 오늘의 와인메이커를 소개합니다.” 목요일 해 질 무렵 호숫가. 하느님의 동산(God’s Mountine)이라고 불리는 B&B 저택 정원에 모인 80인이 사회자의 종소리에 맞추어 긴 테이블에 둘러앉는다. 마치 영화 속 야외 결혼식의 피로연에 온 듯한 이 로맨틱한 장면을 위해 지구 반대편의 여행자는 복잡한 여행 트렁크에 아끼던 원피스를 고이 넣어 날아왔다. 과도한 멋을 내지는 않았지만 호숫가 정원에 어울리도록 저마다 신경 쓴 차림의 80인이 자리에 앉자, 이날의 만찬에 와인을 가지고 온 독일 출신 와인메이커 부부가 일어나 인사를 건넨다.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만찬인 알프레스코 디너에는 반복되는 메뉴가 없다. 그날의 와인메이커가 자기 농장의 자랑스러운 와인 시리즈를 준비하면 그에 어울리는 수수께끼 같은 계절 요리가 순차적으로 식탁에 오른다. 새하얀 옷을 맞추어 입고 수도승처럼 조용한 몸놀림과 세련된 서비스로 식사를 이끄는 사람들은 만찬을 주최하는 조이로드 케이터링의 스태프들. 해마다 여름이면 이 만찬 요리에 참여하려고 많은 요리사가 오카나간으로 오는데, 이는 제철 재료를 해석하는 셰프의 역량이 식탁 위에 고스란히 펼쳐질 때의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다.
6,7,8 매주 토요일 아침 펜팅턴 시청 앞에서 열리는.파머스 마켓에서는 농부의 수확물, 예술가의 작품, 거리 공연 등을 볼 수 있다.
한날한시에 디너를 예약한 인연으로 가까운 캘거리와 밴쿠버, 멀리 네덜란드, 더 멀리 한국 등에서 온 사람들이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이 달큰한 계절을 고스란히 삼키는 듯한 갖가지 전채 요리에 말문을 잃은 식객들은 독일인이 건네는 상큼한 피노누아로 잠시 쉼표를 찍는다. 이윽고 싱싱한 소키에 연어 콩피를 입에 넣는 순간 영어보다 형통한 “음~, 흠~”이라는 만국 감탄사가 울려 퍼진다. “이런 식사를 매일 할 수 있다면 지금 옆에 앉은 당신과 결혼하겠어요”라고 속삭이려는 듯 늦저녁 만찬 분위기에 젖은 식객들이 옆사람에게 다정한 미소를 보낸다. 국적도 나이도 모른 채 웃음과 미각의 호사만 가득한 즐거운 식사가 늦은 밤까지 하느님의 동산에서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갔다.
이처럼 건강한 제철 식재료가 풍성한 오카나간에서 매일 제철 요리를 맛보며 일주일을 보내면서 전에 없던 질문이 여행자의 마음을 두드렸다. “지난 몇 달간 내가 먹은 것 중 공장에서 나오지 않은 게 몇 가지나 있었을까?”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자 이내 질문을 바꾼다. “지난 몇 주간 내가 먹은 것 중 누구네 밭에서 난 게 몇 가지나 있었을까?” 공장에서 씨눈까지 냉정히 잘라낸 쌀, 기계로 반죽해 며칠이고 진열대에 놓여 있던 카스텔라, 15분이나 식촛물에 담가두었는데도 안심이 안 되는 포도, 언제쯤 한국에 도착했는지 모르는 원두를 볶아 내린 커피. “많은 것을 알려고 애쓰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려하면서도 내 몸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정체는 모르고 살았구나.” “사람의 욕심이 닿지 않은 자연은 이렇게 맛있구나.” “자연에서의 휴식이 이토록 포만감을 주다니. “그간 나에게 참 미안했네”라는 생각지못한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나에게서 나에게로 찾아오는 여행.
토요일 아침, 펜팅턴의 파머스 마켓에 자신이 키우고 만든 먹거리를 가득 실은 지역 농부들이 찾아온다. 농부의 판매대에서 한 줌씩 한 다발씩 일주일 먹거리를 사며 파머스 마켓을 축제처럼 즐기는 오카나간 주민의 건강한 삶. “사람이 행복해지는 진짜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얻은 여행. 덕분에 오늘 나의 삶은 한 마디만큼 더 자랐으니 이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여행이 또 있을까.
오카나간의 와인과 음식을 멋진 디자인 감각으로 선보이는 포플러그로브 와이너리.
톰슨 오카나간 여행 정보
워터마크 비치 리조트Watermark Beach Resort
오카나간 지역의 슬로 푸드 운동을 이끄는 매니저 가 운영하며 오가닉 과일과 채소를 생산하는 코바트 농장과 협력해 건강한 시그너처 메뉴를 선보이는 리조트. 캐나다에서 가장 따뜻한 호수인 샌디 비치 옆에 자리하며 온천, 야외 수영장, 요가・필라테스 스튜디오, 요트 정박장을 갖추었다. 1백23개 실의 스위트룸이 있는 호텔과 30개 실의 타운하우스를 제공한다. www.watermarkbeachresort.com
서머랜드 워터프런트 리조트Summerland Waterfront Resort
오카나간 서머랜드 지역에 최근 문을 연 리조트로, 키친과 다이닝룸, 리빙룸, 벽난로, 커다란 욕조 등을 갖추고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스위트룸을 제공한다. www.summerlandresorthotel.com
프레더터 리지 리조트Predator Ridge Resort
오카나간 밸리에 자리한 이 리조트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최고의 골프 코스로도 유명하다. 끝없는 언덕과 깔끔한 잔디밭, 호수와 강, 소나무로 뒤덮인 산등 성이 등으로 이루어진 너른 골프 코스에 리조트와 타운하우스가 자리한다. www.predatorridge.com
알프레스코 포도밭 만찬(Alfresco Vineyard Dinner)
호숫가 저택에서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저녁 만찬으로 사전 예약해야 참가할 수 있다. 목요일에는 와이너리 한 곳이 와인 시리즈를 준비하고 그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를 선보이는 ‘와인메이커스 디너’를 연다. 일요일에는 그보다 좀 더 가벼운 식사를 제공한다. 합리적 가격으로 최고급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www.joyroadcatering.com
오카나간 와인 페스티벌
2014 10월 3일부터 13일까지 약 10일간 와인 축제가 열린다. 켈로나와 펜팅턴을 중심으로 곳곳의 와이너리와 레스토랑에서 시음회, 세미나, 콘서트, 와이너리 투어, 와인 경매, 퍼레이드 등이 열려 오카나간 일대에 흥이 넘친다. 10월 3일에 열리는 올해의 와인 시상식의 입장권을 구입하면 올해 최고의 와인을 각종 음식과 함께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이 주최하는 웨스트젯 와인 테스팅은 10월 3~4일에 열리며, 60여 개 와이너리의 2백50여 종의 와인을 빵과 치즈와 함께 무한 음미할 수 있고 행사 후 숙소까지 택시 서비스도 제공한다. www.thewinefestivals.com
문의 캐나다 관광청 02-733-7790, www.keepexploring.kr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관광청 02-777-1977, www.HelloBC.co.kr
-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톰슨 오카나간 여행 호숫가 포도밭의 즐거운 삶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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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 밴쿠버에서 자동차로 네 시간 거리에 위치한 톰슨 오카나간Thomson Okanagan에서 일주일을 지낸 후, 누군가를 위해 이 여행 기록을 남긴다면 아마도 그 첫 문장은 이렇게 쓰리라 생각했다. “삶은 여행이니까”라는 노래 가사처럼 ‘내가 자라는 사이 내 여행도 생애 주기처럼 성숙하는구나’ 하는 마음의 발견이 너른 호수와 포도밭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포도주 향취처럼 은근히 마음을 적셨다.#캐나다글 김민정 수석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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