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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앨범 <diaspora:흩어진 사람들>의 싱어송라이터 짙은


<백야> <원더랜드>에 이은 세 번째 EP 앨범(미니 음반) <diaspora:흩어진 사람들>을 발매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정규 앨범이 아닌 EP 앨범을 발표한 이유가 궁금하다.
다음번엔 정규 앨범을 들고 나타나겠다. 후후. 정규 2집에 대한 고민을 한 건 사실이지만, 현재 그 과도기에 있다고 본다. 앨범 제목인 ‘흩어진 사람들’의 연작 프로젝트 중 하나다.

는 어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인가?
첫 번째 수록곡 제목처럼 ‘망명’한 사람들, 하지만 도망간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떠난 이들의 정서 이야기에 의미가 있다. 한 개인이 처한 현실과 운명,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사회엔 자신의 상황을 비극의 정점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비극의 시작도 하강도 아니고, 가장 절정의 상태. 내가 처한 순간이 가장 힘들다고 여기는 거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당신도 마찬가지인가?
윈드서핑할 때 바람은 계속 변하지 않나.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돛을 계속 바꿔야 하고, 순풍일 때조차 바람을 견제하며 인식해야 한다. 나의 비극도 깊은 곳 어딘가에 깊숙이 남아 있다. 이번 앨범은 내게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바람에 맞서려고 하면 돛이 부러진다.

사람에 관한 연작을 구상하면서 특별히 시도하는 것이 있는가?
특정 그룹의 사람을 의도적으로 만난다든가…. 그러고 싶지만 주위에 사람이 참 없더라. 혼자 지내는 시간을 즐기는 성향이라 나 자신의 생각에 빠지곤 한다. 책이나 영화같이 매체를 통한 경험에 더 몰입하는 편이다.

당신의 음악은 목소리가 먼저 들린다. 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뭔가 묵직하게 꾹꾹 참는 느낌이기도 하다.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목소리인데, 전작과 비교해 남성적 기운이 강해졌다.
나이가 더 들었나? 후후. 이전 음반이 감정의 흐름에 더욱 집중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감성을 배제하고 건조하고 이성적인 거리를 주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단순히 음악을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여운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 다양한 시도가 전체 앨범 분위기를 만든 것 같다. 그 변화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전작을 그리워하는 팬도 있다.

“뜨겁게 내리쬐는/ 적도의 태양과/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바다 위에서/ 쓰러지지 않고/ 그댄 고갤 들었다/ 그댄 나의 키를 잡았다” 는 가사의 라임이 무척 시적으로 다가왔다. 시를 낭송하듯 첫 음절에 힘을 싣는 것도 인상적이다.
일부러 예쁘게 부르지 않으려고 했다. EBS 라디오 낭독 프로그램 <단편소설觀>을 진행하면서 일주일에 거의 서너 편의 단편을 꾸준히 읽었다. 문학적으로 흡수가 많이 된 것 같다. 과거엔 가사의 중요성을 심각히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노래를 만드는 데 무척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자연스레 가사 전달력이 강조된 것이다. 한 구절이라도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길 바란다. 쓸데없이 진지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망명’은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곡이다. 현악기 사운드가 드라마틱하고 뮤지컬처럼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밴드 음악처럼 록적인 요소를 넣고 싶었는데, 뭔가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편곡을 달리하고 현악기를 사용했다. 드라마틱하고 비장한 멜로디 때문인지 ‘망명’을 노래하고 나면 나 자신도 울림이 크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정서가 깔려 있지만, 타이틀곡인 ‘Try’는 예외적인 곡이다. 도피와 패자에대한 이야기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다시 시도할 거야’라고 선언하는 내용이다. 패자의 뒷모습도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흩어진 사람들’ 연작 프로젝트를 계속 구상할 계획이고, 광주 지역의 음악 방송인 <난장>의 진행자로 무대에 선다. 당연히 정규 앨범 2집도 준비하고!



<diaspora:흩어진 사람들>
2년 4개월 만에 발매한 짙은의 EP 앨범. 2014년 ‘흩어진 사람들’ 연작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성용욱의 색깔이 훨씬 짙어졌다.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던 짙은이 갈 곳을 잃고 유랑하는 현대 사회의 망명자를 이야기한다. 문학적인 가사와 더욱 절제된 목소리의 조화가 무한 재생하게 만든다. 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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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서송이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