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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미스 프랑스>의 연극배우 이지하


프랑스 원작의 연극 <미스 프랑스>는 전형적 코미디극이다. 그간 해온 연극과는 성격이 무척 다른데, 무대에선 기분이 어떤가?
코미디극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만에 한 번씩 연기하곤 했는데, 결론적으로 쉬운 극은 없다. 코미디 감각이 타고난 배우가 있다. 말 한마디만 던져도, 눈빛만 봐도 유머러스한 호흡을 뿜어내는 배우. 나는 진지하고 감정 소모가 많은 인물을 주로 연기해왔다. 그런 면에서 코미디 성향의 배우는 아니기 때문에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다.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 원작으로 제안을 받았고, 각색 초안본을 받았다. 이후 한국 정서에 맞게 여러 차례 각색을 거쳤다. ‘미스 프랑스를 선발하는 그룹의 조직위원장 플레르가 외설 잡지에 실린 미스 프랑스 우승자 때문에 실어증에 걸리고,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똑같이 생긴 여인인 그의 쌍둥이 여동생 사만다와 호텔 여종업원 마르틴을 찾아 나선다’고 하는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캐릭터 라인과 일화, 대화 내용, 언어 선택 등 국내 정서에 맞게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대사가 무척 많고 배우 간의 호흡도 빠르다. 플레르, 사만다, 마르틴이라는 1인 3역을 한다는 면에서 모노드라마같이 느껴질 것 같다.
맞다. 거의 100m 전력 질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김성령 씨와 함께 “이건 체 력전이야, 미모와 체력만 있으면 돼” 하고 농담하곤 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흐트러짐 없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오죽하면 도를 닦는 것과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이 비슷하다는 말이 있겠나.

공연할 때는 거의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겠다.
최소화한다. 아무래도 약속을 줄이게 된다. 배우 생활을 오래하면 인간관계가 대부분 정리된다. 후후.

언어 장애에 걸린 플레르가 알 수 없는 단어 조합으로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애드리브가 아닌 100% 대사라고 들었다.
플레르의 대사를 보고 처음엔 한참 웃었다. “연극 인생 10년 만에 내가 이걸 다 외워야 해? 낮밤 설쳐가면서?” 하며 웃곤 했다. 단어의 퍼즐을 맞추며 쏟아내야 하는데, 거의 입이 닳도록 외워야 했다. 무대에서 실수하면 애드리브로도 커버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원작에서는 “배우가 장치를 인식하는 순간 언어의 재미는 사라질 것이다” 라는 연출가의 지문이 있다. 그만큼 배우의 역량이 중요한 부분인데, 황재헌 연출가의 아이디어로 제품 상표, 축구팀, 아이돌 그룹 이름 등 이해하기 쉬운 단어 조합으로 각색했다.

역할의 대치와 이동이 순식간에 이뤄져 연기하면서 무척 헷갈렸을 것 같다.
인물 세 명이 번갈아 등장할 때 무척 힘들더라. 내가 나가야 하는 문은 어딘지, 연기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헷갈리는 거다. 그냥 뛰쳐나가고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정도로 혼동이 심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인물은 플레르지만, 세 여인의 비중이 균형적으로 느껴진다. 그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플레르 연기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사만다나 마르틴 연기도 에너지 조절을 한다. 세 인물이 합일을 이루도록 매 순간 고민하고 연기한다. 계획하기보다 연기를 하면서 본능적으로 깨닫는 부분이다. 매번 빙의되는 인물이 다른 거다.

무대 속 인물과 일상의 나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찾는가?
공연이 없을 때는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하거니 커피를 내리고 사과를 깎아 먹는다. 아주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면서 생활감을 찾으려 노력한다.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현실을 잃기 쉽고 땅에 발 붙인 느낌을 갖기 어렵다. 사회적 위치나 세상 속 내 또래에 걸맞은 것, 내 나이에 맞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스 프랑스>는 한마디로 어떤 연극인가?
배우는 연기하기 참 힘들지만, 관객에게는 머리를 식히고 갈 수 있는 연극이다. 캐릭터 자체만 보면 그저 코믹하게 느껴지겠지만, 양면도 살아 있다. 인물 각자가 지닌 인생의 주름, 고독, 처지 등을 살리려 노력했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서송이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