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펠릭스가 만난 127인의 예술가’다. 1백27명의 한국 현대미술가를 선정하고 섭외와 촬영까지 진행 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확히 말해 내가 촬영한 작가는 1백20명이다. 재원출판사 박덕흠 대표의 제안으로 강호성, 금동성, 김동연, 김주연, 송수남, 이두식 작가를 추가했다. 2010년부터 촬영하기 시작한 포트레이트 작업으로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거나 주목받는 한국 대표 현대미술가 1백50명을 촬영했고, 그중 1백20명을 책에 담았다. 갤러리나 작가와 직접 연락해 촬영을 진행했는데, 작가 대부분이 흔쾌히 허락했다. 관건은 시간이었다. 전시중인 갤러리나 아틀리에에서 여유 있게 촬영할 때도 있었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원하는 장면을 포착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한국 현대미술가의 포트레이트 작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2010년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독일에서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갤러리와 렉터를 연결하는 일과 전시 기획을 동시에 했다. 그러면서 한국 작가를 해외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운이 좋게 출판사에서 적극 제안했고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한 영역의 인물을 수집하듯 촬영했다는 점에서, 2012년에 펴낸 책 <베를린 아트>의 연장선에 있다.
그렇다. 차이점이 있다면 <베를린 아트>는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갤러리스트를 담았다는 점이다. 베를린은 5백여 개의 갤러리가 있으며 전 세계 현대미술가가 모인다고 할 정도로 가장 활발한 미술 중심지다. 3년간 직접 발로 뛰며 인터뷰하고 촬영한 결과라 애착이 크다. <베를린 아트>가 베를린 가이드 역할을 했다면, <아티스트, 그 예술적 영혼의 초상>은 한국 현대미술가를 소개하는 측면이 강하다.
대부분 갤러리나 아틀리에에서 작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개념적이라기보다 기록 사진에 가까워 보인다.
누군가는 한국 현대미술가의 데이터베이스라고 하더라. 후후. 촬영하기 전에 어떻게 보여줄까고민을 많이 했다. 해외에서는 한국 현대미술가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부족하고, 이 책이 정보를 전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랐다. 그래서 대표 작품과 함께 작가의 사진을 담았고,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강조했다. 객관적 앵글이지만 주관적으로 접근했고, 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다. 또 인공광을 배제하고 최대한 현장의 빛을 살려서 촬영했다.
이력이 특이하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다임러 크라이슬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사진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열네 살 때 아버지에게 니콘 아날로그 카메라를 선물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독일 광부 1세대로 사진을 무척 좋아했는데, 그 영향이 컸다. 어릴 때부터 학교 사진 클럽에 들어가 흑백 암실 작업을 했다. 고교 졸업 후에 신문사에서 기자로 2년간 일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카메라에 담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내가 성격이 좀 내성적인데, 카메라를 잡으면서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부모님의 권유로 일반 대기업에 입사해 5년간 근무했지만, 사진과 미술을 향한 그리움이 늘 있었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독일에서의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거부하고 한국에서 사진가, 전시 기획자 등의 타이틀로 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다. 카메라를 잡을 때도 흥미롭지만,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알리는 데 큰 성취감을 느낀다. 또한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의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디렉팅하는데, 작가와 브랜드가 협업해서 흥미로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다.
<베를린 아트>에 이어 <아티스트, 그 예술적 영혼의 초상>까지, 그다음 작업도 궁금하다.
계속 작업을 확장하고 싶다. 이번 책 작업을 하면서 만난 작가들의 작품이 5년,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화해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 그 변화를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다. 담고 싶은 작가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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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그 예술적 영혼의 초상> 독일에서 태어나 한국과 독일에서 사진가와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펠릭스 박의 사진집. 현대미술가 1백27명의 포트레이트를 담았으며, 그중 1백20명의 작가를 직접 만나 촬영했다. 강형구, 최인수, 권기수, 권오상, 김준, 박서보, 천경우 등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에 있는 작가들의 포트레이트를 만날 수 있다. 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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