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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오페라 <천생연분>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이현


그라츠 오페라극장에서 10년간 전속 가수로 노래했고, 현재 프리랜서로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22년 만의 귀국인데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벌써 그렇게나 됐나? 열여덟 살에 프랑스 리옹 국립음악원에 입학 한 이후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했으니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해외에서 보냈다. 그라츠 오페라극장에 이어 벨기에, 뒤셀도르프 오페라극장 소속으로 정신없이 활동하다 보니 국내 무대에 설 기회가 적었다.

<천생연분>은 <사랑의 묘약> <박쥐>에 이어 국내에서 연기하는 세 번째 작품이다.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되었는가?
국립오페라단에서 먼저 제의를 해왔고, 창작 오페라라는 점과 국내 무대에 선다는 점이 끌렸다. 2011년에 <사랑의 묘약>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는 2주간 거절했다. 개인적으로 초연이었는데, 연습 시간이 고작 3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두 달간 하루도 안 쉬고 노래를 부를 정도로 스케줄이 빡빡했다. 결국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박쥐>는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서 훨씬 수월했다. 세 번째 국내 무대인데 기대가 크다.

<천생연분>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제목에서 연상하듯 젊은 남녀 두 쌍의 사랑 그리고 성대한 ‘혼례’가 벌어지는 전통 결혼 풍속을 다룬 오페라다. 내가 맡은 역은 김 판서의 딸이자 여주인공인 서향의 몸종인 ‘이쁜이’로, 신분을 숨긴 채 서향 대신 조선 최고의 갑부 맹 진사의 아들 몽완(실제로는 그의 몸종인 서동)을 만나는 역할이다. 서향의 몸종이지만 미모가 아름답고 똑똑하며 영악한 캐릭터다.

그런 면에서 <천생연분>은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일 것 같다.
그렇다. 오페라를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 우리말로 노래하고 민족 정서가 담겨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보편적 사랑을 다룬 내용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오페라에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은 이라면 <천생연분>이 그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천생연분>은 순수 창작극으로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초연에 이은 국내 첫 공연이다. 어려움은 없었나?
두 남녀의 사랑이라는 스토리가 이해하기 쉽고, <사랑의 묘약>과 달리 우리말로 연기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오페라의 주 무대가 유럽이기 때문에 이탈리아어, 독일어, 영어를 넘나들며 노래한다.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몰입하기 위해 언어 소통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하면 당연히 전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관객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두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한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만큼 무대장치 또는 의상과 음악의 예술적 표현이 핵심이 될 것 같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극적 드라마로 구성된 오페라는 그만큼 시각적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힘이 중요하다. <천생연분>은 시대극이라는 공간의 한계성을 벗어나 무대, 의상, 조명의 배치와 배우의 동선이 하나의 동양화처럼 조형적으로 어우러진다. 동양화의 여백을 살린 새하얀 무대, 한복의 선을 강조한 진화한 무대의상, 다양한 인간상을 표현한 분장 등 매력적 요소가 많다.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지 않아 서재형 연출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유럽의 창작 오페라와 경쟁해 도 손색없는 창작 오페라 무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

전통 시대극이라는 측면에서 음악에도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임준희 작곡가가 전체 음악의 작곡을 맡았는데, 국악에 현대음악 요소를 결합한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민요와 국악이 오케스트라와 만나 독창적으로 느껴진다. 화성은 푸치니의 오페라를 닮았는데 박자는 동양적이랄까.

새로운 역할을 연기할 때 특별히 캐릭터를 공부하는 방법이 있는가?
노래를 하면서 연기하기 때문에 다른 극 연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감정의 극대화를 위해 연극배우의 연기를 많이 참고하고 필요할 경우 직접 배우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몸의 움직임 이나 감정 연기 면에서 도움이 된다.

<천생연분> 공연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남태평양 섬 타히티에 ‘마스터 클래스’ 수업을 위해 2주간 머물 예정이다. 이미 한 차례 다녀왔는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음악을 대하는 순수함에 행복의 기준을 배웠다. 아이들과 함께 음악으로 소통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 12월에는 덴마크의 초청으로 호주 출신의 최영권 피아니스트와 독창회를 연다.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성대한 전통 혼례를 소재로 한 창작극으로 원작은 <맹 진사 댁경사>. 작곡가 임준희, 연출가 서재형, 작가 한아름이 함께한다.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문의 02-586-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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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