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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C 대외사업본부 박두산 과장 자연과 시간을 소유하는 회사
제주로 이사온 지 6개월째. “6개월밖에 안 되었나 6개월이나 되었나?”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에서 일하는 박두산 과장은 매주 서울에 출장갈 때마다 도시를 낯설어 하는 자신이 신기하다.

NXC 직원은 물론 넥슨컴퓨터박물관과 만화책방을 찾은 아이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바람의 숲 정원. 뒤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그의 사무실이다. 

직원 식당의 정원은 제주의 나무와 꽃으로 꾸며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언제든지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무인 도서관의 라운지. 

사무실 한쪽에는 온・오프라인 게임실도 있다. 
한때는 라디오 PD 지망생이었고, 모바일 게임 회사의 독일 사무소에 근무했으며, 넥슨 인사팀에서도 다년간 근무한 도시형 인간이던 그에게 사소한 것에 화내는 택시 기사 아저씨, 옷차림이 화려한 강남 사람, 근심 어린 표정으로 오가는 서울의 행인들이 이토록 생경하게 느껴지다니.
박두산 과장과 아내는 연애 시절부터 제주도 여행을 자주 다녔다. 한번은 제주도의 동서남북 한 곳씩 네 곳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각각 이틀간 머물면서 찬찬히 제주도를 만끽했다. 그러고는 결혼하고 혹여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제주도에 내려와 살자고 약속했다. 2년 뒤, 항공 마일리지가 쌓이는 카드를 열심히 쓴 아내에게 두 명분의 세계 일주 항공권이 나오자 늘 떠나지 못할 항공권의 예약과 취소만 반복하던 부부는 과감히 남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년간의 세계 여행을 꿈꿨지만 서울의 아파트 전세 기간 만료가 6개월 남았다는 현실적 문제가 발목을 잡아 반년만 꽉 채워 여행을 했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집주인에게 안녕을 고하고 곧장 제주도로 내려왔다.

“제주도에 가서 살 거라고 말씀드리면 부모님이 반대하실 줄 알았는데,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치시는 거예요. 그러곤 우리 부부가 여행하는 동안 두 분이 먼저 40년 이상 산 서울을 떠나 제주도로 이사하셨어요.” 아버지는 대기업 임원이었고, 어머니는 미군 부대 사무관으로 30년을 일했으니 사회적 지위도 경제적 여력도 든든했지만, 소비와 겉치레가 심한 도시 생활이 양친에게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음을 아들은 부모의 즐거운 제주살이를 본 후에야 알았다. 해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 서 생일 파티를 하던 어머니가 이번 생일에는 30% 할인해주는 하귀의 작은 피자 가게에서 외식을 하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의 어머니와 등산복을 입은 아버지는 매일 다른 오름에 오르는 재미에 빠져 벌써 제주도의 오름 1백50여 개 중 1백 개나 올랐 고, 그 여정을 전부 기록해놓았다.
부모에게 선수를 내준 아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부모에게 인사하러 들른 제주에서 우연히 예전 회사의 지인을 만난 그는 지주회 사인 NXC의 홍보팀에 전격 입사했다. 판교의 넥슨 사옥도 다른 회사에 비해 근무 환경이 좋은 편이었지만, 제주시 한라수목원 아래 위치한 NXC는 출근길 자체가 제주의 자연을 향유하는 드라이브 여행이다.

“직접 운전하며 출근할 때마다 바다와 한라산을 봅니다. 퇴근길에는 노을이 보이지요. 그 풍경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드나 봐요. 업무량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하지만 NXC의 제 자리에선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고개만 빼꼼 내밀어도 파란 바다가 보이고,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엔 까마귀 떼가 날아와 창문을 뒤덮기도 해요. 그럴 때면 내가 제주에서 일하고 있음을 실감하지요.”
가장 많이 달라진 건 퇴근 시간이다. 서울에서는 한 달에 보름 정도 야근을 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도 집까지 거리가 멀고 사람들에 휩쓸려 다니고 술 마실 일도 많아 10시 전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퇴근 시간인 6시 30분에서 5분만 지나도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약 85%를 제주에서 채용한 3백여 명 직원은 매달 야근 일수가 5일을 넘지 않고 낮엔 열심히 일하고 해가 지면 집에 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묵언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업무량이 예전 회사와 다르지 않은데 무엇이 다른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엔 ‘마음가짐’의 문제인 듯했다.

숲 속으로 솟은 큐브를 연상시키는 NXC 사옥 전경. 

숲속 까마귀 떼가 창에 자주 부딪혀 충돌을 막아보려고 아예 창문에 새 그림을 그려서 붙여 놓은 박두산 과장의 사무실 전경. 

넥슨 예술 포럼의 일환으로 직원이 특별 회화 수업을 받거나 하루 중 어느 때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회화 교실. 

사옥 앞 정원으로 가는 길에 마련한 오디토리엄. 직원 밴드의 연주 연습이 가능한 방음 시설을 갖췄다. 
“내 시간을 내 것으로 소유하는 법을 이제야 배운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8시간을 꼬박 일했는데도 못한 일을 밤새워서라도 해야 한다고 스스로 재촉했는데, 제주에서는 여덟 시간을 열심히 일했는데도 못했으니 내일 더 열심히 하자라고 정리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거죠. 그래서인지 사무실에서 짜증을 내거나 호통치는 소리도 좀처럼 들을 수 없어요. 대신 일은 일로써 끝내는, 일과 삶이 분리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더군요.”
사옥 시설이 긴장을 이완시킨다는 점도 집중해 일하는 데 도움을 준다. ‘놀이하며 일하는 인간의 숲’이라는 콘셉트로 지은 건축물 곳곳의 회의실은 따라비, 사라 등 제주 오름의 이름을 붙였고 시원한 통유리 너머로 한라수목원을 조망한다. 피트니스룸, 북카페, 게임룸, 회화 수업을 받는 미술실, 악기 연습실도 있다. 정원에는 허브를 재배하는 텃밭, 소나무 여기저기에 걸린 해먹에서 달큰한 오수에 빠지고픈 숲 놀이터, 추억의 만화책이 가득한 작은 책방도 있다. 정원 건너편의 또 다른 건물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중 하나인 스티브 잡스의 애플 원부터 최신 가상 현실 디스플레이 오큘러스리프트까지 4천여 점의 컴퓨터 관련 소장품을 보유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이니 업무와 놀이의 경계에서 자신의 시간과 감성 밸런스를 스스로 맞출 수 있다. 제주의 햇살과 바람이 들도록 설계한 직원 식당은 마당의 텃밭에서 기른 채소와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제주 토속 음식을 비롯한 맛난 메뉴를 선보인다. 땅이 비옥해 채소가 쑥쑥 자라니 언제나 뽑아서 집으로도 가져가 요리해도 좋다.

“서울에서는 집에 가면 게임 한판 한 후 씻고 잤는데, 여기서는 밥을 정성껏 지어 먹습니다. 제 취미가 요리하는 거예요. 서울에서는 미처 몰랐던 제주 음식을 먹으면 동문시장이나 오일장에 가서 장을 봐 직접 만들어보곤 해요. 전복이 싱싱하니 죽을 끓여도 참 맛있고 전복 파스타 같은 아이디어 요리도 만들어봅니다.”
서울의 패션 피플이던 아내는 제주에 와서 옷을 한 번도 사지 않았다. 밥은 집에서 해 먹고 주말에는 하도리의 예쁜 카페에 가서 LP 음악을 들으며 48시간을 함께 보내니 원래 돈독하던 부부 사이가 더 끈끈해졌고, 각자 소비가 줄어 서울에서 맞벌이할 때나 제주에서 외벌이할 때나 저축액이 비슷한 편이다. 제주의 물가가 결코 싼 편이 아닌데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때문에 자연스레 씀씀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6개월밖에 안 되어서 그럴까, 6개월이나 되어서 그럴까? 제주로 이사 온 지 반년 만에 박두산 과장의 삶은 이렇게 달라졌다. 놀이하는 인간의 숲에서 저녁과 주말을 온전히 소유하며, 진짜 놀이하듯 사는 삶을 자유롭게 산책하게 되었다.

박두산 과장에게 묻다_ 제주에 살기 전 생각해볼 것은?
대중문화를 누리기 쉽지 않다
제주에는 아이맥스 극장이 없다. 3D도 잘 상영하지 않는다. 그나마 있는 스크린도 어두워 생생한 3D 영상을 감상하기 어렵다. 인디 영화를 보려면 동호인을 모아 극장에 특별 신청을 해야 하고. 서울에 가서 그 좋아하는 폴 매카트니 공연을 보고 싶어도 공연 입장료에 왕복 항공료를 더해야 하니 예전 같은 문화생활을 누리는 건 포기해야 한다.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운이 좋아서 전에 다니던 회사에 취업을 했지만, 제주에는 젊은 사람이 일할 직장이 많지 않고 급여도 서울에 비해 낮은 편이다. 요즘 제주에 게스트 하우스는 3백 개가 넘고 커피를 파는 곳은 7천 개가 넘는다는 말이 있다. 제주에 쉽게 정착해 살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오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생활 여건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부가 함께 하는 취미를 가지는 게 좋다
제주에서는 퇴근 후 주위 사람에 휩쓸려 시간을 뺏기는 일이 별로 없으니, 자연스레 아내와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주말에는 48시간 동안 같이 있는데, 관심사나 취미 생활이 비슷하고 서로를 잘 이해하는 부부는 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이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마찰이 많은 부부는 사이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NXC가 제주에 선사하는 즐거움

넥슨컴퓨터박물관

NXC 사옥 옆에 위치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 스티브 잡스의 애플 원부터 최신 가상 현실 디스플레이 오큘러스리프트까지 4천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했다. 갖가지 게임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해볼 수 있어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마냥 즐겁다. 과학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 제주 학생들의 참여율이 매우 놓고 전국에서 자녀를 데리고 관람 오는 사람도 많다.
주소 제주시 1100로 3198-8 문의 064-744-1994

옛날 오락실 기기부터 최신 온라인 게임까지 게임의 모든 것을 망라한 넥슨컴퓨터박물관 내부. 

넥슨컴퓨터박물관 입구. 
브런치 & 디저트 카페 ‘인트’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브런치 & 디저트 카페 인트int는 정수형(integer)을 뜻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다. CIA를 졸업하고 뉴욕과 서울을 거쳐 제주에서 독특한 요리로 미슐랭을 꿈꾸는 전호제 셰프가 키보드 와플, 마우스 빵, 버퍼링 등 요리와 컴퓨터 게임을 접목한 개성 있는 메뉴를 선보인다. 파스타, 라이스, 스테이크와 디저트의 맛도 멋도 뛰어나고 인테리어도 근사해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이 흔치 않은 제주에서 새로운 외식 명소로 인기 높다.
문의 064-744-1994

인트의 인기 메뉴인 키보드 와플. 얼그레이 잼을 올린 생크림, 절인 베리류, 수제 쿠키와 아이스크림을 키보드 와플에 곁들여 맛본다. 

인트의 파티시에 추천 스페셜 디저트 샘플러와 컴퓨터 속으로 들어온 듯한 레스토랑 내부 전경. 


닐모리동동
문화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NXC가 운영하는 카페. 올레길 17코스의 용담 해안 도로에 있다.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실내는 제주의 자연을 모티프로 꾸몄다. 겨울 한라산을 닮은 한라산빙수가 부동의 인기 메뉴. 흑돼지, 베샤멜소스로 속을 채운 빙떡에 해산물을 풍성히 담은 빙떡 크레페, 채소와 베이컨, 치즈를 넣어 구운 이탈리아식 오믈렛 송키타타 등 제주의 제철 재료를 활용한 신메뉴가 인기다.
주소 제주시 서해안로 452 1층 문의 064-745-5008

글 김민정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