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을 떠난 지 4년 만에 6집을 들고 귀국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적응할 겨를 없이 학교에서 강의를 시작 했다. ‘영주 송’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활동할 땐 거의 모든 연주 일정을 알아서 했고 혼자 보내는 시 간이 많았다. 반면, 귀국 후에는 앨범 발매와 수업, 공연 준비 등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다.
7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 이후 두 번째 뉴욕행이라 익숙했을 것 같은데….
당시에는 유학생 신분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뉴욕에 더 머무르기로 하면서 많 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한국에서 예정되어 있던 세션 활동과 강연도 취소했다. 내로라하는 연주자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음악적으로는 충만했지만, 이면에는 고독하고 외로운 투쟁이 있었다.
미국에서 활동이 보장된 것도 아니었는데, 뉴욕에 남기로 결정한 이유가 있는가?
재즈를 향한 열망이라 고 할까?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열정이 있었기에 오히려 결정하기는 쉬웠다. 한국에서는 후배 연주자를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위치였다면, 뉴욕에서는 대가들의 연주를 매일 듣고 배울 수 있었다. 국내에서 계속 안정적으로 살았다면, 뉴욕에서 받은 충격과 자극을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뉴욕에서 완성한 6집 의 의미가 크다.
가족과 친구 들을 향한 그리움, 뉴욕 재즈 신scene에서의 외로운 투쟁 그리고 낯선 도시에서의 삶이 주는 다양한 감정의 파편이 스며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베이글에 커피 한잔을 마시고 산책을 했다. 그러고 나서 피아노 앞에 앉아 거의 종일 연주하며 곡을 썼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한 일기장 같은 앨범이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지만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 다른 악기 소리가 부유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피아노만 강조하고 싶지 않았다. 한 악기가 도드라지는 것보다 곡 전체가 조화롭게 어우러야 한다. 멜로디를 강조하되 전체 화성에 더 신경을 썼다. 기타 음색이 더해지면서 훨씬 울림 있는 곡을 완성했다. 재즈는 밴드로 완성하는 음악이다. 각각의 악기에 힘이 있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들으면 라이브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연주곡 중간에 남성 보컬리스트 사챌 바산다니의 ‘Walk Alone’을 수록했다. 멜로디를 강조한 노래로 가장 대중적 느낌이다.
공원을 산책하며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부드러운 음색의 서정적인 곡으로 사챌 바산다니의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연주곡에 살짝 지칠 무렵 말랑말랑한 노래가 한 곡 들리면 또 다른 신선함이 느껴질 것이다.
지난해 6월, 블루노트 뉴욕에서 한국인 최초로 단독 공연을 했다. 재즈 뮤지션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블루노트는 재즈 신의 상징이다. 실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그동안 세 번 공연했고, 오는 7월에 네 번째 초청 공연을 한다. 블루노트 관계자의 반응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곧 내 음악을 듣고 관심을 보였으며, 아시아 재즈 신을 향한 호기심도 많았다. 첫 무대가 매진을 기록했고, 이후 공연들도 반응이 좋았다. 한국 재즈 팬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블루노트를 찾은 세계의 재즈 팬들이 공연을 들은 소감을 전하고 사인을 요청할 때 정말 뿌듯했다.
이른바 ‘잘나간다’는 해외 뮤지션 사이에서 연주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텃세가 정말 심했다. 흑인이면 좋겠다고 농담할 정도였으니까… 후후. 동양인을 향한 편견이 생각보다 깊고 심했다. 트리오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관객이 단 두 명만 앉아 있었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나니 추가로 두 명이 앉아 총 네 명 앞에서 연주한 적 도 있었다. 재즈를 향한 열정으로 뉴욕에서의 삶을 선택했지만 그럴 때는 깊은 회의에 빠졌다. 블루노트 무대에 선 순간보다 그런 어려운 경험을 더 잊지 못할 것 같다. 묵상과 기도를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별다른 일정이 없을 때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편한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사실 낯가림도 심하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불편하다. 어릴 때도 수줍음 많은 아이, 나서지 않는 아이였다. 나를 끄집어내고 드러내야 하는 뮤지션의 삶과 내 성향 사이에서 갈등한 적도 있다. 하지만 재즈로 인해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재즈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송영주의 6집 Between ‘젊은 마스터’라 불리는 기타리스트 마이크 모레노와 보컬리스트 사챌 바산다니 등 뉴욕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주자들과 함께했다. 자작곡 10곡을 수록했으며,3월 28일부터 29일까지 클럽 ‘오뙤르’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열린다. 소니뮤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