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산방산 유채꽃밭
제주의 3월은 걷는 곳마다 꽃
“3월의 제주는 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오는 섬이 아닌가. 2월부터 검은 돌담 아래 샛노란 수선화와 유채꽃이 눈에 띄고 여기저기 울긋불긋한 봄꽃이 피어오른다. 유채꽃은 어디에나 만발하지만 산방산 부근이 무척 화려하다. 산방산으로 가는 해안도로를 달리면 중간중간 차를 세워야 할 만큼 샛노란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다. 동백꽃을 좋아한다면 동백 정원, 카멜리아 힐을 추천한다. 또한 봄에 수확하는 가파도의 청보리밭은 특별한 봄 여행지다. 허리춤까지 자란 청보리가 봄바람에 흔들리며 파도를 친다.”_ 서재철(제주 사진가, 자연사랑 갤러리 운영)
제주 남서부에 있는 산방산은 해발 345m의 거대한 용암 덩어리. 제주의 대표 봄 사진을 꼽을 때 산방산 풍경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유명한 유채꽃 군락지다. 산방산 옆과 송악산을 지나 대정읍 하모까지 이어지는 올레길 10코스를 걸으면 유채꽃의 절경과 만난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16 문의 064-760-6321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도시에서 만나는 봄꽃
“봄이 찾아와도 마음을 열지 않으면 잘 보지 못한다. 마음의 문을 열면 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법. 도심의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지만, 수목원의 온실은 이미 봄이다.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봄기운을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을 추천한다. 야외 정원을 산책하는 기쁨도 크지만, 온실에 들어서면 이미 만개한 봄꽃들이 싱그러운 에너지를 준다. 온 가족이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_ 오경아(가든 디자이너)
아침고요수목원은 대표적 사립 수목원으로 주제 정원 20곳이 펼쳐지는 곳. 자연스러운 산책로와 백두산 식물 3백여 종을 포함한 5천여 종의 식물이 연속해서 꽃을 피운다. 봄에는 10만 그루가 넘는 화려한 수선화와 튤립, 철쭉 등을 비롯해 진달래, 벚나무, 조팝 나무, 매화나무 등이 화려하게 꽃을 핀다. 봄꽃이 만개할 시기는 5월이지만, 온실에서는 3월 이전부터 꽃이 피어나 봄을 일찍 만날 수 있다.
주소 경기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432 문의 1544-6703
전남 여수 거문도 등대길
사랑의 열병을 닮은 붉은 봄
“여수 거문도 선착장에 내리면 동백꽃이 지천이다. 동백섬이라 부를 정도로 꽃이 만발이니 이곳만큼 봄기운이 넘치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숲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덩치가 큰 동백나무가 긴 터널을 이루고 있다. 걷다 보면 어깨 위로 붉은 꽃잎이 툭툭 떨어지고, 종일 머물러도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만큼 환상적인 경치다. 내가 가본 숲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_ 유용주(시인,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의 저자)
거문도는 고도·동도·서도와 삼부도·백도 군도를 아우르는 섬. 동백섬이라 부를 정도로 거문도에 자라는 나 무의 70%가 동백나무다. 거문도항에 도착해 서도 남쪽의 찻길 종점에서 갯바위제대 잔교를 건너면 비탈진 나무 계단 길에 1.3km의 동백꽃 길을 만난다. 해발 196m의 수월산 남쪽 끝에 있는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까지 이어지니 쉬엄쉬엄 산책을 해보자.
찾아가는 길 여수에서 거문도까지 여객선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오가고호가 하루 2회 왕복 운항한다.
충남 서산 해미읍성
모든 슬픔이 유채꽃으로 핀다
“완연한 봄도 좋아하지만 봄의 기척을 더 좋아한다. 겨울 산 능선 위로 말갈기처럼 성글던 나무들도 입춘 지나면 은밀히 부푼다. 숲은 날마다 점묘법으로 풍성해진다. 가슴속 비밀도 자라 콩닥거리면 봄 마중을 떠난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해미읍성에 닿는다. 조선 태종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성이다. 잘 복원된 미더운 성벽은 해마다 어이없게 함락된다. 겨우내 성을 지키던 동장군이 털썩 무릎을 꿇는 것은 적의 병장기가 아니라 봄꽃 앞이다. 전통 가옥의 짚신 삼는 노인이 자꾸만 문밖을 내다보고, 할머니의 다듬이 방망이질 소리에 봄물이 배는 건 이때다. 흙길을 따라 걷거나 소나무 숲길을 걸어도 좋다. 6백 년된 호야나무(회화나무)에 깃든 슬픈 사연과 이순신 장군과 함께 훈련하던 병사들의 함성에 귀 기울여보아도 좋다. 현지인도 손꼽는 국밥집 평상에 걸터앉아 쇠고기국밥 아지랑이 내저으며 동동주 한 사발 곁들이고 있노라면 6백 년 곰삭은 봄이 훌쩍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봄이 깊으면, 성안에 상춘객을 부르는 유채꽃이 왁자하다.”_ 반칠환(시인)
조선시대에 세운 해미읍성은 그 자체가 아픈 역사다. 천주교도 순교 성지로 충청 지역의 많은 신자가 이곳에 끌려와 죽임을 당했다. 당시 체포된 신자들이 매달려 고문을 당하던 호야나무는 여전히 처연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아련한 역사가 있는 해미읍성의 봄은 그와 반대로 그지없이 평온하다. 봄이면 성벽을 따라 핀 유채꽃이 허리께에 닿을 만큼 무성하다. 유채꽃 사이로 가만히 걸으면 봄이 바람처럼 둥글게 지나간다.
주소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 16 문의 041-660-2540
전남 강진 백련사 동백림
동백꽃 피고, 차 한잔 마시고
“초봄의 정취를 만나러 강진 백련사의 동백 숲을 찾곤 한다. 백련사는 유명한 동백 산지로 천연기념물 제151 호이기도 하다. 백련사와 뒤편에 있는 다산초당에서 남해 바다를 내려다보거나, 해안도로를 달리며 봄바람을 맞아보면 어떨까. 1박 2일 여행이라면 해남 윤선도의 녹우당과 대둔사(대흥사)의 초의선사 일지암을 함께 구경하시라. 대둔사의 숲길과 인근의 달마산 미황사 역시 동백 숲과 병풍 같은 그림으로 유명하다. 강진은 한 겨울에도 들이 푸를 만큼 도심의 온기와 다르다.” _ 기태완(꽃 인문학자)
‘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_문정희 시인의 ‘동백꽃
만개하면 통째로 낙화하는 동백꽃을 보고 많은 시인이 동백을 노래했다. 백련사의 동백림에 서면 사랑과 소멸을 노래한 시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3천여 평에 달하는 백련사 동백림에는 1천5백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다. 이 숲을 지나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은 차밭과 야생차 군락지이다.
주소 전남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길 125(만덕리) 문의 061-432-0837
- 봄 찾아 너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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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님이 오신다. 머리 위에는 햇빛을, 손끝에는 꽃잎을, 옆구리엔 사랑하는 임을 두고 꽃구경, 물 구경 하고 싶은 계절. 완연한 봄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이른 3월에 봄을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을 물었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 당장 뛰어가고 싶은 싱그러운 봄날의 여행지를 먼저 찾아가면 어떨까?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