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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의 살아 있는 전설, 피닌파리나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2014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백30주년을 기념하는 이탈리아 특별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 회사 피닌파리나Pininfarina가 한국을 찾는다. 8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자동차 디자인을 비롯한 세계적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회사로 자리매김한 피닌파리나를 미리 만나본다.


피닌파리나가 세르조 피닌파리나의 업적을 기리 기 위해 만든 콘셉트카, 세르조.

치시탈리아 202.

카로체리아Carrozzeria는 엔지니어링 기술로 자체 자동차를 양산하는 브랜드가 아닌, 자동차의 실내외 디자인 과 제작에 특화된 소규모 회사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탈리아어인 카로체리아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유는 카로체리아가 특히 이탈리아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인 회사가 바로 피닌파리나. 우리에게는 페라리의 ‘F60(엔초 페라리)’나 ‘테스타로사Testarossa’를 디자인한 곳으로 더 익숙하다.

세계 최고 카로체리아의 탄생
피닌파리나의 역사는 19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티스타 파리나 Battista Farina가 설립한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는 자동차 디자인과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공장이었다. 당시 피닌파리나는 알파 로메오, 피아트, 캐딜락, 롤스로이스 같은 브랜드의 자동차 보디를 제작했다. 처음에는 수작업에만 집중했지만, 피닌파리나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공장을 넓히고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프레임이 없는 일체형 설계를 실현 해내면서 자동차 디자인 회사로 명성을 얻었다.

자동차 산업에서 피닌파리나가 지닌 상징성은 1947년에 선보인 ‘치시탈리아Cisitalia 202’에서 엿볼 수 있다. 1951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최초로 열린 자동차 전시에 소개되기도 한 치시탈리아 202는 ‘움직이는 조각’이라 불리며 현재 미술관의 컬렉션으로 소장되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자동차 디자인의 표본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면서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런 성공 덕에 피닌파리나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인 내시 모터스Nash Motors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세계적 회사로 입지를 다졌다.

피닌파리나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아마 페라리와 공동으로 제작한 자동차일 것이다. 피닌파리나와 페라리의 협업은 1952년에 시작했다. 자사의 자동차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은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가 당시 치시탈리아로 이름을 알린 피닌파리나와 손잡고 그와 디자인이 비슷한 212 모델을 출시했다. 212 모델이 이목을 끌자, 피닌파리나는 페라리와 제휴를 지속하면서 F40, F60, 테스타로사 등 페라리를 대표하는 슈퍼카들을 디자인했다. 페라리의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F60은 ‘걸 윙 도어Gull wing door(차 문을 날개처럼 위로 접어 올리는 방식)’라는 당시로는 매우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고, 테스타로사는 페라리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라인을 선보였다고 평가받았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페라리 자동차는 대부분이 피닌파리나가 탄생시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푸조, 포드, 혼다, 란치아, 캐딜락 등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피닌파리나를 찾았다. 국내에서는 2002년에 출시한 대우자동차의 누비라와 라세티, 현대자동차의 라비타가 피닌파리나의 디자인실에서 탄생한 것들이다.


세르조 피닌파리나의 아들 파올로 피닌파리나는 피닌파리나 그룹의 자회사인 피닌파리나 엑스트라의 대표이자 현재 피닌파리나 그룹의 회장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회사인 알파 로메오와 피닌파리나가 협업해 1966년에 선보인 자동차, 알파 로메오 1600 스파이더 두에토Duetto.


1947년에 출시한 치시탈리아 202는 현재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영구 전시하고 있다.


세기의 자동차 디자이너, 세르조 피닌파리나
1966년 바티스타가 세 상을 떠난 후, 장남 세르조 피닌파리나 Sergio Pininfarina가 회사의 수장이 되었다. 그가 바로 피닌파리나를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인 회사로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디자인과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인 그는 F60, 테스타로사, P4/5 등 페라리 모델들의 디자인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세라티, 벤틀리, 푸조, 피아트 등과 협업을 하며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떨쳤다. 그의 손을 거친 자동차들은 모두 명차가 되었고, 세르조는 세계 자동차 역사에 위대한 장인으로 기록되었다. 2012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이듬해 페라리 박물관 ‘뮤지오 페라리’에서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세르조 피닌파리나 특별 전시회를 개최했다. 또 피닌파리나 그룹은 ‘세르조’라는 자사의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그룹의 수장이던 그를 추모했다.

지금까지도 피닌파리나는 페라리,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BMW 같은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하이브리드와 일렉트로닉 자동차 분야를 연구ㆍ개발한다. 또한 유로스타Eurostar, 안살도브레다 Ansaldobreda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손잡으며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가는 중이다.
1986년, 피닌파리나 그룹은 자회사인 피닌파리나 엑스트라Pininfarina Extra를 설립해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피닌파리나 엑스트라는 이름 그대로 피닌파리나가 취급하지 않는 제품과 건축, 인테리어를 디자인한다. 이들은 과학과 기술을 접목한 진보적 디자인을 시도하며 25여 년간 약 5백여 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현재 세르조의 둘째 아들인 파올로 피닌파리나Paolo Pininfarina가 피닌파리나 엑스트라와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피닌파리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80년간 내려온 전설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2014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피닌파리나의 고감도 디자인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한국-이탈리아 수교 1백30주년을 기념하는 이탈리아 특별전은 ‘이탈리아의 안뜰 (Cortile Italia)’이라는 주제로 이탈리아 사람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안뜰을 모티프로 한다. 전시에는 공예, 산업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이탈리아 브랜드가 참여하는데, 콘셉트 디자인을 맡은 피닌파리나가 주축이 되어 전시를 이끌어갈 예정. 자신의 강점인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줄 피닌파리나만의 공간을 기대해본다.


자료 협조 피닌파리나 

글 김민정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