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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잡지 <다큐멘템> 창간한 건축 사진가 김용관



건축 잡지 <다큐멘텀DOCUMENTUM> 창간을 축하한다. 이미 건축 전문 출판사 ‘아키라이프’의 대표이기도 하다. 건축 잡지를 창간한 계기는 무엇인가?
꽤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30대 초반부터 프리랜서 건축 사진가로 일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건축 사진을 촬영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오랫동안 건축 사진가로 활동하려면 그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야 했고, 출판업은 그 길을 위한 가장 빠르고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마흔 즈음에 출판사를 설립할 목표로 ‘아키라이프’ 도메인을 구매한 것도 그때였다. 정확히 만 40세가 되던 해에 계획대로 출판사를 설립했고, 덴마크 건축 사무소 BIG와 3XN, 스위스 건축가 그룹 HHF 등 호흡을 길게 갈 수 있는 건축 관련 단행본을 먼저 작업했다. 예전부터 꿈꾸던 일을 실천한 셈이라고나 할까.

다큐멘터리의 어원인 ‘다큐멘텀’을 제호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건축의 ‘기록’에 관한 책이니까. 개인적으로 20년간 축적한 방대한 건축 사진을 돌아보면서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내 인생의 기록인 동시에 한 건축가의 인생을 담은 것이다. 또 현대 건축의 기록이자 도시와 문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한 장의 건축 사진이 가진 사회ㆍ문화적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

잡지는 ‘스태터스Status’ ‘워크Work’ ‘다큐멘터리 Documentary’ ‘클로징Closing’ 총 네 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섹션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잡지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건축물을 간단하게 리뷰하는 스태터스로 시작한다. 최근에 완공한 건축물을 소개하는 워크에 이어 건축의 전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부분이 있다. 다큐멘터리는 기록한다는 점에서 <다큐멘텀>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섹션이다. 마지막으로 클로징은 건축 사진가의 시각으로 만든 건축 사진 화보 페이지다.

다큐멘터리 섹션에 소개한 ‘소솔집’의 주택 공사 보고서가 흥미롭다. 착공하면서 동네 주민에게 인사하는 것부터 공사하면서 발생한 민원 등 소소한 기록을 담았다. 건축가에게 ‘기록’이라는 공동 숙제를 제안하는 셈이다. 건축가도 기록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건물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건축가와 함께 이야기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지속할 생각이다. 건축뿐 아니라 건축 관련 전시도 해당한다. 다음 호에는 건축가 이타미 준의 전시를 같은 기록 방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한 페이지를 위해 네 번의 미팅, 여덟 시간의 인터뷰 등을 할 정도로 공들여 기사를 완성했다는 글을 읽었다. 그렇다. 고마운 분이 참 많다. 이번 호를 위해 건축가들이 내준 시간은 1회에 1백 분씩만 계산해도 64회를 만났으니 1백 시간이 넘는다. 그래서 월간이 어렵다. 앞으로 비정기 간행물 형태로 1년에 네 번 발행할 생각이다.

각 사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불친절하다는 느낌도 받는다. 대중보다는 건축인을 위한 전문지 같은 느낌이랄까? 친절함만이 좋은 잡지의 요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보는 잡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정보나 읽을거리를 보여주는 페이지는 구분했다.

주변 건축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창간 준비 파티를 열었는데, 우리나라 건축계 어른인 조성룡 선생님이 “올해 일어난 이슈 중 가장 기분 좋은 일”이라고 방명록에 덕담을 써주셨다. 파티에 와주신 것만으로 감사한데, 긍정적으로 평가해줘서 무척 뿌듯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정진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감동적이면서 책임감을 느꼈다.

잡지의 자생적 힘을 키우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주변에서도 경제적 부분을 가장 걱정한다. 나 또한 잡지의 지속 가능성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 광고도 숙제지만 완성도 있는 콘텐츠가 긍정적 결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도 사진을 열심히 찍어야겠다. 후후.

DOCUMENTUM이 앞으로 어떤 잡지로 대중에게 다가가길 바라는가? 사진 한 장이 한 마디 문장보다 더 힘이 있을 때가 있다. 의미 있는 건축물, 그것을 기록한 사진 또한 보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어떤 대단한 사명감을 갖고 만든 잡지가 아니다. 담론과 쟁점을 다루는 잡지가 아니라 대중과 건축 간의 거리를 좁히고, 기록의 가치를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내 인생과 함께 나갈 책이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다.

다큐멘터리 건축 잡지
DOCUMENTUM

지난 12월 창간 준비호인 ‘0호’를 발행했다. 건축과 사진을 다큐멘터리적으로 기록한 형식과 사진을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 영문 특별판을 제작해 우리나라 건축 문화를 해외에 알릴 계획이다.
가격 1만 2천 원 구입
문의 02-766-0253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