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총 5백3명 중 34명이 본선에 올라 심사를 받았고, 수상자 네 명 중 대상을 받았다. 예상했는가? 사실 이번 공모전 출품이 세 번째였다. 앞선 두 번의 공모에서는 본선까지 갔으나, 수상하진 못했다. 격년으로 지원했으니 6년 만에 수상한 셈이다. 막차를 타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운이 좋았다. 개인전을 열 때까지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2009년부터 ‘꿈’ ‘보통’ ‘사랑’ ‘돈’ ‘예술’을 주제로 대화 프로젝트(Project Dialogue)를 이어가고 있고, 이번에 처음 선보인 ‘보통의 정의’는 2011년부터 진행한 ‘보통 검사’의 결과 일부를 시각화한 전시다. 모든 프로젝트가 하나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인데, 작업 과정 이야기를 듣고 싶다. 2005년부터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해왔다. ‘보통의 정의’는 ‘보통’을 연구하는 네 번째 대화 프로젝트다. 사람들이 보통과 정상을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 이유로 결혼을 고민하는 친구에게 “얘가 세상을 잘 몰라. 그게 보통이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통이 정상이라고 인식하곤 한다. 대치동 보습 학원의 수강생 엄마들의 대화를 수집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자녀의 성적이 그 집단의 평균에 속할 때 정상이고 보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보통이 아닌데….
‘보통 검사’ 아카이브 전시 내용이 흥미로웠다. 세대에 따라 ‘보통 사람’을 정의하는 기준이 많이 다르더라. 굉장히 흥미로웠다. 10대와 20대는 ‘내가 아닌 사람’이다. ‘눈에 띄지 않는 사람’ ‘지나가는 행인’ ‘길을 가다가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사람’ ‘자신을 찾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 등이라고 답한 반면, 30대 이후부터는 다르다. 30~40대는 ‘나 같은 사람’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친화적으로 정의한다.
왜 그렇게 달라질까? 자신의 얘기니까. 후후. 사람들에게 ‘보통’은 모든 집단의 평균이 되는 것이다. 집단은 계속 변하는데도.
전시는 “당신은 보통이세요?”라는 질문과 함께 ‘예’와 ‘아니요’의 두 가지 입구로 갈라진다. 출발부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관객은 언제나 작품의 일부다. ‘링Ring’은 여성의 평균 손가락 사이즈를 보여주는데, 관객들이 그렇게 그 반지를 껴보고 싶어 하는지 몰랐다. 자신이 평균인지 아닌지 궁금한 거다. 남녀의 평균 신장을 보여주는 ‘애버리지 폴 Average Pole’도 마찬가지. 남자들은 자신이 평균 신장보다 작다고 생각하면 슬쩍 자리를 피하거나 주변을 살핀다. 평균보다 크면 주변의 친구를 부른다. 아, 저렇게 좋을까? 할 정도로 표정이 밝아진다. 후후. 그렇게 관객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모든 프로젝트를 특정 전문인과 협업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참여했다. 각각 주제에 맞는 리서치를 진행하고 협업할 사람을 찾는다. ‘꿈’은 정신과 전문의와 점술가, ‘사랑’은 사진가와 건축가, ‘예술’은 예술가 1백 명과 비평가 등과 함께 주제를 발전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신과 상담의 성유미 씨와 ‘노말리티’ 작업을 함께 했다. 각자의 전문 영역이 있고,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노말리티 전시에서 “나는 보통은 아니지만 정상이다, 나는 정상은 아니지만 보통이다”라는 문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전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보통의 정의’는 무엇인가? 전에는 정상과 보통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신과에 찾아온 환자들은 본인이 “정상이 아니다”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고, 스스로 ‘보통’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면 의사는 환자를 “보통이 정상은 아니다”라며 설득하고…. 성유미 씨와 ‘정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정상보다 보통이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근데 보통과 정상은 다른 거다. 정상으로 살려고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럼 ‘정상’은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 정상은 제자리를 찾는 거다. 자신의 위치와 맞으면 된다. 주변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면 비정상이어도 정상으로 살 수 있다.
작품을 보면서 ‘그럼 대체 나는 어떠한가?’ 하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많이 한다. 관객들이 스스로 질문을 하면 좋겠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작업이었다. 사람에 따라 보통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앞으로 개인전을 여는 2년 후까지 어떤 계획이 있는가? 네덜란드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하면서 추가 작업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답변을 기대하기에 그 결과가 벌써 흥미롭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작업 과정과 결과를 묶어 출판물로 마침표를 찍는다. 더불어 소설가와 ‘보통’을 주제로 소설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혜수 씨의 프로젝트 ‘보통의 정의’ 설치 미술가 박혜수 씨의 네 번째 대화 프로젝트로 공공장소에서 엿들은 대화를 수집한 대화집과 4백명이 참여한 ‘보통 사람’ 설문 조사 과정과 결과를 바탕으로 작업한 설치 미술이다. 보통 검사 통계 아카이브, 보통 강령, 가변적 평균대 등으로 구성한 ‘보통 아카이브’와 정신과 전문의 성유미 씨와 협업해 완성한 ‘노말리티’를 2월 15일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한다. 문의 02-3448-0100 |